'당신의 예배를 평가하라!'
'당신의 예배를 평가하라!'
  • 김성한
  • 승인 2011.02.2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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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예배와 하나님나라⑿ 예배를 평가하는 8가지 기준

대학원 수업 시간에, 다양한 모습으로 예배를 섬기고 있는 이들에게 각자 예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많은 학생들은 참석 인원, 설교에 대한 반응, 찬양 콘티의 흐름, 찬양팀의 퍼포먼스, 음향, 가사 자막과 같은 것들이 평가의 내용이자 기준이라고 답했다. 어떤 학생들은 기름 부으심이라고도 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도대체 ‘예배를 평가한다’는 말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문하기도 했다.

신학교 은사 중 한 분인 알란 크라이더(Alan Kreider)는 오랫동안 ‘초대 교회의 예배와 삶과 선교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그들의 정체성과 그에 따른 삶의 방식과 내용을, 반복되는 예배를 통해 거듭 확인하고 강화시켜 나갔다고 주장한다. 이제 알란 크라이더가 제안하는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예배를 평가하는 8가지 기준에 따라 우리의 예배를 평가하며 재구성해 볼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1. 예수를 주님으로 주장하는 정체성이 드러나는가

하나님을 예배할 때, 우리는 ‘예수의 이름’으로 모여서 ‘예수가 주님’이라고 고백한다.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그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예수를 통해 이루시는 하나님의 선교와 그 요청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도전하는 우리 시대의 그 어떤 가치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예배는 예수의 말씀과 가르침에 우선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지구상의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과 연대하는가

주님이 한 분이라면 한 분 주님을 고백하는 그의 백성들도 모두 하나여야 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주의 백성들은 하나며 우리는 국가 제도와 문화를 넘어 주님께 충성한다. 우리는 초국가적으로 연대하는 거대한 가족이다. 예배의 우선적 관심은 자신의 민족과 국가를 향한 하나님의 축복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국경과 문화와 언어와 경제적 차이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통치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예배 순서와 예전에는 지구촌 가족들과의 광대한 사귐과 연대를 기억하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

3. 하나님의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성경에 등장하는 예배는 다른 어떤 것보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에 대한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이 세상이 들려주는 이야기들과 다른 전복된 가치관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은 약함을 통해 일하시고 변두리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신다. 이러한 하나님의 이야기들을 우리도 다양한 방법과 모습으로 반복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이 우리 삶을 형성하고,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근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 하나님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의 지배적인 이야기들에 자신을 내어 맡기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예배에서 설교, 간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 가운데 일하셨고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4. 온 세상을 위해 하나님께 부르짖는가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시 122편), 왕들과 모든 사람들을 위해(딤전 2장),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그의 뜻이 이루어지기를(마 6장) 기도해야 하듯이 우리는 온 세상의 고통과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고 동참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교회의 식구들을 위해 기도하듯 모든 예배에서 온 세계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교회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전쟁에 무감하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하나님의 선교와 그분의 온 세상을 향한 관심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5. 우리의 신학을 노래하는가

우리는 신학을 이야기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믿는 것들은 노래로 부르는 것들이다. 예배 때 부르는 찬양곡 가사를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고 있는가. 예배에서 부르는 찬양에는 우리가 실제로 믿고 고백하는 것들이 담긴다. 그런데 어떤 곡들은 지나치게 사유화된 신앙의 극단적인 모습을 부추기거나, 외부자들이 두려움이나 공격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곡들도 있다. 따라서 예배 찬양곡들을 적극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배는 홀로 드리는 것이 아니다. 예배 공동체는 예배 음악을 공동체의 신앙고백에 기초해 선곡할 수 있어야 한다.

6. 우리와 화해하시고 용서하신 하나님처럼 우리도 화해와 용서를 전하는가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평화를 만드셨다. 예배의 주인공은 하나님이다. 하나님께서는 예배를 통해 그의 백성들이 “성령 안에서 누리는 정의와 평화와 기쁨”(롬 14:17)이라는 선교적 사명을 위해 살도록 일하신다. 하나님께서는 예배에서 우리에게 화목을 요청하시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하신다. 그렇기에 예배는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예배에서 “그리스도의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라는 인사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화해의 사역을 기뻐하고 서로의 사귐을 더해 가며 화해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된다. 이 인사 역시 반복을 통한 학습과 내면화의 구체적인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7. 성찬식을 통해 예수의 희생적인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가

예수께서는 그의 제자들과 식탁에 앉으셨다. 이 성찬에서 우리는 예수를 만나게 된다. 성찬은 먼저 식탁 앞에 모인 이들이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선포한다. 성찬식은 복음이 담고 있는 급진적인 평등을 강력한 방식으로 보여 준다. 두 번째로 성찬은 “나를 기념하라. 너희를 위한 나의 희생을 기억하라. 내가 어떻게 원수들을 대했는지 기억하라. 나의 가르침을 기억하라. 나의 현존과 은혜를 받아들여라. 그리고 이것을 전하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통해 예수의 비폭력을 드러낸다. 그리고 성찬은 예수의 희생적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하는 자리이며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화해를 이루는 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대로 이 성찬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유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이유로 그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퀘이커 전통과 같이 특별한 역사적‧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유가 교회의 규모, 예배 시간과 공간의 어려움과 같은 사회학적인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8. 예배와 선교로 이어지는 삶의 순환이 일어나는가

우리는 ‘삶의 전선으로부터의 보고’를 가지고 예배에 임한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서 이루신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중보하고 감사한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정결케 되며 우리의 비전은 다시 명확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온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계획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예배는 이렇게 하나님의 백성들을 그분의 선교를 위해 구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정사와 권세와 갈등 속에 있지만 이 갈등 속에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주 실패하고, 감당해야 할 목표는 너무 크지만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와 함께하기에 우리의 실패와 하나님의 은혜의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예배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주일 하루, 교회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6일의 삶이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도 분명한 하나님의 방법이라는 확신과 격려가 예배를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

위에 제시한 8가지 항목은 어떤 이들에게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낯선 요청일 수 있다. 혹시 이 모든 것이 낯설다면 그 낯선 항목들 중 먼저 공감할 수 있는 것부터 예배에 담아 보면 어떨까.

예배와 하나님나라 시리즈를 마치며

이 글은 지난 일 년 동안 연재한 ‘예배와 하나님 나라’의 마지막 글이다. 지난 1년 동안 이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통해 독자들과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던 것일까? 만약 독자들이 늦은 밤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컴퓨터 앞에 시니컬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내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면 그건 너무 슬프다.

지난 1년 동안 이 지면을 통해 나눈 ‘예배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들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의 예배는 제자도와 선교적 삶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나는 우리의 예배를 통해 이미 시작된 하나님의 통치가 어떻게 세상에 드러나고 있는지 혹은 실패하고 있는지 다루었다.

내게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우리의 삶이 온전해지길 바란다. 예배가 회복되길 원한다. 예배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답해 준다. 예배는 예배하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대상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말해 준다. 예배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이 무엇을 위해 애쓰고 살아야 하는지, 우리에게 약속된 위로와 기쁨이 무엇인지 계속 기억하며 바라보는 자리다.

씨앗처럼 뿌려진 예배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지난 이야기들이 어디선가 조용히 자라가길 바란다. 그것들이 모두 진실이라면 실로 그렇게 될 것이다. 지난 1년 동행해 주셔서 감사하다.

김성한 / 한국 IVF MEDIA 총무

김성한 님은 한림대학교 철학과(B.A)를 졸업하고, George Fox Evangelical Seminary (M.A.)에서 교회사, Associated Mennonite Biblical Seminary (M.A.)에서 평화학을 공부했다. 서울장신대학교 예배찬양사역대학원에서 예배와 커뮤니케이션, 예배와 선교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년간 ‘예배와 하나님나라’라는 주제로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에 연재한 글을 <미주뉴스앤조이>가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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