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은 왜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었나
사찰은 왜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었나
  • 김기대
  • 승인 2022.01.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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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불교계 갈등의 본질

정청래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국립공원 출입시 사찰에서 돈을 받는 행위를 봉이 김선달에 빗댄 것에 대해 불교계가 발끈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불교계의 갈등이 깊어 지고 있다. 불교계는 문대통령의 사과와 정청래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면서 전국 승려대회를 열어 그들의 입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대선이 맞물려 불교계의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거의 최대치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를 거듭하고 있지만 합일점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책임은 정청래 의원의 가벼운 발언에 있다. 정의원은 재치있는 발언으로 팬덤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발언때문에 화가 된 경우도 많았다.

 

늘 이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던 불교계를 향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아 불교계에도 퇴로가 없는 진퇴 양난의 형국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청래 의원을 출당할 경우 여론의 지지를 오히려 잃을 가능성이 있다. 정청래 의원의 지지자 뿐 아니라 국립공원입장시 사찰에서 요금을 징수하는데 불만을 가진 시민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8- 10 2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청원이 올라 왔었다.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려면 주차료 5,000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1인당 3,500원씩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 1월부터 폐지 됐지만 설악산은 조계종 신흥사에서 카드도 되고 오직 현찰로만 징수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흥사를 방문하지 않고 권금성 케이블카 관광을 하거나 산행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제로 징수 한다는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청원은 사찰 입장료를 폐지해 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참여인원은 105명으로 청원요건을 갖추지 못해 폐지되었다. 당시에는 어떤 사건이 계기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을 못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정청래의원의 사과에서 끝났으면 일을 오히려 불교계가 논란을 키운 감이 없지 않다.

설악산에 있는 신흥사
설악산에 있는 신흥사

 

그러면 문제가 되는 사찰에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강점 이듬해인 1911 6 3 사찰령(寺刹令) 시행했다. 사찰령에 의하면, 사찰을 병합이전하거나 폐지하고자 때는 총독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지 취임의 경우 본산 주지는 총독에게, 말사 주지는 도장관에게 허가를 얻어야 했다. 다른 종교와 비교하면 지나친 종교개입이지만 사찰은 막대한 재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총독부로서도 군침을 흘릴 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불교계에 쌓인 피해의식에는 타당한 측면도 있다.

또한 총독부는 조선임야조사사업을 펼치면서 임야를 금양(禁養 나무나 따위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하여 가꿈) 실적이 있는 자에게 해당 임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사찰도 금양 실적을 인정받아 소유권을 얻었다. 사찰 소유 임야가 곳에 대하여 ‘사찰 소유 임야 시업안’을 작성, 제출하도록 했는데 취지는 무분별한 벌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찰들은 실제 임야 관리 식목에는 적극적이지 않았고 벌채, 판매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최병택 논문, ‘일제하 사찰 소유 임야 관리의 실태참조)

 

전국에 30개의 본산을 정하고 모든 사찰을 본산 아래의 말사로 편입시킨 30본산체제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파괴했다는 것이 불교 연구가들의 중론이다. 일제하 불교계가 무슨 이유에서 이런 체제를 도입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병합을 허락받아야 하는 사찰령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사찰령과 본산제는 불교계가 자주권을 상실하고 관권에 예속되게 했으며, 주지 권한의 비대화는 주지전횡 시대로 이끌었다. 설상가상으로 1926년에 대처식육을 허용하는 사법이 개정됨으로써, 한국불교의 청정승풍은 무너져 내렸다.(2020 3 16 법보신문)

 

이처럼 불교계에서는 사찰령을 한국 불교를 타락시킨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이름만 바꿔 사찰에 대한 감독이 존속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령은 1962 불교재산관리법으로 바뀌는데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 들어온 일본계 불교의 규제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찰령이 가직고 있던 독소 조항은 그대로였다고 불교계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1987 전통사찰보존법으로 대체되었고, 현재는 ‘전통사찰의 보존 지원에 관한 법’으로 법명이 변경되었으나 국가의 규제는 여전히 존속되고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국내 유명국립공원마다 있는 사찰의 소유권을 마냥 인정해 수만은 없다. 오래 전부터 자리에 터를 잡은 전통사찰이지만 소유권을 주장할만한 어떤 법적 문서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종의 위탁관리처럼 사찰에 징수권리를 형태로 유지하고 있으니 매번 화근이 될 수 밖에 없다.

 

레저 인구가 늘어나면서 법령의 손질이 필요한 때인 것은 맞다. 예를 들어 설악산에 가면 볼 것이라고는 신흥사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으니 사찰의 입장료 징수에 불만이 없었던 것 뿐이다. 사찰을 거치지 않고 있는 우회 등산로를 만든다든지 징수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위에 소개한 청와대 청원에 따르면 현찰로만 징수한다고 하니 눈 먼 돈으로 밖에 없을 뿐더러 요즘 누가 현찰을 사용하는가? 게다가 그 수익이 국립공원의 유지 보수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처럼 국립공원제를 실시해서 국립공원입장료를 받고(연중 패스같이 징수방법을 다양화시키면서) 수익의 일부를 전통사찰에 지원금 형태로 주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지금 시민들이 갖는 불만의 본질은 돈을 안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돈을 받느냐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번 사태를 종교 편향이라고 문제삼고 있지만 등산인구의 증가 속도가 모든 종교 신도의 감소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민감한 시기에 괜한 정치 개입 시비에 끼어들지 말고 지혜로운 결단을 내리는 불교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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