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뒤끝]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일찌감치 새정부 2인자 예약
[뉴스 뒤끝]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일찌감치 새정부 2인자 예약
  • 지유석
  • 승인 2022.04.15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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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저지 위해 한동훈 카드 꺼낸 윤석열 당선인, 신의 한 수 일까?
존 F. 케네디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 바비는 형 케네디 행정부에서 실질적 2인자 구실을 했다. Ⓒ 사진 출처 = 가디언
존 F. 케네디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 바비는 형 케네디 행정부에서 실질적 2인자 구실을 했다. Ⓒ 사진 출처 = 가디언

고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강력한 냉전정책을 펼쳤다. 특히 쿠바 피델 카스트로 정권 전복을 위해 여러 차례 비밀 군사작전을 펼쳤다. 

그런데, 정부 안에서 이 비밀 작전을 총지휘한 사람이 따로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친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부장관이었다.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의 정권 전복 작전을 번번이 무력화시켰고, 이러자 대통령인 형 존이 동생에게 작전을 맡긴 것이다. 

법무부장관인 ‘바비’ 케네디가 비밀 군사작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선 형인 존 F. 케네디가 명목상 법무부장관 자리를 주고 행정부 운영의 실질적 책임을 바비에게 맡겼다는 게 정설이다. 즉, 법무부장관 직책은 형이 동생에게 준 위장신분이었던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냉전 역사를 연구한 마이클 돕스는 자신의 책 <1962>에서 바비 케네디의 역할을 이렇게 적는다. 

“법무부 장관(로버트 케네디)을 가운데 두고 CIA, 펜타곤, 국무부 간부들이 반원행태로 앉았다. (중략) 법무부 장관이라는 직책은 바비의 진짜 역할을 숨기고 있었다. 정부 내 2인자나 다름 없는 바비는 본 업무 외에도 ‘스페셜 그룹’이라는 비밀 위원회를 주관했다. 이 기구의 목적은 카스트로를 ‘제거’하고 쿠바를 공산주의자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동생이 이 기구에 추가로 투입된 사실은 ‘보강’이라는 모호한 말로 표시되었고, 이것은 다른 정부기관에서 이 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대중 민주주의를 먼저 꽃피운 미국에서,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당선된 존 F. 케네디가 동생을 비선실세로 두고 정부를 운영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세계엔 2인자는 늘 존재했다. 케네디 형제의 사례는 민주국가라고 해서 이 같은 경험칙에서 예외는 아님을 입증하는 셈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비선실세’, 국민 받아들일까?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이제 5월이면 새 대통령을 맞는 한국에서도 비선실세가 등장했다. 바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 조직에 재직하던 시절 한 후보자는 오른 팔로 통했고, 실제 윤 당선인은 검찰 총장 시절 한 후보자를 요직에 기용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새정부에서 한 후보자가 요직을 맡으리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발탁은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게다가 한 후보자는 40대인데다, 현 김오수 검찰총장 보다 사법고시 7기수 아래다. 기수에 따른 위계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서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영전은 파격 그 자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파격을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한 후보자 지명 소식이 나오면서 세간에선 그가 새정부의 실질적 2인자 역을 맡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 등이 인사 검증 역할을 맡으리라 공언한 상태다. 따라서 법무부장관의 소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윤 당선인의 측근이 후보 지명을 받았으니, 2인자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법무부장관은 독자적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강행해도 검찰은 특수수사 기능을 유지한다. 

사실상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을 저지하기 위해 대놓고 한동훈 카드를 꽂아 넣은 셈이다. 윤 당선인이 몸소 구현하는 ‘대통령-검찰 동일체’ 원칙이 한동훈으로 완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즉, 무슨 일을 도모하려면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단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잘못된 인사가 원인이었다. 그 잘못된 인사 중 하나가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 기용이다. 

우리나라라고 비선실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예외 없이 뒤끝이 좋지 않았다. 박근혜 전 정부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나며 불명예 퇴진했다. 앞서 김영삼 정부는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이 실세 구실을 하다 정권 말기 곤욕을 치렀다. 

윤 당선인이 한동훈을 가까이 두기로 한 건 나름 ‘신의 한 수’일지 모르겠다. 한 후보자가 정무감각이 뛰어나 새정부의 위기를 잘 방어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국민이 선출되지 않은 2인자의 존재를 쉽사리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윤석열 새정부의 앞날엔 기대 보다는 걱정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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