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귀환’ 알린 이재명, ‘팬덤’ 정치 위험하다
‘화려한 귀환’ 알린 이재명, ‘팬덤’ 정치 위험하다
  • 지유석
  • 승인 2022.05.14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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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환호에 적극 화답한 이재명, 첨예한 이슈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는데,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총괄선대위장이 온다는 소식에 현장은 술렁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는데,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총괄선대위장이 온다는 소식에 현장은 술렁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그는 오는 6.1전국동시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다. 여기에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았다. 

이 후보는 12일 오후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는데,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후보가 천안에 온다는 소식에 현장은 술렁였다. 개소식 시작 1시간 전부터 현장은 이 후보의 모습을 보러온 당원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주인공은 양승조 후보였지만, 적어도 인기 면에선 이 후보가 양 후보를 압도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과 쉴 사이 없이 인증샷을 찍었다. 사인을 요청한 지지자에겐 거리낌 없이 사인을 해줬다. 이런 모습은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을 방불케 했다. 

대선 이후 이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선거 후유증에 시달렸다.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이나 대형재난을 겪은 이들에게나 나타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윤석열 현 대통령의 당선을 바라지 않았던 이들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보면 이 후보의 등장에 반색하는 건 한편으론 다행스러워 보인다. 

이재명, 문재인 정부가 남긴 교훈 잊었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는데,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총괄선대위장은 지지자들의 환호에 적극 화답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을 찾았다. 이날 충남도지사 양승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는데,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총괄선대위장은 지지자들의 환호에 적극 화답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그러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의 환호를 즐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침 현장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제연)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후보 등 민주당 주요인사가 천안에 온다는 소식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압박하기 위해 달려온 것이다. 

이 중엔 단식 농성 중인 이진숙 지역 인권활동가도 있었다. 이진숙 활동가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이렇게 강압적으로 하면 안된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에 근접했었다. 개표 초반엔 이 후보가 윤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유력하고, 그래서 당은 이 후보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호출한 것이다. 아니, 지지자들이 당에 압력을 가해 그를 불러냈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이 후보가 국회입성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을 점한다. 이 후보의 위치를 감안해 보면, 우리 사회에서 터져 나오는 수많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공론의 장으로 나온 이후 줄곧 첨예한 쟁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이 후보가 활동가들의 호소에 ‘강압적’이란 표현을 쓰며 자리를 피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이진숙 활동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압은 힘이 큰 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가장 힘이 큰 그는 왜 한 시민의 요구를 ‘강압’으로 받아들였을까?”라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팬덤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려는 모습은 정치인으로서 부적절 하다. 사실 문재인 전 정부가 정권 연장에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도 ‘문파’로 불린 극렬 지지자들의 준동이 아니었던가? 

이래저래 이 후보의 행태에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저 딱 하나, 팬덤에 편승하지 않기 바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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