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교황, 원주민에게 고개숙여 사죄
프란시스 교황, 원주민에게 고개숙여 사죄
  • Michael Oh
  • 승인 2022.07.30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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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행한 원주민 기숙학교
“이런 역사가 끔찍한 잘못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

[뉴스M=마이클 오 기자] 프란시스 가톨릭 교황이 역사적인 사죄를 행했다. 아메리카 대륙 개척 당시 정부와 교회가 기숙학교를 통해 원주민에게 자행한 만행에 대한 속죄다.

용서 구하는 프란시스 교황(허핑턴포스트)
용서 구하는 프란시스 교황(허핑턴포스트)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월요일(7월 25일)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의 소식을 전했다. 교황은 캐나다 도착과 함께 제일 먼저 앨버타주 에드먼턴을 찾았다. 옛 기숙학교가 있었던 터에서 교황을 기다리는 기숙학교 생존자와 수많은 원주민을 만나기 위해서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나는 수많은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향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라며 사죄했다.

19세기부터 1970년대까지 지속된 기숙 학교는 원주민 동화 정책의 일환으로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가 주축이 되어 강제 이송 및 언어와 문화 말살 교육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백오십만 명에 이르는 원주민 어린이가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분리됐다. 기숙 학교 입학 첫날부터 고유 언어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은 금지되었고, 낯선 언어와 문화가 억압적으로 주입되었다.

서구 문명과 기독교의 우월성을 믿었던 독단이 원주민 생명과 문화의 존엄성을 짓밟은 종교 폭력이었다.

캐나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이를 가리켜 ‘문화적 인종청소’라고 칭하기도 했다.

문화와 정신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기숙학교가 지속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 폭력과 억압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이런 학대와 고립은 후유증으로 인한 알코올 및 약물 중독으로 이어졌으며, 세대를 거듭하여 원주민 사회 전체를 무기력하고 폐쇄적으로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기숙학교에서 육체적 성적 학대가 만연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수많은 기숙학교에 학생들의 매장지가 발견되었고, 학대의 정황과 증거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비극은 단지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륙 개척의 역사를 겪은 곳이라면 어디든 공통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한 가톨릭 교회 뿐만 아니라 개신교 교회도 적극 참여했다. 

프란시스 교황은 이런 비극 앞에서 교회의 과오와 책임을 분명히 인정했다.

“기독교 신앙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바는, 이런 역사가 끔찍한 잘못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특별히 교회의 수많은 구성원과 공동체가 최소한의 가책도 없이 문화 말살과 동화 정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사죄합니다.”

교황의 진심 어린 사죄는 여행 일정을 통해서도 잘 나타났다.

올해 85세가 된 노령의 교황은 무릎 인대 파열로 인해 이달 초 예정되었던 아프리카 방문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교황은 이 여행만큼은 단호하게 강행했다고 한다. 결국 교황은 캐나다 도착과 함께 휠체어에 몸을 실어야 했고, 크리 부족의 네 부족장의 도움을 받으며 행사장으로 나가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죄를 지켜본 원주민은 오랜 세월 고여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슬픔보다는 비로소 맛보는 해방감에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 넘쳐나던 분노와 응어리의 수위가 조금씩 낮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원주민들과 장로들은 북소리에 맟춰 춤을 추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환호와 함께 원주민이 부르는 승전가를 함께 불렀다. 오래된 갈등과 고통의 역사를 향해 비로소 승리를 알리는 노래다.

교황의 사죄에 눈물 흘리는 원주민 (허핑턴포스트)
교황의 사죄에 눈물 흘리는 원주민 (허핑턴포스트)

한편 수많은 원주민이 역사적인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한 원주민이 연합 [연합통신]과 인터뷰에서 남긴 소감이다.

“이제 고인이 된 부모들이 더 이상 여기에 함께 할수 없다. 내 부모 부모뿐만 아니라 나도 기숙학교를 갔다. 나는 그들이 나와 함께 여기 있으며, 지금 이 사죄를 듣고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펠리샤 크라이어 호세인은 어머니를 대신해서 플로리다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원래는 삼손 크리 부족 박물관 건립을 도왔던 어머니가 오기로 했지만, 지난 5월에 영면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대신해서 부족의 장로들과 공동체를 위해 왔습니다… 사죄가 일어났던 일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사죄는 분명 이들에게 많은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프란시스 교황도 이번 사죄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그는 기억이 오래된 상처를 자극하고, 심지어 그가 여기 오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될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관심을 막을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기숙학교를 포함한 동화정책과 강제 신분 변경 정책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 재앙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관련기사> https://www.huffpost.com/entry/ap-rel-canada-pope_n_62dedc3ae4b0a6852c3aca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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