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설교'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저주 설교'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 정운형
  • 승인 2011.04.18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버려질 막대기

얼마 전,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의 '대심방' 기간을 맞아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신 A 목사님께서 저희 집에 심방을 오셨습니다. 제가 개혁연대의 집행위원장이 됐다는 말씀을 들은 A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집안에 뱀이 들어오면 막대기로 뱀을 버린다. 그리고 그 막대기도 버리는 법"이라고. 비록 이 일이 누군가 해야 할 필요한 일인 건 맞지만, 목사를 대적하면 결국 그 막대기처럼 버림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정 목사가 개혁연대에서 나와서, 목회에 전념하도록 설득하라"고 아내에게 충고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그 목사님의 그런 경고는 제가 개혁연대에서 일한 이후, 매년 대심방 기간마다 반복되었던 레퍼토리였습니다. 이런 유의 저주성 발언들에 대해 진작 저에게 '예방주사'를 맞은 아내가 불안해하거나 흔들릴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협박에 가까운 권면을 매년 듣는 아내의 마음이 이번엔 좀 불편했나 봅니다. 심방이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제게 전화하여 '제보'(?)를 하더군요. 좋은 이야기도 자꾸 들으면 질리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 역시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내와는 좀 다른 이유로 몹시 불쾌했습니다. 그래도 '목사'라고 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다니. 과연 선지서의 메시지를 읽었고, 예수님의 인생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분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의도는 다르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목사님은 A 목사님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했던 사례를 되짚어 보면, 습관적 죄악을 저지르던 사악한 목사들의 무기가 바로 이러한 논리였습니다. 담임목사의 부정과 불법에 대해 묻거나 지적하는 교인들을 향해 표적·저주 설교를 하는 것은 상담했던 교회들에서 아주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B교회 C 목사는 목사를 수십억이 넘는 교회 재산을 자기 것처럼 쓸 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도와의 추문까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불만들이 몇몇 성도들로부터 나오자, 본인이 없는 새벽 예배 시간에 그들을 표적삼아 저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말한 뱀 치운 막대기 논리를 펴면서, 자손들이 병들거나 망할 거다, 사업이 망할 거다, 가족이 병들 거다, 교통사고로 죽을 거다 등등.

이런 행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노골화되어, 당사자가 있는 주일예배 시간에도 저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해당 교인들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나마 교회를 떠난 이들은 용기라도 있는 사람들이지요. 목사의 저주로 공포감에 휩싸인 일부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조차 두려워, 목사가 원하는 대로 '회개'를 하고 교회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선지자적 삶을 살다 보면 그 막대기와 같이 버림을 받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포함한 수많은 선지자들이 버림을 받았습니다. 외면당하고, 따귀를 맞고, 심지어는 죽임까지 당했지요. 심지어는 예수님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가족들, 동네 사람들, 동족들에게까지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막대기를 버리는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지자와 예수라는 막대기를 버린 이들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기심과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하나님의 선지자와 아들을 버렸습니다(막 12장, '포도원 농부의 비유' 참고). 탐욕과 이기심에 노예가 된 '사람'은 예수님을 버렸지만, 하나님은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벧전 2:4)" 막대기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막 13:13). 하지만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지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목사를 대적해서 버림받을 것이라는 저주를 들은 분이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를 그렇게 쉽게 버리시는 분도, 저주하시는 분도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버림을 받는다면, 하나님의 뜻과 공의가 불편한 이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거나 핍박을 받겠지요. 이로 인해 받는 저주의 발언, 욕설, 불이익 등은 모두 하나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며 갚아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것이 가장 복된 길입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10)."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분의 길을 따르는 목사라면, 사람에게 버려지더라도 하나님께 택함을 입는 막대기의 삶을 따르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A 목사님께서야 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만, 이는 예수님 길을 따르지 말라고 하신 것이니 제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전화로 그 이야기를 전하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제자의 길이니, 그래야 한다면 기꺼이 버림받자!"

교회 개혁의 동지 여러분! 버림받는 막대기가 될 각오가 되셨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의 보배가 되시기에 충분하십니다.

정운형 /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 한국 <뉴스앤조이>에도 실린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