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종파 집단행동, 국가 중요시설까지 점거하다
이단 종파 집단행동, 국가 중요시설까지 점거하다
  • 지유석
  • 승인 2023.03.20 0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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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리뷰⓺] ‘나는 신이다’ 6편 ‘만민의 신이된 남자’
세계적인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지난 3일 공개한 다큐멘터리 8부작 ‘나는 신이다’가 화제다. JMS 정명석, 오대양 집단살인사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종교집단의 속살을 다뤘다. 본지는 8부작 다큐멘터리를 에피소드 별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1999년 5월 MBC ‘PD수첩’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비리를 방송하려 하자 이 교회 신도들이 MBC에 난입해 방송이 중단되는,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 넷플릭스
지난 1999년 5월 MBC ‘PD수첩’이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비리를 방송하려 하자 이 교회 신도들이 MBC에 난입해 방송이 중단되는,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 넷플릭스

최근 한국 교회하면 사람들이 얼른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집단행동’이다. 정통 이단을 가리지 않고 ‘우리 목사님’의 비리를 고발하면 집단행동을 벌이며 반발한다. 

만민중앙교회는 이런 집단행동의 ‘기념비적’ 성과를 낸 곳이다. 지난 1999년 5월 11일 MBC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 < PD수첩 >은 이 교회 이재록 목사 비리를 다룬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 우리 목자님!’편을 방송하려 했다. 

이때 이 교회 신도들이 MBC 당시 여의도 사옥으로 그야말로 ‘쳐들어가’ 집회를 벌였다. 만약 이들의 집단행동이 이렇게 반대집회로 그쳤으면 단순 해프닝 정도로 회자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사의 심장부이자 국가 중요시설인 방송 주조정실로 난입했고, 이로 인해 급기야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이재록편 ‘만민의 신이된 남자’는 당시 상황을 소환한다. 기자 역시 방송 전 기대를 갖고 프로그램 방송 시간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TV화면에 나오는 ‘그림’이 오락가락했고 그래서 의아해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주조정실에 난입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MBC 후속보도로 알게 됐다. 

언론 보도에 불만을 품은 종교단체, 보다 구체적으로 대형교회 신도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일이 없지는 않았다. 

바로 1년 전인 1998년 4월 MBC <시사매거진 2580>은 금란교회 고 김홍도 담임목사의 각종 의혹을 다룬 ‘길 잃은 목자’ 편을 방송한 적이 있었다. 이때 금란교회 성도들은 MBC 앞에 몰려 들어 항의집회를 벌였다. 

하지만 이렇게 방송 주조정실에 난입한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고, 지금도 한국 방송 역사상 최악의 방송사고로 꼽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 두고 MBC 직원 중 누군가가 만민중앙교회 출석 성도였고, 이 직원이 조력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병고침 은사로 ‘신’에 등극한 이재록 

이재록은 병고침 사역으로 교세를 확장했다. 이 점은 서울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와 유사하다. 이재록이 벌이는 병고침 사역이 진짜였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역을 목격한 신도들이 이후 이재록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인 건 사실에 부합한다. 

이재록 스스로도 자신이 직접 하나님에게 병고침 은사를 받았다고 확신 한 듯하다. 그가 정통 교단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직통계시를 거리낌 없이 주장하고, 원 소속교단인 예수교대한성결교회가 이단 판정을 했음에도 교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을 정도로 성도들의 믿음이 굳건했으니 말이다. 언론을 향한 집단행동은 이런 믿음의 연장선상에서 나왔으리라는 판단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겠지만 이재록 행태와 추종자들의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집단행동은 비단 ‘이단’ 종파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고 김홍도 목사 역시 자신이 고난 받는 종인양 코스프레 하면서 성도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겼고, 이에 대해 성도들은 적극 화답했으니 말이다.

아마 지금 이단 사이비 종파는 물론, 정통으로 자처하면서도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대형교회들은 ‘나는 신이다’ 시리즈가 불편할 것이고 그래서 ‘사탄 마귀 들린 대중문화를 멀리하라’고 설파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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