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천박한 역사인식 윤석열 대통령, 미국은 반색한다
[시론] 천박한 역사인식 윤석열 대통령, 미국은 반색한다
  • 지유석
  • 승인 2023.04.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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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식 여과 없이 표출, 국빈방문에 따른 ‘비싼’ 대가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시간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시간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유럽은 지난 100년간 수차례 전쟁을 경험하고도 전쟁 당사국끼리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일본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가 공개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실로 놀랍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노동 정당 외교 국방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일본에 무슨 은혜를 입었는지 일본에 무엇이든 퍼주려고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뷰 내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유럽은 지난 100년간 수차례 전쟁을 경험하고도 전쟁 당사국끼리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는 윤 대통령의 말은 반쪽짜리 진실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적대관계는 한일 관계 보다 훨씬 더 뿌리 깊다. 그러나 지금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핵심축이고, 두 나라간 우호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돈독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흔히 독일 전후정치는 ‘동방정책’(Ostpolitik)으로 요약되기 일쑤다. 하지만 그 이전 콘라드 아데나워를 축으로 하는 기독교민주당(CDU) 보수 집권세력은 ‘서방정책’(Westpolitik)을 기치로 내걸고 서방과의 화해를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서로의 핵심 자원인 철과 석탄을 공동 관리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같은 공감대는 유럽공동체(EC)의 핵심 토대였고, 이 토대는 EU로 발전해 나가기에 이른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보수 집권세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빌리 브란트, 그리고 핵심 외교 정책 브레인 에곤 바는 옛 소련과 동유럽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동방정책 추진 과정에서 빌리 브란트는 인접국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 민족을 대표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죄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행동을 취했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강한 독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경향은 독일 통일 이후에도 이어져 EU 확대를 두고 영국과 프랑스가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국은 EU로 지평이 넓어지면 독일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경계한 반면, 프랑스는 독일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선 EU라는 기구에 묶어 두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이 논쟁은 독일의 오랜 숙적 프랑스의 승리로 귀결됐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독일 통일을 승인했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보다 강한 독일을 원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 등 서방은 독일의 군사적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니 말이다. 

반면 일본은 독일과 정반대의 길을 갔다. 일본은 이제껏 그 어떤 전쟁범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은 냉전시절엔 옛 소련의 팽창을 저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지금은 중국의 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 같은 행태를 수수방관했다. 여기에 일본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넘보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한다. 윤 대통령의 WP지 인터뷰는 현대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무지를 개의치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반길 것이다. 중국을 제어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일본, 그리고 하위 연결고리인 한국이 고분고분해야 하니 말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시간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이 친일 인식을 미국 유력 언론에 거침없이 드러내는 건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국빈 방문에 따른 대가라니 실로 어처구니 없다. 

이 나라의 운명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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