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과 재앙의 정치학
미라클 모닝과 재앙의 정치학
  • 김기대
  • 승인 2023.06.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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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투사 윤석열과 대북회담제안 기시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을 묻는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31 새벽  6 29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경계경보가 대청도 백령도 지역에 발령되었고 이후 행정안전부가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먼저 대피할 있도록 해달라"는 경고문자를 보냈다. 1 뒤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또는 지하로 대피하십시오. 총무부 소방청"이라는 내용의 경고 문자가 발송됐다.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사장에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호’에 실어 발사했으나 엔진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 우주 개발국은 발사후 2시간 30분만에 실패를 인정했었다.

결국 오발령으로 결론난 이번 해프닝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라클 모닝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란 엘로드가 지은 책을 통해 유명해 단어다. 책의 부제 ‘당신의 하루를 바꾼 기적 아침-6분이면 충분하다’ 내용을 담은 자기 계발서다. 하루 일을 시작하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기도나 명상, 공부, 운동 등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과는 다르다. 스펙이 목적이 아니라 순전한 의미의 자기 계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난기 있는 비아냥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시름 놓은 후에 나타난 반응이지 꼭두 새벽부터 전해진 이런 경보에 국민이 경악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안보위기와 일본을 제외한 주변국들과의 강성 대결 구도가 계속 보도되던 터라 어느 정부의 경보발령보다 국민들을 놀래키게 했음은 틀림없다더군다나 일본에 내려진 발령은 북한이라는 주체가 명시되어 있고 대피 장소도 알려져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그것에는 이러한 내용도 빠져 있었다.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는 ‘재앙의 정치학(홍기빈 옮김, 21세기 북스)’에서 인류에게 위협을 주었던 여러 재앙을 다룬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코로나19 팬데믹부터 화산 폭발로 멸망한 고대 도시 폼페이, 중세의 페스트,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다룬다. 한국의 코로나 슈퍼전파자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지진 같은 자연참사부터  전쟁 같은 지정학적 참사 등도 그의 분석 대상이다.

그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말할 때는 의외로 다른 지역의 재앙에 비해서 매우 건조하게 다룬다. 사고로 사망자는 많았지만 이후에  “보건 면에서 사람들이 입은 피해가 적다”고 말한다. 오염으로 인한 질병은 잠복기가 매우 있다는 점은 언급안한다.

퍼거슨은 재앙의 역사를 돌아보려면 반드시 문화사 정치사 경제사를 살펴야한다고 주장한다. 재앙의 대처 능력에 있어서 이들을 종합하는 정치력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코로나 위기가 트럼프때문에 악화되었다고 에둘러 말하며 정치를 문제 삼는다. 소련이 체르노빌 이후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이야기‘우한발 코로나’(그는 단정짓는다) 중국의 숨기려는 정치때문에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도 포함되어 있다.

어떤 재난이든"인간의 네트워크와 정치경제적 행동이 재난의 성격을 좌우”하며 “동일한 재난에 정치사회적 구조와 국민들의 참여에 따라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의 차이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인재와 천재를 나누는 구분은 의미없으며 네트웍과 정치 사회적 구조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그는 과거의 전쟁에 대해서는 다루었지만 다가올 전쟁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하지 않는다. 그의 곳곳에서 미국의 국제 경찰력을 믿는 듯하다물론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지만 미국이 모든 나라를 '훈육'할만한 도덕적 중립적 지도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다.

경제력을 앞세운 중국의 부상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점에 있어서는 나도 동의한다. 국력이라는 것이 경제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시민사회 시민들의 네트웍등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인데 적어도 미국사회 내부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이런 종류의 시스템을 무시할 없다. 범죄와 총질, 홈리스가 미국사회 저변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작은 단위로 돌아가는 수많은 시민활동과 인권활동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다른 힘이다.    

그런데 퍼거슨의 책에서 꽂힌 마디는 중국은 미국을 결코 넘을 없지만 중국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자초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중국이 그런 유혹에 넘어갈 있다는 듯이 말하지만 나는 중국의 과대 평가가 지금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뒤로는 중국과 교류하며 겉으로는 중국 위험론을 전파하는 미국의 정치 언론 환경이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일부러 ‘재앙’ 상황을 초래하는 재앙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을 보자. 이번 경보 발령이 정말 실수였는가혹시 주변국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재앙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을 겁박하는 ‘재앙의 정치학’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아닌가 묻고 싶다지난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북한에 대화를 제안했고 이틀만에 북한측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 제안이 미국과 일본의 사전 협의가 없이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실패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은 실패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반면에 북한측이 표현한  ‘인간 자체가 싫은’ 윤석열은 미국의 재앙의 정치학의 대리인을 자랑스럽게 수행하고 있는 같아 씁쓸하다

‘재앙의 정치학’의 원제는 Doom: The Politics of Catastrophe. Doom 파멸을 의미한다. 제발 윤석열 정부가 재앙의 정치학에 의존한 경보를 울리지 말고 ‘눈떠보니 선진국’같은 기적의 아침을 선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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