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부활예배 참석 윤석열 대통령, 자기가 받을 심판 불러들이다
[시론] 부활예배 참석 윤석열 대통령, 자기가 받을 심판 불러들이다
  • 지유석
  • 승인 2024.04.0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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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례 참여 윤 대통령 ‘한 잔’ 하듯 포도주 들이켜, 신학적 경고 무색 
윤석열 대통령은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부활절은 그리스도교 최대 절기 중 하나다. 이날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지구상 모든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살아나심을 기린다. 올해 부활절은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이었고, 각 교회나 연합체 별로 부활절 감사예배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와 함께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으로 기이하다. 그간 윤석열 정부가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한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이란 의심이 여전하다. 

게다가 부인인 김건희 여사는 디올 명품백 수수의혹을 받으며 잠행 중이다. 김 여사에 진심인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아무런 공식 일정에 모습을 드러낼 처지가 되지 못하자, 독일 국빈 방문일정까지 취소하기까지 했다. 

지금 한국은 4.10총선을 9일 남긴 시점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정권심판을 의제로 들고 나왔고, 일정 수준 '먹히는' 상황이다. 

예배가 열린 장소도 낮은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수년 간 보도했듯 명성교회는 힘과 돈, 그리고 10만이 넘어가는 신도수를 앞세워 교단 헌법은 간단히 뭉개고 세습을 완성했다. 오히려 교단 내부에서 세습 비판론이 일자 엉뚱하게 동성애 혐오 설교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사실 한국교회, 특히 보수대형교회가 보수 권력과 결탁한 건 새삼스럽지 않다. 명성교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권력과 유착관계를 과시해왔다. 숨진 전두환 씨도 생전에 명성교회 예배에 참석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 대형교회와의 연도 끈끈하다. 

이제 보수교회와 보수권력의 결탁을 비판하는 일도 무의미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진보진영에서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지 않았나? 

오히려 보수교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라는 연합체를 꾸려 개혁 요구에 맞섰다. 지금은 한기총이 사실상 식물화됐지만 한교총이라는 보수연합체가 등장해 명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보수 교회가 존재하는 한, 보수권력과의 결탁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 감히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제 보수교회와 보수권력은 예배 의식까지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슨 말이냐면,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성찬례 예식에 참여했다. 

개신교·가톨릭·정교회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고자 그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와 몸을 상징하는 빵을 나눈다. 윤석열 대통령도 성찬예식에서 포도주를 마셨는데, 그 모습이 술집에서 한 잔 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술에 진심이라는 건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이렇게 교회 예식에서까지 술에 진심인 모습을 보이는 건 심히 불쾌하다.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억하는 예배에서 말이다. 

성찬례를 훼손하면 심판이 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했다. Ⓒ 사진 출처 = 대통령실

여기까지는 인상비평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제부터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인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적는다. 

“그러니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 고린도전서 11:27 (공동번역)

예수 그리스도께선 절대자의 자리를 버리고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목숨을 다해 섬긴 분이다. 검사로서 오로지 권력만 누렸던 윤석열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삶을 살아온 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더구나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온갖 부조리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윤 대통령에게 빵과 포도주를 순순히 내준 건, 사도 바울의 경고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욕보인 심각한 행위인 것이다. 

이런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배를 집례한 자들은 기꺼이 빵과 포도주를 윤 대통령에게 내줬고 윤 대통령은 술집에서 한 잔 하듯 포도주를 집어 삼켰다. 

그러나 한편으론 감사하다. 사도 바울은 "주님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자기가 받을 심판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도 바울의 말씀대로라면 윤 대통령도 자신이 받을 심판을 불러들인 셈이다.

그 심판이 어떤 형태로 다가올까? 실로 흥미로운 신학적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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