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신학대학 학위 숭배 사상 개혁해야
영미 신학대학 학위 숭배 사상 개혁해야
  • 권성권
  • 승인 2012.02.28 02: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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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남태현의〈영어 계급사회〉

▲<영어 계급사회> / 남태현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224쪽 / 1만 2000원
우리 집 둘째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함께 다녔던 어린이집도 이제는 셋째만 데려다 주면 된다. 그런데 오늘 녀석과 함께 가는 길목에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배운 영어 몇 마디를 내게 자랑해 보였다. 한쪽으로는 신기하면서도 또 한쪽으로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조기 영어 교육을 받는데, 그 아이들이 모두가 영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할까? 그 아이들이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 입시를 보고 직장인이 되어서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걸까?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아이들 모두가 영어를 쓰는 건 아닐 테고, 오직 영어를 필요로 하는 이들만 쓸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동사무소에서 주소를 이전할 때나 여권을 만들 때도 이름 석 자만 영문으로 쓰면 된다. 은행에서도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전담 직원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그것은 대형 우체국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심지어 우리나라의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필요로 하는 몇몇 직원만 영어를 잘하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상한 흐름을 타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어 조기 교육이 광풍이고, 초등학교에서 국어 선생을 뽑거나 심지어 공무원 시험에도 영어 시험이 필수다. 실제 생활에서 쓰는 이들은 제한돼 있는데도 모두가 영어에 미쳐 있는 꼴이다. 마치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처럼 유교 경전을 달달 외우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태현의〈영어 계급사회>는 그 현상이 우리나라가 미국을 숭배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세계화의 논리가 그것이다. 영어만 배우면 우리도 미국처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2011년 3월 현재 미국 정부가 중국에 빚진 돈은 한국 돈으로 1조 2865억 원이고 미국 재정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고 냉전 당시와 달리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거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영어는 세계 공용어가 아니라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는 언어는 중국어로 약 10억 명이 쓰고, 그다음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약 3억 명, 인도의 힌디어와 아랍어를 약 2억 명, 러시아어와 일본어를 약 1억 4000명 정도 쓰고 있고, 유엔의 공식 언어도 아랍어,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 등 여러 가지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영어에 미쳐 있다. 조기 교육을 비롯해 조기 유학까지, 대학 입시 제도와 어학연수와 취업 시험까지 모두 영어가 도배하고 있다. 과연 그런 교육과 제도를 통해 우리가 모두 혜택을 보고 있는 걸까? 아니다. 돈은 그만큼 쏟아붓지만, 우리나라의 영어 실력은 세계에서 하위다.

그렇다면 영어 광풍의 진정한 수혜자들은 누구일까? 남태현은 영어와 관련된 사업자들, 이른바 우리나라의 기업화된 영어 학원이 그 첫째요, 둘째는 토플과 토익 시장의 최대 물주인 ETS, 셋째는 한국의 학원 사업에 투자하는 외국의 투자자들이라고 한다. 거기에다 또 하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유학생들이 미국에까지 가서 먹여 살리는 미국의 대학들 말이다. 그것도 신학대학들이 참 많다.

이쯤 해서 우리나라의 교계에서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지 않을까? 이른바 외국의 신학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추앙하고 숭배하는 경향 말이다. 실제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목회 후임자를 내정할 때 외국에서 유학한 박사학위 소지자를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짙다. 그것은 현재의 중형 교회들도 같은 흐름이다.

하지만 영미권의 신학대학에서 가르치고 학위를 주는 신학 사조는 분별해야 할 게 많다. 또한,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우리말로 수업을 듣는 신학대학도 더러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지부처럼 들어와서 비싼 수업료를 받아 가고 있는 외국의 신학대학들이다. 이른바 우리나라의 대형 교회와 조인해 있는 곳 말이다. 그마저도 우리말로 수업한다.

다만 영미를 비롯하여 이스라엘에서 성실하게 공부하여 한국의 신학계와 교계에 신선한 성경 연구를 하게 만든 이들도 더러 있다. 그분들에게는 한국교회가 큰 빚을 진 게 사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성경의 본문과는 떠나 있는 목회자들과 부흥사들이 한국교회를 더더욱 어지럽혔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두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구체적인 정책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국가 경영 차원의 문제입니다(194쪽)."

남태현은 이 책에서 국가의 정책과 경영을 바꾸도록 촉구한다. 우리나라 정부가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를 필수로 하던 제도를 바꾸는 것, 외국의 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대학들에 높은 평가 점수를 줬던 제도를 바꾸는 것, 그리고 대학 입시도 영어 대신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외국어를 선택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제는 그걸 한국 교계에서도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무조건적인 외국의 학위 수여자들을 신학대학의 교수로 채용하는 풍토를 정책적으로 바꾸고, 외국의 신학대학이 한국에 자리를 깔고 한국말로 수업하면서 등록금을 가져가는 '학위 장사'도 개혁하고, 외국의 신학대학 학위자를 목회의 후임자로 선호하고 숭배하는 일들을 개혁하는 것 말이다. 무조건적 친영미 숭배 사상이 한국교회를 오염시켜 온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 이 기사는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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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 2012-03-12 22:55:06
영어 공부가 무슨 미국 숭배인가? 세계나가서 여행해보라, 한국말 하는 외국인 단 한사람도 없다. 우물에 갖혀 살고싶고,영어 공부 하기 싫으면...,혼자 살아가시길..., 이글쓴이는 해외 경험이 없거나, 한국 가이드 품에서 안내 받고 온이가 분명....,

잘못된 정보를...쯔 2012-03-04 16:30:35
미국이 중국에 빚진 돈은 한국 돈으로 1조 2865억원, 이건 껌값 밖에 안되죠..잘못 인용해서 사용하신듯..

Boston 2012-03-02 03:17:36
한국인들의 영어광풍 현상에 대한 일리있는 주장도 많지만,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아니라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10억 명이 사용하는 중국어와 2억 명이 사용하는 힌디어, 아랍어는 자민족 이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페인어는 중남미와 미국 남서부에서 두루 사용되므로 제2의 세계 공영어일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불어권지역이라 불리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최근들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것, 인도 안에만 수십 개의 다른 언어가 있어, 결국 주요 학회나 정부기관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민족/지역/문화를 넘어서는 공영어는 영어입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을 숭배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주장이고, 중국이 미국을 조만간 따라잡을 것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경제규모/저가 노동력을 통한 제조업 분야에 대한 이야기이지, 중국 전역과 미국 전역을 제대로 여행해보면, 과연 중국이 50년 이내에 미국의 사회의식, 교육제도, 도시인프라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도 작고 천연자원도 없는 나라이므로, 결국 '사람'만이 자원이고, 그래서 다른나라보다 더 많은 교육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부가가치 산업에 힘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모든 한국인이 영어교육에 이렇게 열광해야 하는지는 저도 의문이나, 우리는 사람 이외에는 자원이 없음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