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펠리사이드 팍. 뉴저지에서도 그 규모가 큰 편인 한인 타운이다. 그중 브로드 에비뉴는 그 한인들이 상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미국인지 한국인지 분간하기 힘들만큼 한글 간판이 즐비하다. 빵집부터 식당까지 한인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한가로이 상점들을 스쳐 가는 이들은 대부분 한인들이다. 그 사이로 서점이 보인다. 한국 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은 매주 일요일, 교회가 된다. 뉴저지 하늘뜻교회(한재경 목사)의 예배 처소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서점은 안식처다. 빼곡한 책을 봐도 마음이 풍성하다. 한국 책이 귀한 이민 사회에서 그 반가움은 더 크다. 평범한 서점은 예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된다. 서가를 배경 삼아 앉은 교인들은 강대상으로 변한 계산대 너머에서 설교를 전하는 목회자의 설교를 듣는다.
2006년 하늘뜻교회를 개척한 한재경 목사는 이 서점에서 일한다. 평일에는 마음의 양식을, 주일에는 영혼의 양식을 전하는 셈이다. 뉴저지 서밋(summit)에서 한 목사의 가족이 모여 예수영성·교회개혁·사회정의을 기치로 출발한 하늘뜻교회. 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교회는 여전히 소박하다. 교인은 10여 명 남짓. 이곳저곳으로 장소를 옮기다 올 초부터 이 서점에 정착했다.
<미주뉴스앤조이>가 하늘뜻교회를 찾은 6월 30일에는 '평신도 강좌'가 열렸다. 평신도 강좌라면 으레 '평신도를 대상으로 목회자들이 하는 강좌'를 연상하기 쉽다. 강대상에 선 이는 목사가 아니었다. 이날의 평신도 강좌는 '평신도가 전하는 강좌'였기 때문이다.
이날 평신도 강좌를 진행한 최 집사는 '나는 '교회'를 다니고 싶다 - 세이비어교회가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를 교인들과 나눴다. 5월 26일 1차 강좌에 이은 두 번째 시간이다. 최 집사는 워싱턴DC에서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이비어교회와 이 교회의 공동체 '토기장이의집'(The Potter's House)의 사례를 소개하며 하늘뜻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교인들에게 물었다.
최 집사는 강좌가 아니라 정보를 나누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나눈 '정보'에는 교회를 향한 평소 그의 고민이 묻어났다. 그는 '나는 '교회'를 다니고 싶다'는 주제가 "진정한 의미의 '교회'를 다니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다. 종교적 문화 양식으로만 존재하는 교회가 아닌,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신앙의 공동체가 아닌 복음의 본질을 살아내는 교회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최 집사는 토기장이의집 사례를 전하면서 그 희망도 내비쳤다.
워싱턴 빈민가에 터를 잡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세이비어교회가 품은 사회정의와 삶을 바꾸는 신앙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곳이 토기장이의집이다. 최 집사는 토기장이의집이 매주 다른 평신도 설교자들이 나서 지역 사회의 다양성을 흡수하고 복음과 신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고 했다. 결국 교회는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to do for somebody)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는 것(to be with somebody)인 셈이다.
이론적이고 도식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예배드리는 것이 교회의 의미라는 것이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라는 고백은 이미 흔하다. 문제는 현실과 유리된 고백이 교회를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많은 이민 교회가 목회자 개인의 개성에 따라 교회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담임 목사인 셈이다. 최 집사는 이런 교계 풍토에서 하늘뜻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고민을 던진 것이다.
평신도 강사의 진지한 나눔을 교인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들이 '우리 교회가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뜻교회는 한국의 협동조합 모델을 참고해 한인 사회에 적용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세이비어교회와 토기장이의집이 보여주는 커피 하우스 처치(Coffe House Church) 모델을 지역 사회에 세워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 조그만 교회는 건강하고 참된 교회의 의미를 되뇌이는 고민하는 교회인 셈이다.
한재경 목사는 평신도들과 함께 고민하며 지역 사회에 진정한 교회를 서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늘 모자란 재정이지만 대부분의 헌금은 선교와 구제에 사용한다. 운영비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 맨다. 한 목사는 하늘뜻교회가 예배드리고 있는 서점 같이 예배의 자리에 이웃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신앙과 사회정의가 함게 자라는 교회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많은 소형교회들이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모습은 흔하다. 소형교회 나름의 콤플렉스를 떨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 하늘뜻교회는 작은 교회 속에 작동하는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하늘뜻교회는 작지만 복음의 길목이 되어 오고가는 지역 이웃들과 함께 있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작은 교회의 고민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현진 기자 / jin23@n314.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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