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 김기대
  • 승인 2014.12.25 02: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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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주 통일운동에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의 이견을 줄이려는 다양한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 통일전략연구소 제공

1990년대 말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했을 때 이곳 통일운동은 이른바 ‘친북’일색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으나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한국 정치 상황에서 ‘통일’논의는 입에 올리는 순간 면책 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도 치도곤을 당하던 시대가 있었으니 말이다. 또한 1987년 이후 통일논의를 주도한 민족해방(NL)계열의 주장이나 운동방식은 준비가 안된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 많아서  남쪽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교민들이  통일을 입에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반면 북쪽에서는 설사 그것이 ‘대남전략’의 하나였을지 몰라도 통일 운동 인사들에게 많은 공을 들여왔기에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겪으면서 교민사회도 많이 바뀌는데 7,8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한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햇볕정책과 같은 화해무드로 ‘남쪽’출신들도 비로소 통일을 이야기할 여건이 조성되었다. 6.15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도 생겨 통일운동원로들과 젊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었다. 숱한 오해속에서 통일운동을 해온 사람들에 비한다면 2000년대 이후 통일운동 인사들이 선배들과 머리를 맞댄다는 것은 격에 안맞기도 했지만 새로운 통일운동 세대의  정서가 대한민국에 기울어져 있는게 가산점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조국은 하나’인데 통일에 친북이 어디있고 친남이 어디있냐고 따져 들었지만 싫은건 싫은거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를 향해  잘못된 반공교육의 영향이라고 조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닌건 아닌거다.  그래도 서로 민감한 부분은 안 건드리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연대해 오고 있는  것이 LA 통일운동의 현재 장면이다.     

신은미씨는 이런 배경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었다. 일부에서는 남편의 영향을 이야기하지만 신은미씨는 말그대로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미국 이민 후 사업에 성공해 재력도 갖추고 여행을 취미로 삼다가 북한에 가보게 되었고,  북한은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곳으로 알고 있던 기존의 편견을 벗으려고 애쓰는 사람일 뿐이다. 오래전 작가 황석영이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에 담았던 내용에 감성 코드가 더 들어간 정도인데 20여년전에도 수용되던 내용이  지금 지탄의 대상이 된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지. 오히려 신은미씨의  방북기는 이곳 통일운동이 북한에 대한 편견을 벗기려고 애써온 노력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통일운동인사들에게는 반가우면서도 마치 자기의 장터를 빼앗긴 듯한 묘한 감정을 갖게 했다.

이처럼 신씨는 대한민국을 자기의 나라로 생각하는, 즉 친북일색이던 통일운동의 기울기를 바로 잡으려고 애쓰던 통일운동에 힘이 되었던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2000년 이후 통일 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새누리당 정권을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민국 정부는  ‘자기 편’인  신은미를 버렸다. 오죽하면 그녀의 입에서 짝사랑하다가 배신당한 느낌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신은미를 버림으로써 대한민국은 해외에서 기울어진 통일운동을 바로 잡으려고 애썼던 성향의 사람들을 천애 고아로 만들어 버렸다.

이 글은 지난 12월 19일 한국 <한겨례 신문>에 기고된 김기대 편집장의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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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 2014-12-26 02:45:18
대한민국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신은미라는 사람을 버렸다?
대한민국이 언제 대한민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나라 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 이토록 관대하였는가?
신은미라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먼저 나라를 버린사람은 바로 신은미 자신일텐데?
이민와서 국적 포기하고 좀 살만해져서 북한도 다녀보고 해보니깐
이제와서 스스로 등진 조국의 통일을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사명이라도
생긴 것일까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젠 이노래가 왜 깊이 가슴에 와닿지 않을까요?
남북의 실향민과 이산가족도 이젠 거의 얼만 남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통일의 노래가 그토록 가슴에 사무치던 시절은 이미 흘러가 퇴색되고있다.
이제 우리는 오직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남북이 통일을 이루워야 한다는
논리의 논제를 다시한번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5천년 세월을 말하는 한민족의 역사가운데
과연 한반도에서는 몇년을 통일된 국가로 존재했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우리에게 남북 통일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있을까?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단일민족으로서의 민족주의가
과연 한반도를 부흥시키고 지구촌을 이롭게 하는 길일까?
배고프고 못살때 민족족의는 나라를 살리는 애국하는 정신이었다.
하지만 먹고 살만하고 경제의 힘을 가진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는
늘 사고를 쳤던것이 세계사에서의 교훈아니던가?
해외에서의 통일운동이 그져 나라를 등진사람들이 한풀이하는
무분별한 운동이 되질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