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회 속 한인 사역자들
흑인 사회 속 한인 사역자들
  • 박지호
  • 승인 2007.11.1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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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필라 흑인 사회서 사역하는 목회자 4인을 만나다

필라델피아에서 흑인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역하고 있는 한인 사역자들이 모였다. 조직도 형식도 없이 그간 일궈온 각자의 사역을 자유롭게 나눴다. 필라델피아 교회협의회에서 대외 협력 사역을 하면서 10여 년 넘게 흑인 사회와 신뢰를 쌓아온 황준석(필라델피아제일침례교회) 목사가 자리를 만들었다. 흑인 지역사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후배 사역자들과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모임을 발전시켜나가되 한인 교회들이 흑인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자고 뜻을 모았다. 

▲ 왼쪽부터 이태후·박성일·이진석·이규범·황준석 목사.
이 자리에는 황 목사 외에 이진석 목사(New hope Community church), 이규범 목사(Germantown Hope Community Church), 이태후 목사(Spirit & Truth Fellowship Church) 가 함께했고, 박성일 목사(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가 모임을 인도했다. 11월 8일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

황준석 목사는 한인 교회와 흑인 교회 지도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왔다. 92년부터 필라델피아 교회협의회 대외 협력 사역을 담당하면서 한흑 문제에 관여해왔다. 그는 한흑 친선 모임을 통해 흑인 교회 지도자들과의 교제의 끈을 이어왔다. 매년 합동 예배를 드리고, 한국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흑인 지도자들과 한국을 다녀왔다. 때문에 필라델피아 지역 흑인 커뮤니티에서 황 목사는 한인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흑인 목사들이 황 목사를 비숍(bishop)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이규범 목사는 한인 목회자로서 흑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흔치 않은 경우다. 선교사 부모님 덕에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목사는 신학교 다니면서 흑인 커뮤니티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7년 정도를 흑인 교회에 몸담았고, 그 때의 경험으로 현재 흑인 빈민가에서 사역하고 있다. 이후 5년 동안 준비해서, 3년 전에 저먼타운(주로 흑인들이 사는 빈민가)에 교회를 개척했다.

다민족 도시 선교회(Urban Mission Fellowship)을 섬기고 있는 이진석 목사는 중상층이 모여 사는 도시 외곽 지역의 자원들을 캠든 빈민가에 있는 필요와 연결시켜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인종을 초월해서 미혼모나 결손 가정을 돕고, 그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섬기고 있다.

이태후 목사는 필라델피아 노스 센트럴 흑인 빈민가에서 4년 째 살고 있다. 이 목사는 작년부터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인 교회들과 연계해 섬머 캠프를 시작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만 보던 동양인들이 여름마다 찾아와 아이들과 뒹굴며 함께 놀아주니까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얼마 전부터는 지역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준비하면서 비영리단체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 10년 넘게 흑인 사회와 신뢰를 쌓아온 황준석 목사가 흑인 지역사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후배 사역자들과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자원을 공유하기 위해서 자리를 만들었다.
서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해야

참석자들은 한인들과 흑인들 서로 간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들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이 아직도 전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황 목사는 “흑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도둑질이나 저지르는 잠재적인 범죄자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 민족인 한인들은 흑인들과의 연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며,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데 한인 교회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한인에 대한 흑인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이태후 목사는 “흑인들에게 한인들은 자기 동네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좋은 차 몰고 다니다가 좋은 동네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라며, “흑인들 주머니 털어 돈을 벌었지만,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데 인색한 사람들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이 지역의 상권을 장악하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흑인들이 착취로 인식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감사한 마음 가지고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황 목사는 “한인들이 흑인 사회에 진 빚이 크다”며, “감사한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는 말도 전했다. 오늘날 미국 땅에서 유색인들이 누리는 자유와 평등은 그들이 인권을 위해 쏟은 피와 눈물의 결과이고, 가난한 흑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다민족 도시 선교회(Urban Mission Fellowship)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이진석 목사는  “먼저 흑인들을 이웃으로 인식하고,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그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수많은 한인 그리스도인들이 해외선교, 혹은 개교회 사역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 일원으로서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하는 소극적인 자세 때문이고,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필요를 채우는 것 역시 동일한 차원의 선교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이날 모인 사역자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모임을 발전시켜나가되 한인 교회들이 흑인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자고 뜻을 모았다.
한인 교회가 할 일 많다  

이규범 목사는 한인 교회가 흑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 교회가 배출하는 다수의 목회자들 중 일부를 장기적으로 흑인 교회에 파송하거나, 미국 사회가 외면하는 도시 빈민가에 교회를 개척하는 시도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한인과 흑인과의 갈등이 빈민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며, 이런 곳에서 교회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동네를 지나다니면 꼬마들이 나를 보면서, “칭챙총”(ching-chang-chong : 중국인들을 향한 욕)이라면서 놀린다. 동네 아이들은 나를 외지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때 우리 교회 다니는 아이가 동네 아이들을 나무랐다. 같은 또래 아이들이지만, 우리 교회의 아이들이 나를 보는 것과 다른 아이들이 나를 보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태후 목사는 “한인 교회가 가진 인적·물적 역량을 나누기만 해도 흑인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 교회 주일학교가 프로그램이나 구조적으로 워낙 조직이 잘 되어 있어서 섬머 캠프 때 그런 것들만 잘 활용해도 동네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또 “흑인들과 정서적인 거리감도 있고, 시스템화 되어 있는 백인 교회보다 친근하게 다가가 접촉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 교회가 흑인 지역 사역에 있어서는 많은 장점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진석 목사는 “섣불리 사역하려들기 전에 먼저 흑인 사회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한인 교회들이 흑인 사회를 섬기는 것을 홈리스 사역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흑인 사회 내에도 빈부 격차가 상당하고, 출신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사역자들을 통해 먼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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