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하늘의 언어인가 인간의 언어인가'
'방언, 하늘의 언어인가 인간의 언어인가'
  • 이승규
  • 승인 2007.11.16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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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CBS TV '크리스천Q'…'방언이 만능은 아니다'

최근 김우현 감독이 쓴 <하늘의 언어>라는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7월에 출판돼 불과 4개월 만에 7만 부가 팔렸다. 김 감독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방언 집회를 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 집회에 열광한다. 마치 수 년 전 맨발의 성자 최춘선 할아버지 열풍을 다시 보는 듯하다. 과연 방언은 김 감독의 주장대로 하늘의 언어일까.

CBS TV가 가을 개편을 맞아 선보인 '크리스천Q'가 “방언, 하늘의 언어인가 인간의 언어인가”라는 제목으로 방언 열풍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이날 방송에는 김삼환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시흥성전 담임)와 정병선 목사·홍인식 선교사가 참석해 한 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최근 불고 있는 방언 열풍을 각자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했다. 김삼환 목사는 "많은 젊은이가 방언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해보고자 하는 신앙의 욕망이 방언을 사모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한국 교회, 반지성적 움직임에는 우려'

정병선 목사는 비판적인 시각에서 방언 열풍을 바라봤다. 정 목사는 "방언이 다른 은사보다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길을 가려 하지 않고, 쉬운 길을 택하는 요즘 세대가 영적인 현상에서도 나타난다고 봤다. 홍인식 목사 역시 "방언은 누구에게나 쉽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언을 받기 위해 매달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방언을 비롯한 성령 체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반지성적인 움직임에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홍인식 목사는 "그동안 한국 교회가 지성과 이성보다는 개인의 체험과 영성에 매몰된 반지성주의에 치우쳐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말았다"며 "이제는 신학으로 대변되는 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삼환 목사 역시 "한국 교회는 지성과 영성을 고르게 아우르는 균형 잡힌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병선 목사는 "단지 방언을 할 수 있나 혹은 못하는가에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방언을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것이 예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김삼환 목사는 방언을 "사탄도 엿들을 수 없는 신비의 언어"라고 정의했다. 김 목사는 고린도전서 14장을 인용하며, "비밀이란 당사자 외에는 다른 존재는 모르는 것이 비밀이다"고 했다. 그러나 홍인식 목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홍 목사는 "하나님이 방언을 주신 이유는 비밀을 나눈다는 전략적 차원이 아니라, 인간과 소통하는 방안의 하나로 주신 것이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제가 사역하는 라틴아메리카 쪽에서는 방언 열풍이 불지 않는다"며 "다른 종교의 기적과 은사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방언이 개인의 신앙을 위해 근본적이고 중요한 성령 세례의 체험이며 유익함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약간의 입장차를 보였다. 김삼환 목사는 "하나님은 말씀이시라"는 성경 말씀에 빗대어 "기독교는 언어의 종교이며 하나님은 성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기 원하신다"며, "말은 우리 삶의 근본이기 때문에 말이 달라진다는 것은 삶이 달라지는 것이며, 방언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과 삶을 변화시키고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방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방언 일만 마디보다, 깨친 말 다섯 마디가 더 중요'
 
그러나 정병선 목사는 "방언은 은사 중 하나일 뿐 '가장 중요한 은사'는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성령의 은사를 받기 전과 받은 뒤가 차이 나지만 방언을 받은 자와 못 받은 자의 신앙의 깊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은사는 일종의 무기일 뿐이다. 군인이 무기를 받았다 해서 순식간에 명사수가 되지 않는 것처럼 끊임없는 훈련과 자기개발, 자기혁신을 통해 신앙이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인식 목사는 "신앙의 깊이를 방언이나 성령의 체험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방언에 집착하는 것은 물질화된 영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고 지적했다. 또 신앙의 깊이는 각자의 삶의 현장과 삶의 태도에서 향기처럼 묻어나는 것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너무 치중할수록 신앙의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들은 방언을 받기 위한 훈련이나,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삼환 목사는 "꼭 방언을 받겠다고 기도하는 것은 아니다"며, "방언도 은사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받아야지, 내가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은사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덧붙였다.

홍인식 목사는 "방언을 받기 위한 대중집회는 은사를 대중화하고 일반화시켜, 상품화할 수 있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하나님의 은사를 타락하게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병선 목사는 "방언으로 만 마디 말을 하는 것보다 깨친 말로 다섯 마디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또 <하늘의 언어> 저자인 김우현 감독이 방언의 유익을 강조하면서 자주 인용한 고린도전서 14장 ‘방언은 자신의 덕을 세운다’는 말씀에 대해서도 저자와는 상반된 해석을 제기했다. 김삼환 목사는 "사도 바울의 입장은 영도 열매를 맺는 만큼 마음 혼도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말이었다"며 "영(방언)으로도 기도할 뿐 아니라 혼(마음)으로도 깨달은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병선 목사는 "1세기 당시 고린도교회는 지나친 성령의 은사로 인해 오히려 혼란스러웠다"고 설명하면서 "바울은 깨달은 마음으로 다섯 마디 하는 것이 일만 마디 방언보다 낫다"는 권고에 더욱 힘을 실었다고 주장했다. 홍인식 목사는 "당시 온갖 잡다한 종교의 방언들이 고린도교회에 혼재돼 있던 상황"이었음을 강조하면서 "고린도전서 14장은 방언을 '하라'기보다는 오히려 방언을 '절제하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승규 /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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