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가 정의롭고 좋은 사회인가?
어떤 사회가 정의롭고 좋은 사회인가?
  • 양재영
  • 승인 2015.07.27 08: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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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풀러신학교 이학준 교수, 멘토링 컨퍼런스 강사 소개

이학준 교수는 ‘뉴브런스윅 신학교(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 동양인 최초의 종신교수’,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 본교와 8개 캠퍼스의 기독교윤리학과 학과장’이란 화려한 수식어보단, ‘이민 2세 정체성 교육을 위해 열정을 바친 학자’라는 평을 더 선호할 지도 모르겠다.

한인교회들은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고 교육하자’는 구호를 유행어처럼 읊어왔지만, 정작 무엇을 준비하고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콘텐츠는 부족했다. 100년의 이민 역사 동안 2세들의 문화에 맞는 커리큘럼과 성경공부 교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인교회들을 위해 이학준 교수는 이민 2세 학생들을 위한 교재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 교수는 ‘G2G 크리스찬 교육센터’(www.g2gcenter.org)를 설립하고, 고등학생들 위한 교재 ‘iDentity’를 출간했다. 이후 2세 스텝들로 구성된 초교파적 싱크탱크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거쳐 한인 자녀들의 실정에 맞는 교재를 기획, 이민 역사상 처음으로 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재 ‘Living Between'(사이에서 사는 삶)을 출간했다.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주최로 열리는 2015년 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의 강사인 이학준 교수를 풀러신학교에 위치한 그의 연구소에서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다.

▲ 이학준 교수 (뉴스 M 자료사진)

 - 우선 신학을 입문하게 된 계기가 듣고 싶다.

목회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를 처음 나갔다. 나는 우리 집안에서 예수를 믿은 첫 사람이었다.

85년 전두환 정권 시절에 사회학 석사과정을 위해 미국에 왔다. 좋은 직장도 찾았지만 유학에 대한 꿈이 너무 컸다. 아버님을 설득해 어렵게 유학의 길에 올랐다.

당시 사회학 공부를 통해 비전을 찾기는 어려운 시대였다. 또한 사회학은 신앙과 거의 극대점에 있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거의 비기독교인 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비기독교인의 친절을 통해 내가 그 안에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우셨다.

미국에 도착해 생과 사를 거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때 하나님이 나에게 기적과 같이 길을 열어주셨다. 내 길을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자연 감사’가 신학을 하게 된 한 계기가 되었다.

-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바라본 교회의 모습은 어떠했나?

우리 학교 총장(Mark Labberton)이 쓴 <Called> 라는 책의 앞부분을 보면 자신이 대학생 때 기독교인이 되었는데 ‘기독교인이 되면 저렇게 좁게 살아야 되나?’라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교회가 불필요하게 인간을 좁게 만들며, 아주 지엽적이고 조그만 것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다.

나는 사회학을 공부하며 ‘어떤 사회가 정의롭고 좋은 사회인가?’라는 학문의 주제를 놓고 고전과 근대 사회학자를 연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교회론’이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인류를 향한 사회의 모델임을 발견한 것이다. 당시 젊은 내 눈에 보인 교회는 겁 많고, 움츠린 모습의 교회였다. 그런데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교회는 하나님의 인류를 향한 비전’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사회적 비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적 회심’(intellectual conversion)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뭘 위해서 살아야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멘토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들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인품과 사랑을 깊게 느끼게 됐다. 그래서 프린스턴신학교를 가게 되었다.

-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가장 선행되어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는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단독자로서의 하나님과의 만남’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셉이나 아브라함이 주변에 믿는 사람이 있어 신앙을 지켰는가?

내가 신학교 갈 때는 목사가 되기 위해서 갔는데, 멘토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겪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은사와 내게 주어지지 않은 은사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한 후, 학자가 되어서 섬기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은사임을 찾을 수 있었다.

하나님은 집단으로 부르지 않으신다. 개인으로 쓸 사람을 부르셔서, 훈련하시고 연단 받게 하신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부름 받은 자리에서 공동체를 위한 불쏘시개가 되어야 한다. 평신도의 경우는 직장 동료에게 능력과 지도력 면에서 인정을 받고 그 영향력을 통해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미셔널 처치’(Missional Church)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미셔널 처치’를 말하지만 이마저 교회를 부흥시키려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의미가 없다. ‘미셔널 처치’를 말하기 전에 ‘미셔널 아이덴터티’(Missional Identity)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Calling' 을 너무 낭만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 콜링’(General Calling)이 있는 곳에는 ‘스페셜 콜링’(Specail Calling)이 있다. ‘목사’로 부르심은 스페셜 콜링이지만, 그 부르심 안에 또 다른 부르심을 찾아야 한다. ‘담임목사’, ‘유스(Youth) 사역’, ‘찬양사역’ 등을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유스 사역을 담임 목사가 되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교육에 전문가가 없다. 이런 식으론 교회는 전문화되어가는 세상과 경쟁이 안된다. 전문성도 없는 주일학교를 통해 어떻게 사람이 길러질 수 없겠는가?

미국의 많은 교회들이 우리처럼 담임목사 중심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빌 하이벨스 목사가 가져온 것이 바로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교회를 섬기는 것이다. 그래야 교회의 역량이 업그레이드 된다. 2년마다 바뀌는 사람들을 놓고 교회에 무슨 전문성을 기대하겠는가?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 담임목회자의 인식의 전환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 아쉽지만 현재의 교회 구조로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이를 테면 하나님이 나를 ‘유스사역’으로 부르셨다면,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여기고 아이들을 연구하고, 서적을 탐독하고, 대화하면 자연히 창조력이 생긴다. 생계를 위해 사역을 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과 가정을 연구하다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게 바로 'G2G'의 원리이다.

목회자나 신학생들은 자신이 뭘 위해 부름을 받았는지를 찾아야 한다. 그걸 찾지 못하면 인생이 어그러질 수 있다. 자신의 부르심을 찾지 못한 체 목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자신의 ‘미셔널 아이덴터티’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목회자나 신학생들은 생계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외면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부르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부르심을 따르면 내 자리는 만들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목회자가 담임목사로 섬겨야 할 부름을 받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의 자리가 무엇인지를 배우자와 함께 찾아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교인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은 숫자라도 ‘어떤 제자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하나님이 살아계시기에 목회현장이 어렵다하더라도 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인내하는 분들에게는 반드시 길이 열리는 것을 믿어야 한다.  오히려 이 어려운 시대에 하나님은 이런 목회자를 찾고 계신다.

이민교회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고, 한국교회는 병이 깊어 모든 기관의 기능이 하나씩 정지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교회를 보면 벌써 도산처리 되어야 할 교회가 8-90%라고 한다. ‘종교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하나님이 해주시겠지’ 하는 안일함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바벨론 포로 시대와 솔로몬 시대의 부르심이 다른데, 우리는 바벨론 시대에 살면서 솔로몬 시대의 부르심을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겪어가는 이때에 하나님이 날 불러주신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 이번 멘토링에서 ‘이것만은 깨닫고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다면...

자기의 진정한 부르심과 정체성이 뭔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오늘 시대에 목회자가 된다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시대적 콜링’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를 알면서 방향을 찾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끌고 가야겠다는 것이 서있다면 어떻게 안되겠는가? 시대적 부르심과 개인적 부르심을 이해하고, 자기 목회관과 정체성을 세워가는 데 도움을 받는 멘토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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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134 2015-07-30 08:55:45
이학준 교수님, 좋은 인터뷰 내용 고맙습니다. “한국교회, 패러다임을 바꿔야 산다”라는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한국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국교회를위한 좋은 글들과 책들을 많이 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