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병과 기름 뿔로 부은 기름의 차이
기름 병과 기름 뿔로 부은 기름의 차이
  • 박지호
  • 승인 2007.1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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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일간지를 훑어보다 시선이 딱 멈췄다. “순종으로 주의 종, 교회 섬길 것.” 굵고 큰 글씨체로 종교면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었다. 순종으로 주님을 섬긴다면 몰라도 ‘주의 종’을 섬긴다는 게 무슨 말인가.

12월 9일 뉴욕 낙원장로교회(황영진 목사)서 열린 장로 장립식 및 시무장로 취임 예배에 관한 기사인 걸로 보아 취임하는 장로가 한 말로 보인다. 누구 말마따나 ‘주의 자녀’가 ‘주의 종’을 섬기는 꼴이며, 양들이 목동을 모시는 모양새다.

지난날 가톨릭의 사제들이 성직을 계급화하고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인 양 행세하며 부패와 타락으로 치닫는 것에 반발해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오늘의 기독교가, 장로교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런 장로교의 개혁 신앙에 따라 장로가 되겠다는 사람이 ‘주의 종’을 섬기겠다며 사제주의의 유산을 붙들고 나서면 장로로 세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론 그렇게 말한다. ‘목사를 섬기라는 말은 목사를 존경하고 협력하라는 뜻일 뿐’이라고. 그럼 그렇게만 말하면 된다. 주의 종이니, 주의 사자니 하면서 섬기고 순종하라고 은근히 압력 넣을 필요가 없다.

사실 장로가 그렇게 말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취임식 설교를 한 정광희 목사(큐가든성신교회)의 설교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 목사는 “두 종류의 기름 부으심”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름 부음이 있어야 한다. 목사와 장로가 같이 하나님으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지만 그 그릇들이 다르다. 위치도 다르다. 기름 병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과 기름 뿔로 기름 부음을 받는 사람도 틀리다(다르다). 오늘 장로로 기름 부음 받은 임직자들은 순종의 기름 병으로 기름 부음을 받고 교회와 하나님께 충성하기 바란다.”

기름 병으로 기름 부은 것과 기름 뿔로 부은 것과 다르다는 것과, 장로로 기름 부음 받은 사람은 순종의 기름 병으로 부음 받았다는 건 어떤 신학적인 근거에서 나온 말인가. 설교한 정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보니 “기름 병으로 기름 부음 받은 사울왕은 사람이 원해서 된 것이고, 기름 뿔로 기름 부음 받은 다윗은 하나님이 지명해서 세운 것이다. 누가 기름 병인지 기름 뿔인지 모르지만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출처 불명의 해석만 내놓았다. 

목사나 장로로 직분을 나누는 것은 기능이나 리더십의 성격으로 구분하는 것이지 신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신학적인 교육을 받은 목회자는 말씀을 가르치고 신앙으로 교인들을 양육하는 역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소위 평신도라 일컫는 장로나 집사는 교회 운영이나 성도를 보살피는 일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목사님은 ‘주의 종님’이고 장로는 ‘주의 종놈’이 아니라는 말이다.

교인들에게는 우리 모두가 주의 종이고, 제사장이며, 거룩한 주의 백성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가르치면서 정작 목회자들을 향해선 아직도 기름 부음 받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특별한 신분처럼 목사 자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예수님의 자리를 넘보겠다는 논리며, 예수님이 오시기 전(구약 시대) 오실 메시아를 예표하던 불완전한 제도를 다시 좇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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