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이 기도하는 집
만민이 기도하는 집
  • 최용준
  • 승인 2007.12.24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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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몇 년 전, 독일에서 사역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독일 복음주의협의회 및 로잔 위원회가 주관하는 모임에 참석해 한 개신교 수도사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Das Lebenszentrum Adelshofen(www.lza.de)이라고 하는 공동체를 섬기는 형제였습니다. 어느 날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함께 이 공동체를 방문하고 귀한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 후 돌아오는 길에 이 분의 소개로 독일 선교회(Deutsche Missionsgemeinschaft)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도 잠시 들리게 되었습니다.

Sinsheim이라는 한적한 마을에 위치해 있는 이 선교회에서 따뜻한 안내를 받으면서 건물들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저에게 가장 인상 깊게 와 닿은 것은 바로 채플 건물이었습니다. 옛날 건물이지만 적절히 개조하여 중후한 예배당으로 꾸며 놓았는데,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눈앞에 걸려있는 큰 현수막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만민이 기도하는 집(ein Bethaus für alle Völker)’이라는 글자가 독일어로 뚜렷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방을 향해 복음을 들고 나아가는 선교사님들이 예배드리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적어놓았구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비전이 계속 사라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영적으로 각인시켜 준 경험을 지난 2007년 여름에 갖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가장 먼저 복음이 들어와, 소위 성지라고 불리는 아이오나(Iona)섬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수도원 예배당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여러 나라 언어로 출판된 성경들이 책꽂이에 가지런히 진열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자기 언어로 성경을 읽으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바로 이곳에서도 ‘만민이 기도하는 집’임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이 비전을 저에게 확정시켜 준 사건은 바로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일어났습니다. 몇  달 전 어느 영국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벨기에를 위해 기도하는 분들이 첫 기도 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저희 교회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문의해오셨습니다. 물론 저는 두말하지 않고 허락했고 저도 그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도 모임은 한 벨기에 목사님께서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신 중보기도 모임입니다. 이 목사님은 한국도 방문하셨고, 오산리 금식 기도원에 올라가셔서 일주일간 금식하시며 기도하신 적도 있다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한인 교회를 모임 장소로 결정하게 되었느냐고 질문하였더니, 첫째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먼 곳에서 오시는 목사님들께서 찾으시기가 편하다는 점을 들었고, 둘째로는 한국 교회가 기도를 많이 하는 교회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15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그야말로 다양한 지역과 교회에서 모였었습니다. 동쪽 Liege에서 오신 아프리카 목사님도 계셨고, 서쪽 북해 바다 근처에서 오신 벨기에 목사님도 계셨습니다. 브뤼셀 시내에서 크게 목회하시는 흑인 목사님도 오셨고, 다양한 교단의 목사님들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벨기에서 사역하시는 미국 목사님도 한 분 계셨고, 그리스 출신의 자매 사역자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분들과 함께 영적 전쟁의 최전방에 서서 벨기에의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하면서, 총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쪽 플랑드르 지역과 남쪽 왈로니 지역 간의 이해 차이로 내각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벨기에 정부를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 기도 모임 이후에 웹사이트(www.pray4belgium.org)도 만들어 이 땅에 새로운 부흥운동이 일어나도록 섬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 첫 모임을 저희 교회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면서 진행된 이 모임은 진정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했었고, 예수님께서 이것을 인용하시면서 강조하신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을 다시금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와 동시에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이렇게 전세계 속에서 영적인 센터로 쓰임 받아 열방을 섬기는 축복의 통로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최용준 목사 /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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