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보니? 우린 만들어"
"넌 보니? 우린 만들어"
  • 박지호
  • 승인 2007.12.26 16: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뉴욕장로교회 청년부 ‘크리스천 영상제’ 열어

▲ <Bunker12> 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김재욱 씨. (사진 제공 : 뉴욕장로교회 청년1부)
뉴욕장로교회(안민성 목사) 청년1부 회원들이 직접 촬영감독이 되어 카메라를 잡고, 총감독이 되어 메가폰을 들었다. 작가가 되어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가 되어 대사를 외웠다. 조명과 분장과 편집도 스스로 소화했다. 또래별로 6개 팀을 나눠 ‘만남’이라는 주제를 놓고 15분짜리 영상물을 제작해 시사회를 가졌다.

12월 23일 뉴욕장로교회에서 열린 ‘크리스천 영상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영상제라고는 하지만 제작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만든 15분짜리 영상물 6개를 관람한 게 전부다. 메시지도 단순하고 영상 기술도 초보적인 단계다. 하지만 주제를 놓고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엿보였고,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치로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들었다. “한두 작품은 아마추어가 만든 것치고 시나리오나 영상 처리 기술이 우수하다”고 심사를 맡은 박진오 영화감독이 평했다.

영상 제작에 임하는 청년들의 열정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제법 진지하고 능숙했다. 걸인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관객들의 박수를 받은 한 청년은 연기상을 받았다. 목회자의 딸로서 겪은 아픔과 외로움을 눈물과 함께 표현하기도 했고, 분노하며 싸우는 모습을 실감나게 소화해내기도 했다.   

▲ 시나리오부터 조명, 분장, 편집까지 청년들 스스로 소화해냈다. (사진 제공 : 뉴욕장로교회 청년1부)
추운 날씨에 영화를 찍느라 몸살감기에 고생한 사람도 있었고, 며칠 밤을 지새우며 편집에 매달려야 하는 수고도 뒤따랐다. 올해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김재욱 씨는 얇은 주머니를 털어 카메라까지 새로 장만했다. ‘만남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그려야 하나’ 하고 팀원들과 토론의 과정도 거쳤다. 수개월에 걸쳐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촬영 장소는 직장에 협조를 구해 빌렸다. 돈이 많이 들었겠다니까, “상금 받은 것에 10배 정도 들었는데 더 많은 걸 얻었어요” 하고 웃었다.

심사는 청년부 담당 목사와 장로, 현직 영화감독, 청년부 회장이 맡았다. 이미지나 음향을 적절히 사용해 영상 매체의 본질에 가깝게 접근했는지, 기독교적인 주제에 부합하는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했는지 등을 주로 봤다. 박진오 영화감독은 “영상제는 경쟁이 아니라 축제다. 작품을 보면서 함께 즐기면 된다. 하나님이 주신 문화를 창조적으로 사용하고 맘껏 누리라”고 조언했다. 이쯤 되니 수상 소감도 여느 대형 영화제 못잖다. “하나님과 부모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독님과 스텝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도 있었다.      

6개 작품 중에서 <Bunker12>와 <Amazing Grace>가 최우수작품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Bunker12>는 가상의 핵전쟁 이후 지하 벙커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을 누리지 못하고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Amazing Grace>는 깨어진 인간관계로 고통스러워하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면서 은혜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뛰어난 영상 처리 기술로 담아냈다.

▲ 촬영하는 과정이 교제의 시간이요, 공부하는 시간이 된다.  (사진 제공 : 뉴욕장로교회 청년1부)
청년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으면서 창조적으로 고민하도록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크리스천 영상제’는 출발했다. 음식을 먹는 건 쉬워도 요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법이다. 영화도 보는 것은 쉽지만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는 치열한 고민과 치밀한 준비가 뒤따른다. 요즘 젊은 세대가 신앙이나 삶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깊이 사유하지 않아 피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데, 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씨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청년1부 담당 목사인 정주성 목사는 “이런 과정에서 오는 교육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1분을 찍어도 100가지의 고민을 하게 된다. 영상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이 창조적으로 고민하도록 만드는 흡입력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철저히 팀 사역인 만큼 공동체성을 기르는 데도 유익하다. 함께 촬영하면서 호흡을 맞춰야 하고, 물리적으로 투입되는 시작이 적지 않기 때문에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게 된다. 주도적으로 참여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겉돌던 부원들도 영상 제작에 참여하면서 교회에 곧잘 적응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단다. 

특히 한국 교회가 우리끼리만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데 미숙했는데, 영상이라는 도구가 기독인과 비기독인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영상제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12월 23일 뉴욕장로교회에서 사사회를 가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Marty 2011-06-08 07:08:59
You혪re the one with the brains here. I혪m wtacihng for you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