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한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한다.”
  • 양재영
  • 승인 2015.09.2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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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헌준 군 추모미사, 성 라파엘 한인천주교회에서 열려
고(故) 이헌준 군의 장례미사가 19일(토) 놀웍에 위치한 성 라파엘 한인천주교회에서 거행됐다.

지난 11일(금) 스쿨버스 안에서 장시간 방치됐다 사망한 고(故) 이헌준(19, 영어명 폴 리)군의 장례미사가 19일(토) 놀웍에 위치한 성 라파엘 한인천주교회에서 거행됐다.

이헌준 군은 지난 11일 120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 9시간 가까이 스쿨버스 안에 갇혀있다 숨진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이 군은 성인교육기관인 위티어 어덜트 스쿨(Whittier Adult School)에서 장애인 사회생활 적응교육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 백명의 신자와 조문백, 방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장례미사에서 미사를 집전한 진 프란치스코 신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마지막날과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의 마지막 날은 다른 것 같다”며 “아직 떠날 시간이 아닌데 당장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깊은 슬픔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을 잠시 잊어버리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진 신부는 “유족들의 슬픔을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분명 하나님 나라에선 더 이상 소외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함께 할 것이다”며 “남들보다 더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하나님 나라에서 사랑과 위로 속에 있을 폴(헌준)을 축복해 주자”고 언급했다.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 1만 2천 달러의 장례비용 모금을 전개했던 이 군의 누나 이승연(영어명 에이든) 씨는 조사를 통해 “부모님은 자폐아를 막 취급하는 한국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장애아의 천국인 미국으로 와서 헌준이를 지극정성을 다해 키우셨다”라며 “사춘기시절 하나에서 열까지 동생위주로 했기에 샘을 내기도 했지만, 헌준이가 평생 제 옆에 있을 줄 알았다. 버스 안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을 헌준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승연 씨는 계속해서 “누구보다 더 맛있게 먹던 칼국수 한 그릇 더 사주지 못해 한스럽다. 아침엔 항상 너의 소리에 깨곤 했는데 너가 없는 지금 너무 허전하고 이상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누나 동생으로 태어나서 너무 고맙고 다음 세계에서도 누나 동생으로 태어나 달라”는 조사를 낭독했다.

이 군의 누나 이승연 씨가 조사를 읽고 있다.

헌준 군의 아버지 이상식 씨는 “헌준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떠났지만 같이 살면서 기뻤고 행복했다. 우리의 바람은 장애자 및 사회적 약자가 외면당하고, 무시당하고, 방치되는 일 없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헌준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며 아들을 보내는 심정을 밝혔다.

한편 이군의 유가족에 따르면 오는 22일(화) 오후 7시 이군이 숨진 채 발견됐던 현장인 위티어 어덜트 스쿨(Whittier Adult School, 9401 S. Painter Ave. Whittier) 주차장에서 촛불 추모제가 열린다.

이군의 20세 생일인 22일 열리는 이번 촛불 추모제는 이군의 생애를 추모하고, 비극적 사건의 재발방지와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서명운동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군이 다녔던 East LA 사랑의교실(선한청지기교회에서 매주 토요일 진행)을 주관하는 남가주 밀알선교단 단장인 이종희 목사는 “너무 착한 아이였던 헌준이가 저희 곁을 떠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라며 “밀알선교단을 포함하여 한인사회와 교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해 좀 더 사랑과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다음 주 화요일 헌준이를 추모하며 촛불예배를 계획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계몽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헌준 군의 아버지 이상식 씨가 조문객과 오열하고 있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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