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들, “나는 기독교인이다!”
미 대선후보들, “나는 기독교인이다!”
  • 양재영
  • 승인 2015.10.11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십자가’ 대신 ‘백악관’을 향한 신앙심
▲ 기독교와 백악관

2016년 대선 캠페인의 결정적 요소는 ‘종교’, 특히 ‘기독교’로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순도 100% 미국인임을 나타내는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전통적 기득권은 21세기를 맞이하면서‘몰몬교’, ‘가톨릭’ 등의 다변화된 종교로 흔들리고 있으며, 흑인인 오바마를 대표로하는 다인종 체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2016년 대선 후보들은 보수 개신교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자신의 신앙의 독실함을 호소해야 하는 압박감 속에 시달리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며, 이러한 경향은 표밭의 대부분이 보수 복음주의자로 구성된 공화당 후보에게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2012년과 2008년 총선거에서 유권자의 23%, 2004년에는 21%를 움켜쥐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대선 주자들을 물색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보수적 신앙을 보여줌으로 재정적 후원과 투표권 행사를 구걸하는 행보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재벌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초기에 자신의 종교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해 했던 명백한 세속주의자였다. 그는 종종 “하나님께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 보수 기독교인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에 욕심이 생긴 트럼프에게 더 이상 ‘도발’의 여유는 없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에게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9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적 기독교인들 모임에선 연설 도중 성경을 흔들며 그들의 환심을 얻으려 몸부림치기도 했다. 장로교인인 트럼프는 “성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라고 밝히면서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대지 못함으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종교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최근 크리스천 방송을 통해 “하나님은 절대적이다. 누구도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다”고 밝힘으로 세속주의 부동산재벌 이미지로는 대선에 승리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는 중이다.

“무슬림은 대통령이 될 수 없어”

은퇴한 신경외과 의사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벤 카슨(Ben Carson)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인터뷰에서“신실한 무슬림 신앙을 가진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슬림 신학의 뼈대인 샤리아(Sharia)를 부인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신앙은 미국의 헌법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주장해 엄청난 파장과 비난에 휩싸였다.

하지만, 카슨의 이러한 신앙관은 보수적 기독교인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는 역설적 상황을 불러왔다. 제7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인인 카슨으로선 보수 기독교인의 지지를 얻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나는 종교적 도그마나 예식을 선호하진 않지만, 하나님과 깊고 신실한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식으로 무슬림을 에둘러 비판하며 보수 복음주의자를 향한 구애를 공공연히 보여주기도했다.

카슨은 오래건주 로즈버그에서 크리스천이라고 밝힘으로 머리에 총격을 당했던 사건을 언급하며 “나는 그러한 상황에서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고 선언한 후 자신의 SNS에 “나는 기독교인이다”(I Am A Christian)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밴 카슨은 자신의 SNS에 “나는 기독교인이다”(I Am A Christian)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함으로 화제가 되었다.

“가톨릭은 허용할 수 있어”

전 플로리다 주지사인 젭 부시(Jeb Bush)는 20년 전 개종했던 가톨릭 신앙과 최근 미국을 방문한 프란시스 교황을 언급하며 “가톨릭 신앙은 내 삶의 근본이 되었다. 가톨릭의 가르침에서 가정은 교회이며, 교회는 확장된 가족으로 본다. 가톨릭교회는 내 가족을 묶어주는 든든한 줄이 되어주었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프란시스 교황이 이끄는 교회는 모든 사람들의 존엄성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은 자유와 정의를 표방하는 미국 정부의 핵심 가치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부가 간과했던 헌법을 통해 보장된 첫 번째 ‘자유’인,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당당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특정 종교에 대해 말을 아끼던 미국 대선 문화를 깨뜨린 대표주자는 존 F. 케네디였으며,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케네디의 자문단들은 그의 가톨릭에 대한 충성심이 유권자들을 이탈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지만, 케네디는 그러한 패턴을 깨뜨렸다.

케네디는 1960년 휴스턴에서 열린 보수 개신교 목회자 모임에서 “종교가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정교분리’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반발에 직면했지만, 그는 대통령이 되었으며, 이후 냉전과 경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종교 이슈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미 대선의 역사를 통해 미국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가톨릭’에 대한 일정 정도의 관용을 보여왔음을 알 수 있으며, 케네디가 유일한 비개신교인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와스프가 시민사회를 지배하던 시대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적 동질성으로 인해 대통령 후보의 신앙에 대한 특별한 검증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시작된 유럽 비개신교 국가로부터의 이민 급증과 인도, 중국 등의 새로운 종교의식을 가진 아시아인들의 유입은 인종과 문화의 다원화시대를 열었으며, 선거에서 종교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대선 주자들의 신앙 검증은 대선의 한 관례로 자리잡았으며,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단합은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해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민주당의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1976년 선거 캠페인에서 그의 기독교 신앙을 강력하게 호소했으며, 이것은 그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역시 1980년과 1984년 선거에서 같은 방식으로 당선하였으며, 1988년 조지 H.W. 부시는 기독교인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필사의 노력한 끝에 당선할 수 있었다. 2000년과 2004년 조지 W 부시 역시 자신이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호소함으로 당선할 수 있었다.

2016년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다수의 대선 주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주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나는 기독교인이다!’를 외치며 자신의 신실한 신앙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엔 ‘십자가’를 향한 신앙이 아닌 ‘백악관’에 대한 환상만 가득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양재영 기자 / <뉴스 M / 미주 뉴스앤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