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성 문제, 은혜보다 처벌이 먼저
목회자 성 문제, 은혜보다 처벌이 먼저
  • 주재일
  • 승인 2008.03.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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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 "교단에서 성 문제 제대로 다뤄야"

▲ 기독교여성상담소 박성자 소장은 목회장에 의한 성폭력은 아버지에 의한 근친상간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여성상담소(소장 박성자)는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몇 안 되는 기독교 기관이다. 1998년에 설립돼 10년 동안 100여 명의 피해자를 상담하고, 교회 내 성폭력 추방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상당 기간 연구 끝에 성폭력특별법 제정, 윤리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대안을 내놓았지만, 교단과 교회들이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는 않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박성자 소장을 작년 4월 10일 서울 충정로 여성평화의집 2층 상담소에서 만났다. 박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강조하면 목회자들이 목회와 선교의 의지를 꺾는다고 항의한다"며 "목회자의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 덮어주는 게 은혜롭다는 잘못된 문화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목회자 성폭력 문제로 상담하고 있는 건이 있는가.
 
김 아무개 목사의 성폭행 혐의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피해 여성 세 명은 김 목사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는데, 김 목사의 변호사는 화간으로 몰고 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양 쪽이 모두 원해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데, 교회 내 성폭력의 특징을 전혀 모르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교회 내 성폭력의 특징이 뭔가.

목회자의 성폭행은 근친상간과 유사하다. 목회자가 유도해서 모텔로 갔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여성이 미쳤다고 반응한다. 멀쩡하게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그렇게 우매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회 내 성폭행이 심판을 받아봐야 화간 정도에 그친다. 그렇지만 여성은 거부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한다. 아버지와 같이 존경하는 목회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 위협하거나 피해자가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해 비밀이 오래 지켜진다는 점, 그래서 극소수 사건 경우만 드러난다는 점, 가해자의 배우자가 묵인하거나 방치한다는 점, 가해자의 잘못이 밝혀지더라도 얻는 게 없다는 점 등에서 근친상간과 비슷하다.

교회 내 성폭행은 주로 사이비 종파에서 일어나거나, 목회자 가정의 불화 때문이거나 목회자의 성격 장애 때문이라 생각하는 게 한국 교회의 통념이다.

▲ 박성자 소장은 교회 내 성폭력이 치밀하고 긴 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접수한 100여 건의 사례 중 사이비 종파의 경우는 두세 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소위 정통 교단에서 일어났다. 피해 횟수도 한 번이 아니다. 한번 욱하는 마음에 일이 저지른 게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다. 교회 내 성폭행은 개인상담, 심방, 안수 등 종교 체험을 빙자하기 때문에 한동안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경우가 많다. 또 가정에 전혀 문제가 없는 목회자도 성폭행을 저지른다. 목회자들도 자신이 감정과 욕망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해서는 곤란하다. 재정을 담당하는 여 집사 등을 상습 폭행한 오 아무개 목사는 일류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학벌이 낮아서 성폭행을 더 하는 것도 아니다.

100여 건의 상담 사례를 어떻게 처리됐는가.

강간이 61건이고, 성추행이 38건 등이었지만 사회 법정이나 교단에 고소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가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잘못했다는 말조차 듣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선은 증거자료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와 교단의 무성의한 태도에 피해자들은 좌절한다. 교단에 도움을 호소하면 사회 법정에 고소하라고 한다. 실형을 받으면 치리하겠다는 것이다. 대형 교회 목사는 그 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목사는 김홍도 목사가 자신보다 더 했다며,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버텼다. 한 유명 부흥사는 피해자와 중간에 합의를 보고, 우리에게는 상담소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라고 협박했다.

사회에 드러난 사건도 많은데, 속 시원히 해결한 건은 없었나.

굳이 찾자면 호주에서 목회한 윤 목사 사건이다. 윤 목사는 끝까지 여 집사와의 관계를 부인했고, 감리교회도 제대로 조사하는 걸 꺼렸다. 다행히 피해자가 확실한 물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사회법에서 혼인빙자간음죄로 1년 형을 받았고, 나중에 교단에서도 치리를 받았다. 우리가 보기에는 강간인데, 혼인빙자간음죄가 적용돼 아쉬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결말조차 얻기 힘들다. 특히 교단 내에서는 더더구나 어렵다. 치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 조항이 없는 교단이 많고, 설령 치리한다고 해도 목사가 미리 교단을 탈퇴하면 그만이다.

연구소는 꾸준히 그동안 윤리위원회 설치와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교회 내 성폭행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법원에 목회자의 성폭행을 단순 불륜이나 간통, 화간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성폭력특별법에 '힘의 불균형에 의한 성폭력'으로 직장 상하 관계 정도만 들어가는데, 교사와 학생이나 의사와 환자 등과 함께 목회자와 교인의 관계도 들어가야 한다.

교단 내에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목회자들의 성 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 지금까지 교단의 조사처리위원회는 목사와 장로로만 구성되는데,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위원으로 여성이 최소한 1/3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 또 조사위원의 식비와 차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소인에게 받는 공탁금은 없애야 한다. 공탁금 200~300만 원이 없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교회나 캐나다 교회 등은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공식 지침서나 권고 사항을 갖고 있다. 그리고 목회자들에게 서명을 하도록 한다.

▲ 박성자 소장은 목회자들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교육도 필요하겠다.

맞다. 그래서 우리는 신학교에서 목회자의 성 문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석대 이관직 교수 정도가 수업 시간에 한두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최소한 한 과목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그래야 목회자가 성적 비행에 빠지는 원인과 성 중독 행위 유형을 파악하고 방지책까지 깊게 다룰 수 있다. 시야가 좁은 사람은 유혹이 왔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여성에게는 문제가 없을까.

상담소 위원 가운데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목사가 가자고 해도 모텔을 따라 가느냔 말이다. 그래서 화간으로 몰아가고 여성이 유혹했다고 몰아간다.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여성들도 목사들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 우리 연구소에서 목회자 바로 알기 십계명이라는 걸 만들었다. 목사도 성적인 욕망을 지닌 인간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게 요점이다.

<목사 바로 알기 10계명>

1. 목사도 인간이다. 하나님처럼 믿지 말라.
2. 목사에게도 사적 감정이 있다. 목석이라 생각하지 말라.
3. 목사도 성적 사랑을 느낀다. 박애의 화신으로 착각하지 말라.
4. 남자 목사도 일반 남성과 같은 존재이다.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
5. 남자 목사도 사랑을 위해 결혼한다. 부인과 불화관계에 있는 목사를 조심하라.
6. 남자 목사도 여자 앞에서 성적 흥분을 느낀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상담을 피하라.
7. 교회 담임 목사는 개인 보다 교회를 더 중요시한다. 나만을 총애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8. 교회 담임 목사도 명예와 권위를 추구한다. 만일 피해를 입은 경우 끝까지 싸워라.
9. 교회 담임 목사가 요구하는 물질이 모두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은 아니다. 물질에 집착한 목사를 조심하라.
10. 하나님의 종은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면서 교회와 사회에서 봉사하는 사람이다. 참된 하나님의 종이 목회하는 교회를 찾아라.

주재일 /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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