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대다수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인사말 정도나 알아듣고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연을 하기 위해서는 동화 내용을 한국말로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아이들은 이를 위해 몇날 며칠 동안 달달 외웠다. 단순히 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화를 외우다 보면 한국 문화를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주최 쪽이 의도한 바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동화를 선택해야 한다. 올해로 5년째 대회에 참석한다는 이강선 군의 아버지 이은규 씨는 "한국말로 된 동화를 읽으면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말을 익히기 전에 미국에 왔기 때문에 부모와 정서적으로 격차가 있는데, 한국 동화가 이 간격을 좁혀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동화를 외우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미국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부모에게 물어본다. 이 군의 경우 '흥부와 놀부'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왜 흥부는 자기 힘으로 먹고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 씨는 아들에게 한국의 가족 문화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화 부족이라는 한인 이민 가정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김이선 군(8살)에게 'Hi' 하고 인사를 했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아버지 Marc 씨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의 한 달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선 군은 1살 때 미국에 왔고 그동안 한국말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에는 자진해서 나왔다.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의 말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김 군은 교회에 가야 한국말을 쓸 수 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수밖에 없다.24년 동안 대회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일 저런 일도 많이 생긴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생각만큼 잘하지 못할 경우 화를 내기도 한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예년에는 좀 있었나 보다. 심사위원이 특별히 당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올해 대회를 준비한 고은자 집사(롱아일랜드한인교회 한국학교 교장)는 어렸을 때 참가했던 아이들이 커서 대회를 다시 찾을 때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2세들이 성장해 유창한 한국말로 사회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되면 한글로 쓴 연하장을 받는 것도 고 집사에게는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