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상냥하라(Keep Sweet)"
"항상 상냥하라(Keep Sweet)"
  • 이영훈
  • 승인 2008.04.23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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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일부다처 종교집단 FLDS의 실체

2006년 8월 28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외곽에서 FBI의 '10대 수배자' 가운데 한 명이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FBI 요원이 노트북을 수색한 결과 드러난 용의자의 이메일 아이디는 '예언자', 바로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근본주의교회((FLDS)'의 교주 '워런 제프스(Warren Steed Jeffs)'였다. 80명의 아내와 60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1만 명에 이르는 추종 세력을 보유한 그는 미성년자 결혼 주선과 두 건의 강간 사건으로 수배 중이었다.

그가 체포당한 후 FLDS 교회가 힘을 잃고 일부다처제도 와해될 것이라는 당시의 전망은 최근 발생한 텍사스 주 엘도라도의 사건 앞에서 빛이 바랬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이 종교 집단의 실체는 무엇이며, 성적·물리적·정신적인 학대로부터 '구원'된 416명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 로스 채트윈(Ross Chatwin)이 아내와 딸과 함께 있는 모습. 교회가 그에게 가족을 버리고 타운을 떠나라고 하자 그는 교회를 고발하였다.
교회에서 세상으로, 그들이 겪는 '역(逆)구원'
   
"만약 당신이 한 번 발을 들인다면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주류 사회를 모른다. 그들의 어머니도, 할머니도 그런 공동체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FLDS 집단공동체 지도자의 아내 중 한 명은 그렇게 말했다. 만 명의 추종자들을 '어리석음'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리기에는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이들을 이해해야 하는가?

1. FLDS란?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 근본주의교회(FLDS)는 몰몬교 근본주의 종파 가운데 하나이자 미국의 최대 일부다처제 집단이기도 하다. 이 교회는 1930년대에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LDS)를 빠져나온 자들에 의해 세워졌다. 당시 이들이 탈퇴한 이유는 LDS가 일부다처제를 포기하고 남부 유타와 북부 아리조나의 일부다처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LDS와 FLDS는 완전히 구별된 종파이며 양자 간의 공식적인 접촉은 없는 상태이다.

1930년대 이래 FLDS는 유타 주의 힐데일(Hildale)과 애리조나 주의 콜로라도 시티에 본부를 두었지만 2004년 이후로는 교회 본부가 텍사스 주의 엘도라도로 옮겨졌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곳은 신도들이 FLDS 성전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2007년까지 워렌 제프스가 교회를 이끌었지만 그는 성범죄 혐의를 받아 수배, 체포되어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지난해 11월 20일, 워렌 제프스는 공식적으로 FLDS교회의 총재직을 사임하였다.

▲ 아리조나 콜로라도 시티에 있는 메인 스트리트(사진 아래). 이 길은 유타 주의 힐데일에 있는 또 다른 일부다처 공동체와 연결된다.
2. 주요 교리
   
▷ 일부다처: FLDS 교회는 남성이 여러 명의 아내를 가지는 것이 신에 의해 승인되었다고 가르치며 일부다처가 구원의 가장 높은 형태를 받기 위한 필요사항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교회에서 한 남자가 최소한 세 명의 아내를 가져야 한다고 믿으며 아내들은 남편에게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 만약 여성이 자신의 남편에게 철저히 순종한다면 남편은 그가 천국에 갈 때 그녀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초청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지옥으로 떨어질 것으로 가르침을 받는다.

교회는 '배치법(law of placing)'이라는 결혼 의식을 수행하는데, 이 의식의 골자는 '예언자'로 간주되는 교회의 지도자가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아 결혼할 나이가 된 여성들을 남편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예언자는 남편의 가치에 따라 아내를 더 주기도 하고 주었던 아내를 빼앗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남성과 결혼했던 여성이라도 예언자의 뜻이라면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다른 남성의 아내가 되기도 한다.

▷ 의복 규정(Dress Code) : 모든 신도들은 엄격한 의복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화장을 하는 것과 바지 혹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어떤 치마도 입어선 안 되며 머리를 짧게 잘라서도 안 된다. 남성은 보통 옷깃이 있는 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자신의 몸에 문신 혹은 피어싱이 허용되지 않으며 여성과 어린 소녀들은 대부분 집에서 직접 만든 드레스와 긴 스타킹을 입고 머리에는 두건을 쓴다.

▷ 재산 소유: 신도들은 부동산이나 다른 재산을 가질 수 없다. 땅과 주택은 FLDS 교회에 소유되어 있으며 협동수고플랜(UEP)이라는 곳에서 관리한다. 교회는 이를 '연합 규정'이라 하여 자신들의 '성별법' 교리에 따라 사는 삶으로 여긴다.

▷ 홈스쿨링과 성전 예배 : 제프스는 교회의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지시하였다. 이 바람에 2000년에 콜로라도 시티 학교 지구의 학생들이 1,200명에서 250명으로 대폭 줄기도 했다. 아울러 FLDS 종파는 성전을 신의 장소로 봉헌하여 예배 장소로 활용한다. 그들에게 성전은 일반적으로 매주 예배 장소만 사용되는 곳은 아니다. 결혼이나 성직 수여 의식 등 생과 사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의식 주관의 현장이기도 하다.

▲ 텍사스 주 엘도라도에 있는 FLDS의 성전모습.
3. 사례

▷ 캐씨(Kathy Jo Nicholson)
그녀는 한 명의 아버지와 세 명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3명의 자녀 중 하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으며, 첫 번째 아내보다 젊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아버지가 세 번째 아내를 가지면서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녀에 따르면, 이후 어머니는 좀처럼 웃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딸들에게 "항상 상냥하라(keep sweet)"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로 분노나 불안, 질투 같은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이 법칙에 따라 사는 핵심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 무조건적인 순종이었다.

예언자 워렌은 항상 세계가 사악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TV를 멀리하고 비디오를 없애며 헤드폰과 라디오를 처분하라"고 가르쳤다. 워렌은 가정주부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어떤 색깔 옷이 어떤 경우에는 사악하지만 그 다음주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등 그의 법칙은 일관되지 않았다.

그녀의 친구 가운데 한 명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나이든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캐씨에게 털어놓고 갑자기 사라졌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것은 소녀들의 용어로 'poof(휙)'이라고 하는데 보통 다른 일부다처 공동체로 옮겨가게 되는 경우이다. 친구는 다음해에 갑자기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나타났는데 애써 그녀를 모른 척 했다. 하지만 친구의 눈은 그녀에게 "너는 이렇게 당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었다. 캐씨는 나중에 매트(Matt)라는 젊은 청년과 만나 결혼해 FLDS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전 FLDS 신도들
루스(Ruth Stubbs)라는 여인은 제프스에 의해 16세 되던 해에 결혼을 강요받아 경찰관과 결혼했다. 그녀는 제프스를 예언자로 여겼으며 그 경찰관과 3년을 사는 동안 3명의 아이를 낳았다. FLDS를 떠나며 결혼을 정리할 때 그녀에게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지옥에 갈 수도 있으며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루스가 남편을 떠나는 것은 교주 제프스를 거역하는 것이었다.

사라 해먼(Sara Hammon)이라는 여성은 제프스를 처음 보았을 때, 그가 온화하게 생겼지만 나쁜 사람이었으며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이유를 제프스의 '카리스마'라고 언급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그의 카리스마는 전 교주였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사람들이 그를 예언자로 떠받들고 그의 아들인 제프스는 그 권력을 그대로 떠안았다고 고백했다. FLDS 신도들은 제프스의 권위에 대해 의심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았다. 그녀는 제프스가 감옥에 간 이후에도 감독이나 다른 지도자들이 계속 일부다처제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2006년 8월 31일자 CNN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발췌).

▲ 이 종교단체의 여성과 아이들이 공동체를 빠져나오고 있다.
4. 2008 엑소더스, 그 이후

지난 4일, 텍사스 엘도라도에서 16세의 소녀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제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15세에 임신해 현재 8개월 된 아이가 있으며 함께 사는 여성의 대다수가 FLDS의 교주 워런 제프스의 배우자라고 신고하였다. 경찰과 아동보호국은 이날 밤새 139명의 여성과 416명의 남녀 어린이 등 모두 555명을 안전지대로 옮겼다. 텍사스법에 따르면 16세 미만 여성의 결혼은 부모의 동의가 있더라도 불법에 해당한다.

416명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현 시대의 옷을 입어보지도 못한 상태이다. 아울러 아이들 각각은 자신들의 변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350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이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고난은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FLDS 어린이들은 외부 세계가 영화와 음악, 게임 등 사탄의 세력으로 가득하다고 배웠기에 몇몇 전문가들은 교회와 국가의 구분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출생 이후부터 세뇌당한 것을 일깨우는 것이 진짜 과제라고 지적했다.

남자 아이의 경우, 특별히 아버지의 총애를 얻은 아이들이라면 이들이 겪는 변화는 남들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일 수 있다. 한편 젊은 어머니들은 일부다처제를 통해 천국의 가장 높은 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었기에 혼란스러운 도전을 감당해내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5.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비극"

"일부다처제의 매력이 무엇인가?" 래리 킹의 질문에 사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저 그 안에서 자랐으며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그 안에서 자란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도, 자신의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었다. 숨겨져 있던 어떤 이들의 삶은 우리들에게 흔치않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처음 경험하는 우리의 평범한 삶은 그들에게 상실감을 가져다주는 비극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그들이 학교를 마치고 직업을 구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고민을 통해 행복함을 맛보기를 기대해본다.

이영훈 / <코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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