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일상에서 아랍 문화 이웃하기
이민자의 일상에서 아랍 문화 이웃하기
  • 김동문
  • 승인 2017.07.03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렌지카운티 리틀 아라비아에서 아랍을 느낀다
화덕에서 구운 다양한 아랍 음식이 입맛을 유혹한다. (알-아미르 식당)

이민자의 일상은 다문화, 다인종, 다국적 요소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론 다양한 인종과 그 문화와 실제 이웃하며 살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미국에 사는 연수만큼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 지역마다, 도시마다 저마다의 차이점이 있을 것 같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많은 한인들은 남미 출신 히스패닉(Hispanic) 이민자들과 폭넓게 접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히스패닉의 문화와 삶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 지역의 한인교회들이 멕시코 등으로 단기선교를 떠나지만, 이웃 히스패닉 교회와 연합하는 것에는 무관심한 경우도 많다. 이웃으로서 다른 인종을 받아들이는 것과 종교적 열정으로 다른 인종에게 다가서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이슬람의 할랄 음식 수용을 둘러싼 논쟁이 거칠게 빚어진 적이 있다. 한국 전북 익산 지역에 대규모 할랄단지를 만든다는 괴담이 대표적이다. 할랄(음식)이 들어오면 이슬람이 들어오고, 이슬람이 유입되면 이슬람법이 적용되고, 이슬람법이 적용되면 일부다체와 테러 등이 번져가고, 결국은 한국 사회가 한국 교회가 무너진다는 논리도 번져갔다. 그러나 할랄 논쟁은, 대개의 경우 부풀려졌거나 사실이 과장되고, 부정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많은 아랍 식품을 구할 수 있는 프레쉬 초이스 마켓플레이스, 그 안에는 이렇게 막 구워낸 아랍 빵을 맛볼 수 있다. (Fresh Choice Marketplace)

이렇게 질문해보자. 아랍 이슬람 지역의 현지 기독교인들이나 외국인 기독교인들, 비무슬림들은 할랄 음식을 먹을까 안 먹을까? 당연히 무슬림이 아닌 이들, 기독교인도 할랄 음식을 기피하거나 멀리하지 않는다. 절대 다수가 무슬림인 지역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금기 식품이 없다. 무슬림에게 최적화되었다는 할랄 음식은 물론, 무슬림들이 기피하는 돼지고기와 기름 등이 들어간 음식에 이르기까지 가리는 것이 없다. 이슬람 지역의 기독교인들은 종종 현지에서 생 돼지고기는 물론 수입 돼지고기와 돼지고기를 사용한 식품도 소비한다. 현지의 기독교인들이 할랄 음식을 먹도록 강제된 것이 아니라 할랄 음식 자체가 어떤 종교적 강요나 영향을 안겨주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리브 기름에 튀긴 틸라피아, 일명 이스라엘 성지순레하는 이들이 갈릴리 호수 변에서 즐긴다는 '베드로 고기'로 부르는 생선이다. (Olive Tree Restaurant)

지금 아랍 이슬람 지역은 물론 전 세계 무슬림 다수 지역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할랄 음식을 기피하고 기독교인들에게만 최적화된 음식을 먹고 있을까? 아니다. 이슬람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들이나 선교사들에게 물어보라. 두바이, 카이로 등 중동 곳곳에 한국 식당이 있다. 이들 한국 식당에서는 돼지고기를 넣은 음식도 제공한다. 그런데 식당 주변에는 이른바 일반 현지 음식점이 자리한다. 할랄 음식,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돼지고기 등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리틀아라비아의 한 구역에 아랍어로 된 간판과 아랍 국가 깃발이 가득하다.

오렌지카운티 지역에는 리틀 아라비아(Little Arabia)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유클리드, 비치, 라팔마와 카텔라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넓은 공간이다. 그 중심에는 브룩허스트길이 있다. 이 길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아랍어로 된 간판들이 즐비하다. 아랍 음식점과 식품점, 의류점, 수퍼마켓에 물 담배(시샤 또는 아르길라, 후카 등으로 부르는) 전문 까페 등이 눈에 들어온다. 카텔라와 브룩허스트 근처에는 후레쉬 초이스 마켓이 있다. 아랍 식품 등을 취급하는 가장 큰 대형 수퍼마켓에 해당한다.

터키 커피와는 다른 맛과 향을 가진 아랍 커피와 흔히 터키 케밥으로 연상되는 그런 식의 케밥과는 육질이 다르게 다가오는 아랍 케밥과 샌드위치 샤와르마(일반적으로 닭고기 또는 양고기가 사용된다), 팔레스타인식 정식과 분식은 물론, 레바논 식의 화덕 피자(우슬초를 넣은 피자와 간 고기를 넣은 라흐 벨 아지인 등), 야곱의 팥죽으로 기억하는 렌틸 수프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아랍 문화를 이해하고 누리는 것은, 이미 이민자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아랍과의 만남이다.

“종종 아이들과 같이 들려서 맛을 즐기곤 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나는 커피를 즐기지 않는데, 이 아랍 커피 향이 강한 듯 부드러운 맛이 아주 독특하다.‘, 가격대비 맛과 양이 아주 만족스럽다”, ’미국 속에서 아랍 문화를 느끼고 누린 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교회 구역 가족들과 같이 방문했는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 곁에 이렇게 아랍 이민자들과 그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이민생활 20여년이 넘었는데도 몰랐다.“ '중동에 비전트립을 보내기 전에 이런 곳에서 문화 체험을 하는 것도 뜻깊을 것 같다.' 리틀 아라비아에서 작은 아랍을 체험한 한인들은 다시 이곳을 찾곤 한다.

시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식당 안팎에 오래된 알레포의 성채 분위기와 생활을 벽화로 표현했다.(Aleppo's Kitchen)

미주 한인 이민자의 또 다른 이웃인 아랍 이민자의 삶을 마주하고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아랍 이민자가 이란, 터키, 중앙아시아 무슬림과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면 좋겠다. 파키스탄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무슬림 이민자들과 사뭇 다른 정서를 가졌다는 것도 구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슬림은 다 똑같다 생각하는 이들, 할랄 음식에 대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갖고 있는 미주 한인들에게, 아랍 문화 체험은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인 기독교인들에게는 이곳에서 맛보는 먹거리가 성경 속에서 언급되던 바로 그 음식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또 다른 보상일 것 같다.

아랍 음식을 즐기는 이민자들. 이미 미주 한인의 이웃인 이들과 이웃하며 살아가는 삶, 그 안에 이민자만의 삶이 빛날 수 있다. (Forn Al-Har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