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대한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편견
오바마에 대한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의 편견
  • 강희정
  • 승인 2008.04.28 09: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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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미국 엿보기 21 - 흑백논리는 우리의 눈을 가린다

저는 오바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케냐 출신의 미국 유학생이었고 어머니는 생각이 자유롭고 열린 미국 사람이었다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텔레비전도 보지 못하고 삽니다. 이전에 케이블을 연결한 적이 있는데 24시간 방송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하루 종일 보게 되어서 케이블을 끊고 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미국 정치나 경제에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타임을 가끔 읽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한국의 인터넷을 통해 미국 정계 소식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알고 있는 미국인들과의 만남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있습니다. 하나는 보수 기독교인들과의 소그룹 성경 공부 모임을 통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만나는 한 미국인 친구를 통해서입니다. 이 친구는 백인 중산층에 속하기는 하지만, 부모들이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인데다 가톨릭 신자여서 그런지 보수 개신교인들과 달리 생각이 많이 열려 있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와 정치적인 견해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성경 공부 모임에서 처음에 이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점차 선거가 진행되면서 이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를 은근히 하기 시작하더군요. 이 사람들은 목사 출신의 하커비를 지지했는데 매케인이 가능성이 높아지자 실망하더군요. 매케인은 중도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고 보수 기독교인들이 싫어하는 이혼 경력도 있는 사람이기도 해서입니다.

이 사람들이 오바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들 대화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과 만날 때 처음에는 제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이야기하지 않은 채 듣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의 노골적인 이야기도 자주 듣고 있답니다. 아줌마들의 수다 수준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보수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편견들을 확인하게 된답니다.

오바마가 처음 민주당 선거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들은 그를 ‘이슬람교 신봉자'로 몰아붙이더군요. 미국 사람들은 이슬람교도들에 대해 대단히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데, 근거도 없이 말이지요. 이후에는 오바마를 지지한 오프라 윈프리에 대해서 '뉴에이지'를 신봉하는 사람이라고 헐뜯으면서,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가 ‘반기독교도'라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오바마나 윈프리나 둘 다 개신교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인데도 말이지요.

제가 살고 있는 오하이오 지역 프라이머리 선거에서 오바마가 졌을 때 저는 직감적으로 보수 기독교인들이 ‘장난'을 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거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아일랜드계 미국인 친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당적을 달리해서 투표할 수 있는가와 선거 후 투표용지들이 얼마나 남았는가 하고요.

공화당원이 민주당 후보에 대해 투표할 수 있고 민주당원도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데, 그것을 ‘크로스 오버 투표’(cross over voting)라고 하더군요. 그 친구는 선거 끝나고 투표용지가 공화당 쪽이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쪽은 40% 정도가 소모된 반면 공화당 쪽은 10% 정도밖에 소모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하이오 프라이머리 선거 날,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민주당원들만 투표하러 갔을 리는 만무하겠지요.

그런데 며칠 후 성경 공부 모임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인 자기네가 힐러리를 찍는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힐러리 찍으라고 하는 이메일이 사람들에게 뿌려졌었다는 것을 볼 때, 기독교 지도급 인사 중에 누군가 이 일에 개입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놀랐지만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다음 날 선거 과정에 자원봉사를 했던 아일랜드계 친구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매우 놀라면서 저보고 CNN에 가서 제보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친구에게 민주당 후보 중에 누가 되면 공화당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지요. 그리고 여성 차별 의식이 강한지, 인종 차별 의식이 강한지 물어보았지요.

그 친구는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 가문이 부시 가문처럼 연이어 대통령을 낸 가문이 되어 '왕가'(Royal Family)처럼 될 것을 미국인들은 매우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여자에 대한 차별 의식도 심하고요. 힐러리와 매케인은 정책적으로 크게 차별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 오바마에 대한 혐오감과 더불어 힐러리가 되면 공화당 후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보수 기독교인들이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국의 지역 신문에 일부 공화당원들이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찍는 운동을 벌였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기사도 떴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아마도 제가 만나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제 남편이 존경하고 자신의 멘토라고 여기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그분은 훌륭한 기독교인으로 자기 전문 영역에서나 이웃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사람입니다.

제 남편의 멘토라는 분이 오바마의 의료보험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효율성'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저는 크게 놀랐습니다. 미국 서민들에게 가장 어려움이 되는 것이 의료 문제인데, 그들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미국의 서민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입장이지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목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분은 직업의 특성상 사고를 가끔 당하시는데, 사고가 나도 병원에 가지 못하더군요.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미국인 친구들 모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이라크에서 미국을 위해서, 자유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미군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내용이었어요. ‘God Bless America’라는 구호가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는 미군들은 대다수가 흑인들이거나 소수인종들, 또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의 정신적 지주였던 라이트 목사가 ‘God Damn America’라고 하는 말에 심정적으로 동조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오바마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

상당수의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은 민주당이 반기독교당이라고 믿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심지어 ‘지구 온난화' 문제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입장, 엘 고어의 입장을 정치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며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들의 입장을 들어 보니, ‘지구 온난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의 원인은 화석 원료의 사용에 있지 않고, 그래서 이산화탄소 감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엘 고어의 책 <불편한 진실>(Unconvenient Truth)이 초중등학교에서 교재로 쓰인다는 소식에 이들은 탄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정당의 역사상 종교로 인해 미국인들이 양분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습니다. 80년대 레이건 정부 이래 미국이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싸이면서 공화당이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종교 세력과 손을 잡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부터 낙태, 동성애 등의 이슈에서 소수자들의 의견에 찬성 입장에 있던 민주당에 대해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감이 형성되었지요. 그래서 타임지 2월호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종교와 종교적 관심들을 사람들에게 보다 더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더군요.

여기서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일부 보수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낙태와 동성애 이슈에 대해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에 있는 민주당에 대해 ‘반기독교당'이라는 낙인을 찍은 일부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은 무조건적으로 민주당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합니다. 여기에 정치 세력과 언론의 정치 선동이 함께 이루어지지요. 그래서 사실 대통령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지극히 비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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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2008-05-01 06:39:30
미국의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정치적 성향이 근간 20년 사이에 종교적으로 껄끄러운 몇가지 이슈(동성 결혼, 낙태)를 이용한 보수주의자 (James Dobson)과 공화당과의 연합으로 인해 이러한 양상이 되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독교인이 반드시 공화당을 지지할 당위성이 없으며, 성경적인 정치의 중심은 사회 윤리보다 사회 정의에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Jim Wallis) 있지요. 오바마도 같은 입장입니다.

김종희 2008-04-29 05:44:54
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교정하는 과정에서 글이 중복된 것 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hki0027 2008-04-29 05:31:33
기사 잘 읽었습니다. 기사중간에, 기사처음부터 다시 나옵니다. copied된 것인지 검토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