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실천신학 가르치는 '게이' 스프링클 교수
신학교에서 실천신학 가르치는 '게이' 스프링클 교수
  • 이영훈
  • 승인 2008.05.04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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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존중은 해줄 수 있지 않나"

▲ 스프링클 박사는, 게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존중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제공 코넷)
배우 올란드 불룸의 커다란 포스터가 문에 붙어 있고, 오바마가 연설하는 사진은 책장 위에, 그리고 반대쪽 벽에는 목사 안수증이 걸려 있는 이곳은 바로 게이이자 현 Texas Christian University(TCU) 실천신학 교수인 스프링클 박사의 연구실이다. 성탄절에 교회에서 산타클로스 역할을 한다는 그는 친절하고도 넉넉한 미소로 기자를 맞아준다.

당신의 성 정체성을 어떻게 부르면 되나.

"용어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나를 '동성애자(Homosexual)'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이성애자들이 우리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우리 스스로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동성애자'는 19세기에 우리를 비판적으로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비록 공격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를 조사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서, 마치 우리가 병이 있는 것처럼, 정상이 아닌 양 대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스스로를 '게이 남자(Gay man)'라고 부른다."

가족 관계는.

"달라스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내 파트너와 달라스에서 살고 있다. 같이 산 지는 7년 정도 된다. 우리 둘 다 결혼한 적이 없어서 아이는 없다. 텍사스 주는 동성 결혼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자는 아니다."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나.

"학교에서 현장 교육 및 목회 담당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목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맡고 있으며, 내 과목을 수강해야 목회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교회 선교와 목회 소명도 가르친다. 학생들이 적성과 위치, 교파에 맞게 자신의 사역을 하도록 돕는다. 아울러 학생들이 미래에 어떻게 일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난 이 학교에서 최초로 게이 클래스를 열어 몇 년간 가르치기도 했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언제였나.

"아주 어렸을 때, 8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자랄 때까지 난 그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다. 아마 대부분의 게이가 그럴 것이다. 게이 어린이로서, 난 다른 사람들과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게이 어린이는 무엇인가 자신이 다르다는 인식을 갖는다. 게이 어린이에게는 그것을 설명할 언어도, 경험도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도록 도울 사람들도 없었다. 성적인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그 사실을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다. 부모에게 허락 받을 수도 없고,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선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때 게이 어린이는 가족을 자신의 거울로 삼아 스스로를 비춰 보게 되지만 아무것도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게이 남성들은 모두 이렇듯 고립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나.

"난 여자에게 끌리지 않았다. 데이트하고 싶지도 않았고. 여자들은 그저 좋은 친구들일 뿐이었다."

주위에서 당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가.

"물론이다. 난 달라스에 있는 한 침례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게이 멤버들이 몇 명 더 있다. 우리 교회는 게이를 포함한 모든 이를 환영한다. 내가 이 교회를 선택한 이유는 나를 받아주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거의 모든 교회에서는 날 환영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내가 하는 일은 가르치고 설교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이 나를 후원해준다. 스스로도 내가 게이라는 것이 부끄럽거나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크리스천으로서 당신의 성 정체성과 신앙이 마찰을 일으킨 적은.

"우리는 성서가 '이성애'만 인정하는 것으로 배워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갈등이 있었다. 16세 때 완전히 나의 성적 정체성을 확립했고, 동시에 목회로의 부르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무엇을 했겠는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하나님의 부르심은 내가 원하는 것보다 크다고 생각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을 하고 나의 성 정체성은 거부했었다. 여러 해 동안 난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을 따라 모든 사람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게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못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교회가 무엇이라고 가르치든, 넓은 마음을 가지고 열어야 한다. 왜 우리를 경멸하고 거부하는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피조물이다."

'동성애는 죄'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주로 서너 개의 성서 구절이 사용되고 있다. 첫째는 구약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이며, 둘째는 레위기 18장, 신약으로 넘어가면 로마서 등 한두 구절이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예수 그리스도, 선지자들, 모세는 동성애에 대해 무엇이라고 했나. 한마디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게이를 죄인으로 보는 것은 그들이 성서를 읽을 때 자신만의 안경을 쓰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이 흑인들, 여성들을 비하시키는 데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성서 자체가 아니라 성서를 읽는 자들의 마음이다."

동성애를 긍정하는 성서 구절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사야에서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고 했다. 바로 '모든 이들을 위한' 집이란 말이다. 갈라디아서에서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고 언급한다. 신약에서는 '그리스도께서 너희를 환영한 것 같이 서로 환영하라'고 가르쳤다."

동성애자로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나.

"있다. 날 죽이겠다는 위협도 받았다. 포트워스에서 게이와 레즈비언들을 위한 모임에서 강연한 적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누가 내 전화에 '우리는 네가 어디서 일하는지 알고 있다. 너는 이교도 같은 놈이다. 언젠가 네가 살아서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경찰에 신고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TCU 학생이었다. 한편 학교에서도 게이란 이유로 날 해고하려는 학장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난 항상 싸워야 한다. 파트너와 난 한때 베드포드에서 살았었는데, 게이란 이유로 어떤 사람들이 우리 집의 전화선을 끊어놓거나 내 자동차 타이어를 두 번씩이나 펑크 낸 적도 있다. 그래서 달라스로 이사하게 되었다. 달라스는 크고 강한 게이 커뮤니티가 있다. 대략 25만 명 정도의 게이, 레즈비언들이 DFW에 살고 있다."

왜 그들은 당신과 대화하지 않나.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게 같이 이야기할 만한 사람으로도 대접해주지 않는다."

무엇이 당신을 좌절시키는가.

"우리는 자유를 원하며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않거나 상처를 주고 거부할 때 좌절을 경험한다. 우리는 '2등 시민(Second Class Citizen)' 취급을 받는다.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결혼도 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세금도 많이 낸다. 군대에도 갈 수 없다. 텍사스에서는 동성애 부부의 아이를 빼앗아 가려는 시도도 있었고, 실제로 동성애 부부는 아이도 입양하지 못한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존중이다. 그것뿐이다. 나에게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인정하지 않아도 되며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란다. 난 이성애자들이 게이들을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 우리를 정죄하지 말고 우리 얘기에도 귀를 기울여달라."

어떻게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이 함께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보나.

"서로를 알아야 한다. 우리를 친구와 이웃으로서 만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양자 간에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서로 알아간다면 서로 간에 다리가 생기고 이해도 증진될 것이다."

이영훈 / <코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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