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보호하라
오바마를 보호하라
  • 이영훈
  • 승인 2008.05.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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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다시 고개 드는 '오바마 암살론'

▲ 흑과 백, 양측을 오바마가 어떻게 껴안을 것인지, 두렵지만 자랑스러운 시각으로 그의 발걸음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사람들이 오바마와 우리 가족을 염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겨내지 못할 도전은 없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의 아내 미셀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남편의 안전을 걱정하는 흑인 군중들을 향해 오바마의 행진이 결코 멈춰지지 않을 것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녀의 외침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우려를 씻어내지는 못했다. 지난달 25일 비무장 흑인 청년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하고 한 명을 숨지게 한 뉴욕주 경찰에게 무죄를 선고한 나라. 흑인들의 눈에 그들이 살고 있는 미국은 아직도 그런 곳이었다. 오바마의 안전을 걱정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누가 오바마를 위협하는가. 늘어나는 경호원 수만큼이나 커져가는 '오바마 암살론'을 파헤쳐 본다.

"미국의 민주당 유권자들이 선택을 했고, 나도 했다." 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 존 에드워즈가 5월 14일 오바마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오바마는 백인 노동자층의 후보로 간주되어 온 그의 축복을 받기 위해 힐러리와 경쟁해 온 터였다. 이런 와중에 찾아온 에드워즈의 지지는 두 가지를 상징하고 있다. 오바마의 약점이라 치부되던 백인 노동자층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민주당 경선이 그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다는 점, 하지만 그의 승리가 가까워질수록 오바마의 안전은 멀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기되어 왔다. 누가, 그리고 왜 그의 암살을 염려하는가.

1. 암살론의 대두 : 암살을 걱정하는 이들

오바마 암살론의 원뿌리는 지난 1990년 콜린 파월 장군이 대선 출마를 검토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월의 부인을 비롯한 흑인들은 그가 대통령에 도전할 경우 암살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결국 파월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반색했던 자들은 그의 경쟁자들뿐만이 아니라 그의 안전을 걱정하던 사람들도 대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파월의 상황은 오바마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그가 대선에 나서기 위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고, 선두 주자로 부상하게 되자 염려는 더욱 커졌다. 이런 염려는 '최초의 미국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느냐'라는 관심과 맞물려 있다. AP통신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결국 암살될 것이므로 아예 그의 안전을 위해 오바마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그의 암살론에 큰 비중을 두어 보도하였다.

오바마 암살론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백인보다는 흑인, 그 중에서도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경험한 흑인 노년층이라고 전해지지만, 젊은 흑인층과 백인들의 염려도 그에 못지않다. 43세인 세계 복싱 챔피언 '버나드 홉킨스(Bernard Hopkins)'는 미국이 아직 흑인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몇 달 되지 않아 암살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한편 프린스톤대학에서 정치학과 흑인 문화를 가르치는 '멜리사(Melissa Harris-Lacewell)' 교수는 "오바마가 암살될 것이라는 커다란 근심이 많은 흑인 지지자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가 총에 맞을 확률이 50%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고 사람들에게 그가 더욱 다가갈수록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1980년대 흑인 대통령 후보였던 '제시 잭슨(Jesse Jackson)'은 그의 선거 캠페인 동안 당했던 수많은 위협때문에 비밀 경호(Secret Service Protection)를 요청한 바 있다.

전 미네소타 주지사 제시 벤튜라(Jesse Ventura) 역시 지난 4월 2일 이 행렬에 동참하였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오바마 암살 시도에 대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으며 '알렉스 존스 쇼'에도 출연 "정부가 진실한 시민이 미국의 대통령에 오르도록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하며 "버락 오바마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 깊게 당부하기도 했다.

2. 암살의 역사

▲ 사진 왼쪽부터 마틴 루터 킹, 존 에프 케네디, 말콤 X.
■마틴 루터 킹: 흑인 해방 운동가이자 196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킹 목사는 1968년 4월 4일, 흑인 청소부 파업을 지지하러 테네시주 멤비스를 방문했다가 동료들과 함께 묵고 있던 모텔의 발코니에서 저격범의 총탄에 쓰러졌다. 범인으로 체포된 사람은 백인 청년 제임스 얼레이로, 살인죄로 99년 감옥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일부 흑인 청년들이 경찰과 충돌해 유혈 사태를 빚기도 하였으며 미 전역의 흑인들이 소요를 일으켰다.

■존 에프 케네디: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달라스시 다운타운 엘름(Elm) 도로에서 암살되었다. 암살 이듬해인 1964년, 후임 린든 존슨 대통령에 의해 구성된 '워런위원회'가 케네디 암살 후 2시간 만에 붙잡힌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으나 케네디 암살 사건을 다시금 조사하라는 여론에 밀려 1967년 '암살특별위원회'가 미 연방 하원에 의해 구성되었다. 이 위원회는 '워런위원회'의 결론을 뒤집고 음모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의 죽음의 배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CIA 배후설, 마피아 주모설, 쿠바 음모설, 쿠데타설 등 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말콤 X: 그의 아버지는 흑인 목사로서 흑인 인권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KKK'단의 습격으로 기차에 던져져 처참한 최후를 맞고 그의 형제들은 뿔뿔이 헤어졌다. 젊은 시절 마약 밀매 등을 저지르며 타락했으나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후 말콤 X는 이슬람교 전도사로서의 삶을 산다. 그의 영향으로 흑인 이슬람 단체는 큰 성장을 보였지만 말콤 X의 우상이었던 흑인 이슬람 지도자의 비리가 밝혀지자 그는 이슬람을 탈퇴, 백인들과 함께 공존하는 평화론을 펼쳤다. 하지만 1965년, 그의 탈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이슬람교 단체 회원들에 의해 말콤 X는 연설 도중 16발의 총알 세례를 받아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3. 오바마는 안전한가?

"나는 세계 최고의 경호를 받고 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라." 그의 암살론에 대해 오바마는 잘라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받는 경호는 어떤 수준일까.

오바마는 이전까지 자신의 경호를 선거 캠페인에서 고용한 사설 경호팀에게 맡겼다. 하지만 지난해 5월 3일부터 비밀 경호팀(Secret Service agents)이 생겼다. 힐러리에게는 전 퍼스트레이디로서 처음부터 경호팀이 따라붙었지만, 오바마에게 비밀 경호팀이 붙은 5월 3일은 대선 후보자들에게 경호팀이 붙는 날 중 가장 빠른 날이었다. 오바마와 비교해볼 때, 다른 경선 후보들은 프라이머리 선거 일정 동안 그런 수준의 호위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바마의 선거 경주가 확장되어 나갈수록 그의 경호도 증가하여 현재는 대통령 경호 수준과 맞먹는 경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부터, 오바마는 자신을 둘러싼 수 십 명의 경호원을 시카고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수퍼볼’을 시청하거나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과 함께 농구 시합을 벌이기도 한다.

4. 암살론: 왜 오바마인가?

"미국 암살 역사에 대해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믿을 수 없는 국가적 충격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는 비밀 경호팀이 없었다." 오바마의 당당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케네디 대통령과 킹 목사의 암살에 관한 책을 쓴 '제랄드 포스너(Gerald Posner)'는 그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주요 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에 점점 다가가는 최초의 흑인 경선 후보이며, 희망과 변화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짚어냈다.

'흑인'으로서 오바마가 가지는 암살의 위험성은 이미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의 '도리스 레싱'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레싱이 상정하는 암살 세력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바마가 '백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그녀의 언급은 인종적인 이유로 암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미국의 대통령들이 '백인앵글로색슨족개신교도(WASP)'의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었고, 역대 유일한 가톨릭교도였던 케네디 대통령의 종교가 과거 문제시되었던 것처럼 같은 기준이 오바마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시각을 재확인하는 셈이다.

정치적인 면에서 오바마가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 당시 총기 소지 정책을 고수하려는 '전미총기협회' 측의 로비를 거절하면서 총기 규제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나 상원 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을 일관되게 반대해온 점도 오바마의 암살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가 된다. 아울러 <소저너스> 편집장 짐 윌리스의 말처럼,"우파 보수주의 매체 조직이 미국 사회로 하여금 오바마가 무슬림임을 숨기고 있으며 '인종주의'교회 출신이라고 믿기를 바라고 있다"는 종교적인 시각도 그렇다. 이처럼 그가 백인 중심의 정치 기득권을 견제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한, 그리고 이슬람 교도라는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한 오바마는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5. '희망과 변화를 이야기하는 흑인'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오바마는 암살의 위험에 가까운 인종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이러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설은 흑인과 백인의 문제, 종교와 계급의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균열 극복의 꿈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게서 60년대에 사라져버렸던 케네디와 킹 목사를 보는 이들은 이제 다시금 돌아온 2008년의 변화와 희망을 손에 잡으려 하고 있다. 흑과 백, 양측을 오바마가 어떻게 껴안을 것인지, 두렵지만 자랑스러운 시각으로 그의 발걸음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이영훈 / <코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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