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틴한인장로교회, 교인도 모르게 담임목사 해임?
어스틴한인장로교회, 교인도 모르게 담임목사 해임?
  • 박지호
  • 승인 2008.06.1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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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박용진 목사, "6개월 안식 기간 끝나면 떠날 것"

텍사스에 있는 어스틴한인장로교회는 역사가 33년 되었고, 출석 교인 숫자가 700명에 이른다. 어스틴 지역 한인 숫자를 6,000~7,000명 정도로 추산할 때, 지역 한인의 10분의 1이 출석하는 대형 교회다.

그런데 이 교회 담임 박용진 목사가 최근 사임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박 목사는 40대 초반에 담임목사로 부임해 3년 반 동안 목회했다. 20여 개였던 부서를 40여 개로 늘리고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는 등 부임 초기부터 의욕적으로 일했다. 그런 그가 3년 반 만에 돌연 사역을 내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가 일방적이다” vs “어느 목회자가 남아나겠나”

당회는 박 목사의 사퇴 이유를 크게 3가지 들었다. “박 목사가 불신을 야기하는 행동을 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했으며”, “부교역자들을 비효율적으로 인도했다”는 것이다. 당회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로, 당회의 승인이 없거나 임의로 수정된 회의록을 목사가 공고하고, 표결 없이 당회를 폐회했고, 과거의 일을 사과했지만 개선하지 않았고, 교회 장기 출석 성도와의 관계에서 인간관계를 양성하기보다 거리감을 두었으며, 부교역자를 자주 교체하고, 교역자의 임무를 임의적이고 불규칙하게 바꾸고, 교역자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것 들을 들었다.

당회는 올해 초 박 목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찬성:5명, 반대:3명)하고, 2월 28일 노회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PCUSA 산하 중서부한미노회 목회위원회는 담임목사, 장로들, 50여 명의 교인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 공청회를 열었다. 그 결과 5월 13일부터 박용진 담임목사의 목회 활동을 중단하고, 6개월간의 안식 후 11월 12일부로 사임하는 것으로 목사, 당회, 목회위원회가 동의했다. 박 목사는 안식 기간에 들어갔다.

▲ 어스틴한인장로교회는 담임 박용진 목사가 최근 사임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어스틴한인장로교회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사용이 중지되어 있다. (어스틴한인장로교회 홈페이지 캡쳐)
당회와 노회가 결정, 교인들은 통보 대상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 목사의 해임 사유보다 해임 과정이다. 교회 주보를 통해 박 목사의 사퇴를 밝히는 대목에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합의 주체에 목사, 당회, 노회는 있지만, ‘교인’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당회가 담임목사에게 지적한 것을 당회 역시 ‘일방적이고,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처리한 셈이다.

박 목사 해임 건을 놓고 공동의회도 거치지 않았고, 교인들 전체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었다. 그래서 교인들 중 상당수가 박 목사가 사임하는 이유와 절차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노회 목회위원회가 교인들의 여론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가졌지만, 그마저도 앞뒤 설명 없이 "노회 목회위원회가 금주에 본 교회를 방문합니다. (listening) 성도들의 기도를 바랍니다"(3월 9일 주보)라는 문구만 실었다. 아는 사람만 오라는 얘기다.

3차 공청회가 열리기 전인 4월 20일에 배포된 주보에도 마찬가지다. 인원도 54명으로 제한했다. “노회 목회위원회가 26일 본 교회를 3차 방문합니다. (교인 listening) 참가하셔서 의견을 내시길 원하는 교우들은 교회 사무실에 전화하셔서 면접 시간을 예약해주시기 바랍니다. 54명 혹은 가정까지만 접수합니다.”

6개월 안식은 당회 결정, 6개월 후 사임은 공동의회서?

어스틴한인장로교회는 내규에 담임목사의 청빙과 사임 문제를 미국 장로교 헌법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단 헌법(G-14-0600)에는 목사의 해임과 관련해서 노회, 목사, 교회가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 있고, 이중 교회가 요청하는 경우를 보면 “교회에 의한 요청 : 만약 교회가 목회 관계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교회는 정당하게 소집된 공동의회 이후 그 목사와의 관계 해소를 노회에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어스틴한인장로교회의 경우 교회의 요청에 의해서 노회가 개입한 경우다. 이럴 경우 교회는 정당하게 소집된 공동의회를 거쳐 노회에 요청할 수 있지만, 어스틴한인장로교회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담임목사의 거취 문제를 공동의회도 거치지 않고 3자 간(당회, 노회, 목사)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은 교단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또 어떤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결정했는지 노회 목회위원회에 물었다.

이에 노회의 John Judson 목사는 “노회 목회위원회가 목사를 떠나게 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박 목사에 대한 결정은 6개월 동안 안식하는 것이고, 그의 사임은 중립적으로 당회와 목사 간의 합의였으며, 곧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합의사항 전체가 공동의회를 거쳐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임을 전제로 한 6개월 안식은 당회 결정으로 하고, 6개월 후 사임 여부는 공동의회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공동의회가 교인들의 의견을 온전히 반영하는 치리회가 아니라 모양새만 갖춘 거수기 정도로 전락한 셈이다.

▲ 당회는 앞뒤 설명 없이 "노회 목회위원회가 금주에 본 교회를 방문합니다"라는 문구만 실었다. 3월 9일자 주보(위), 4월 20일자 주보(아래).
공동의회 안 한 이유, ‘담임목사 보호하기 위해서’

그럼 당회는 왜 공동의회를 거치지도 않고, 교인들에게 사전에 설명도 하지 않았을까. 박 목사의 해임을 주장한 장로 중 한 명은 “목사님이 사임할 때 (공동의회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당회 서기 장로는 “공동의회를 하게 되면 목사님이 밀릴 것 같아서 목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동의회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목사의 해임을 지지한 또 다른 장로는 “당회가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걸로 안다”고 했다. 사전에 교인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것도 일리는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설명)해서 교인들이 갈라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당회는 교회와 교인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의회를 열지 않고 교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교인들 사이에는 당회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없지 않다. 교인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담임목사가 사임하게 된 결과에 대해서는 찬반으로 나뉘었지만,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교인들, 결과엔 찬반양론···절차엔 문제 있다

박 목사를 지지했던(해임을 반대했던) 장로들은 “박 목사가 의욕은 많고 경험이 없다 보니까 개혁적으로 일을 많이 벌였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쪽으로 갔다”며 박 목사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사역을 그만둬야 할 만큼 잘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교회 집사 중 한 명은 “목사가 금전 문제나 여자관계 등 부도덕한 일을 범한 것도 아니고, 다만 젊은 목사가 독선적이라는 것이 사임 이유라면 어느 목회자가 버틸 수 있겠냐”며 당회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9년째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한 집사는 “빌미를 제공한 목사도 문제지만 담임목사의 거취 문제를 당회가 독선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고, 3년째 교회에 다니는 있다는 또 다른 집사는 “현재로는 이런 일이 교회 내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교회의 내규를 보다 정확히 만들어 당회와 담임목사의 독선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3년째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집사는 “당회의 결정을 찬성하지만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교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과 6개월간의 안식년인 현재의 목사의 급여와 임시목사의 경비 문제는 추후 예결산 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목사의 자질이 문제라는 당회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용진 목사, “안식년 끝나면 떠날 것”

한편 박 목사는 서신을 통해 “합의가 잘 이행되도록 교우 여러분의 협력을 부탁한다”며 “모든 허물은 담임목사인 내게 있으니 부디 마음 상하거나 나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또 “안식년이 끝나면 새로운 목회지를 찾아 떠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생길 결과와 무관하게 사임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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