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때려잡으면 북한 인권 해결되나
김정일 때려잡으면 북한 인권 해결되나
  • 이승규
  • 승인 2008.07.2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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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북한 정권 붕괴는 오답…정치적 인권 못지않은 생존적 인권도 중요

▲ 통곡 기도회에 참여한 목회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의 외침대로 북한 정권의 붕괴가 곧 인권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뉴욕 목사회 회장 정순원 목사(앞줄 왼쪽)와 방지각 목사(앞줄 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북한 인권 문제는 수년 전부터 미국과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 주로 제기했다.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4월 30일에는 2004년에 제정한 북한 인권법을 4년 더 연장했다. 한국 보수 교계도 2003년경부터 매년 통곡 기도회를 개최해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한국과 중국 정부에 당부하고 있다. 뉴욕에서 열린 기도회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인권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북한에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미국과 한국의 보수 진영이 주도하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논의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진보 진영의 견해와 엇갈린다.  KCC가 주최한 통곡 기도회도 이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 중요하지만…

지금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는 쪽은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일 등 정권 수뇌부는 '사탄'이라고 보는 반면, 주민들은 '구해내야 할 불쌍한 동포들'로 본다. 보수 진영은 북한의 현 정권이 무너지면 인민들의 인권이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과연 인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분단 체제를 이용해 세도를 누리고 있는 군부 세력이 권력을 장악할 수도 있고, 친중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북한 인민의 인권을 개선해줄 건강한 정권이 확실히 들어설 것이라는 증거나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기도 내용을 살펴보면 공허하다. '북한 정권'으로 추상적으로 뭉뚱그려서 표현한 다음 이 정권이 무너지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그런 왜곡된 현실 인식을 전제로 하는 기도에서 참된 의미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정말 기도 제목대로 되기를 바란다면, 중국과 미국과 북한과 남한의 모든 관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국의 회개를 촉구하는 기도를 하려면 동시에 미국의 회개를 촉구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고 이를 즐기면서 이익을 챙기려는 남북한과 주변의 모든 세력들이 붕괴되기를 함께 기도해야 한다.

또 인권은 집회·결사·종교·정치적 자유를 보장받는 인권과 생존을 위해 의식주를 보장받는 인권으로 구별할 수 있다. 지금 보수 진영은 전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후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퍼주기'라고 비난해왔다.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 기도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방향과 내용은 더 중요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일차적인 인권 문제가 해결되어야 이차적인 인권 문제도 자각하게 된다. 보수 진영은 일차적인 인권은 무시하고 이차적인 인권만 강조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목사들 중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지원을 비난한 사람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남북 관계가 나빠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고 있다. 이중적이고 모순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나님은 도둑질에 관대하다. 신명기 23장 24~25절을 보면, 이웃의 포도원에 들어가서 먹을 만큼 실컷 따먹어도 된다고 했다.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가서 이삭을 손으로 잘라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하나님은 배가 고파서 남의 것을 먹는 것을 죄라 여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포도를 따서 자기 그릇에 담으면 안 되고, 이삭에 낫을 대면 안 된다고 했다. 배고픈 것을 채우는 것을 넘어선 행위는 죄로 본 것이다.

이처럼 인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는 더욱 그렇다. '김정일 정권 붕괴'가 만사형통의 지름길이 아니다. '사담 후세인' 하나 때려잡아서 이라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도의 힘은 모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풀어주는 능력도 포함된다. 따라서 열심히 기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도의 방향과 내용이다. 통곡 기도회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을 위한 모든 노력들이 보다 건전한 방향과 튼실한 내용을 갖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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