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하나님 뜻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함부로 하나님 뜻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 이승규·박지호
  • 승인 2008.08.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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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뉴저지초대교회 상황을 바라보는 목회자들의 시각

▲ 초대교회는 지금 후임 목사 청빙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교인들은 표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다.
사직서를 낸 이재훈 목사의 후임을 구하는 뉴저지초대교회의 발걸음이 빠르다. 이 목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지 5일 만에 교회 홈페이지에 후임 목사 청빙 공고를 냈다. 이재훈 목사는 8월 24일 주일예배 설교를 하지 않았다. 이 교회 장로는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목사의 결혼식이 있어서 한국에 갔다. 다음 주에는 설교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한국에 가서 온누리교회 서빙고 성전 교인들과 상견례를 했다. 온누리교회 라준석 부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훈 목사가 10월에 정식으로 부임할 것이다”고 말했다.

뉴저지초대교회가 낸 청빙 공고에 따르면, 후임 목사의 자격은 △미국에서 정규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고 △한국어와 영어로 설교가 가능하고 △미국에서의 목회 경험이 있어야 한다. 추천인 2명 이상인 이력서와 최근 설교 테이프 또는 동영상 파일 2개, 본인 소개서와 목회 비전서를 제출해야 한다. 마감은 9월 15일까지다. 청빙위원장인 최윤섭 장로는 "(후임 목사에 지원한 사람을) 공개할 수 없지만, 훌륭한 분들이 많이 지원하셨다"고 했다.

이재훈 목사, 8월 24일 주일 설교 안 해

8월 24일 주일에는 안수집사들이 모였다. 120여 명 중 70여 명이 참석했다. 최윤섭 장로를 비롯한 일부 장로도 자리를 같이했다. 이 자리에서 안수집사들은 장로들에게 후임 목사 청빙 과정을 공개적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안수집사는 "안수집사들이 목사 청빙 과정에 이러쿵저러쿵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과정을 투명하게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갑작스럽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교인들은 매우 조용하다. 교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번 일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지만, 섭섭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한국 온누리교회 서빙고 성전 수석부목사로 가는 것이 잘 되어서 임지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축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이재훈 목사가 뉴저지초대교회를 사임하고 온누리교회로 가는 것에 대해서 미주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 이재훈 목사의 한국행을 바라보는 일부 목회자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사진 출처 뉴저지초대교회 홈페이지)
<미주뉴스앤조이>가 접촉한 목회자들은 비판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한국 온누리교회 서빙고 캠퍼스 수석부목사로 가는 것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표현한 이 목사의 얘기에 "아무 곳이나 하나님 뜻이라고 갖다 붙이는 게 아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버지니아의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는 "개인의 신앙고백 문제라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목회자가 거취 문제에 대해 말할 때 가급적 하나님의 뜻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 교인들이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이 드는 경우라 해도 말을 삼가하는 편이 더 덕스럽다는 입장이다.

볼티모어의 노진준 목사(갈보리교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부분에 대해 "기도를 1년 전부터 했다고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무책임한 것으로, 교회와 교인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년 6개월 전 이재훈 목사를 데려올 때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장로든 이 목사든 예상했어야 했다"며 "미국 목회 경험도 없는 이 목사를 처음 청빙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목회자의 올바른 신학과 건강한 목회관이 중요

이재훈 목사가 사임의 변 중 하나로 내세운 "이중 언어와 문화를 잘 이해하는 1·5세 목회자가 리더가 되어야 미래를 이끌어가는 교회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비판 의견이 있었다.

LA의 이용욱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는 "한인 이민 교회의 앞날은 1세 교회와 2세 교회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1세 교회는 계속 한국 교회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2세 교회는 미국 교회를 따라 다민족 교회로 나아갈 것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1·5세 목회자가 1세 교회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실제로 "많은 1·5세 목회자들이 1세 목회로 돌아서고 있다"며 "1세냐 1·5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회자의 올바른 신학과 건강한 목회관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LA의 김성수 목사(서머나교회)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김 목사는 이번 사건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실용주의와 크고 힘 있는 것이 진리라는 물질주의, 기복주의, 거인 숭배 사상에 먹혀버린 한국 교회가 낳은 당연한 열매다"며 "지역 교회는 목회자들의 꿈과 비전을 이루는 터전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김 목사는 "오직 세를 불리는 데에만 전념하는 그릇된 교회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번과 같은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며 "계속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를 찾을 것이 아니라, 이민 사회와 이민 교회의 사정을 현지에서 보고 경험한 이들 중에서 목회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고의 이승종 목사(예수마을교회)는 "양쪽 교회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몇 가지는 신중하고 사려가 깊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목회자의 소명은 세속적 쓰임새와 달라야 한다"며 "목회자는 목회를 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사명이 직업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교회는 몇몇 지도자의 비성경적인 영향력과 벤치마킹 의욕이 지니는 위험 요소를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승규·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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