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뱀을 기르세요
차라리 뱀을 기르세요
  • 양국주
  • 승인 2007.07.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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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를 열다가 뱀이 들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겁을 하고 카운티 소속 긴급구호에 전화했더니 생활공간에 들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구호센터로 연결해 주었다. 일반 구호센터에서는 스컹크나 뱀 등은 처리하지 않는다며 페스트 컨트롤(pest control) 회사로 연락하라는 것이다. 서너 시간 후에 달랑 쇠 꼬챙이 하나만 들고 나타난 뱀 전문가는 속 타는 나와 달리 느긋했다. 한술 더 떠 그는 미국에서 살려면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말까지 했다.

‘쥐를 기르든가 아님 뱀을 기르든가’

어안이 벙벙해 하는 내게 뱀도 잘 기르면 보통 애완용 동물보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상식 밖의 뱀 예찬자를 만난 셈이다. 자기는 집에 서너 마리의 뱀을 기른다고 했다. 왜냐하면 쥐는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진드기도 달고 다니고 집안의 온갖 음식을 축내는데 반해 뱀은 이러한 쥐를 잡아먹기 때문에 독사만 아니라면 전혀 해가 될게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반창고 같은 트랩만 설치해 놓고 150불을 받아갔다.

‘쥐보다는 뱀을 기르는 게 낫다’는 뱀 예찬 강의에 비싼 수강료를 지불한 셈이다. 최근 중국 후난 성 둥팅 호에 닥친 폭우로 지하에 서컸求?쥐떼 20억 마리가 민가와 농경지를 휩쓸고 갔다는 보도가 있었다. 들쥐의 식용으로 쓰이는 갈대 뿌리가 온통 물에 잠기게 되고, 몸보신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쥐의 천적인 뱀을 모조리 잡아먹은 탓에 생긴 일이다. 자고로 뱀은 들쥐의 천적이다. 태생적인 원한을 가진 탓일까?

바퀴벌레의 천적은 지네고, 거미와 무당벌레가 천적 관계다. 천적이란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의 필법이다. 피부에 독을 품고 사는 독개구리를 물었다가 뱉어 내고는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혀와 입술을 문지르는 뱀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일이 있다. 북한이 생존의 필법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덕에 스스로를 지켜 내는 것을 보며 독개구리와 같은 생태계의 이치라는 생각도 든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자연만큼이나 인간도 이러한 천적과 천생연분의 관계를 지닌다. 히로시마에 투하한 미국의 원자 폭탄을 생각하면 일본과 미국은 절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일본은 천적인 미국을 이용하여 버블 경제를 회복하고 말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제 회생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새로운 유럽의 탄생 과정에 화폐 통합을 거부한 영국이 고립되는 듯하더니 이라크 참전으로 국제 금융의 빅뱅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아침을 차리던 아내가 내게 던진 말이다. “당신이 예뻐서 데리고 사는 줄 아세요? 대안이 없기 때문이지요.” 천생연분 순둥이인줄만 알았던 아내가 천적 같은 선언을 해댔다. 어제 150불을 내고 들었던 천적에 대한 강의가 고통스런 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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