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없고 '풍요'만 넘친 미국 교회
'이웃'은 없고 '풍요'만 넘친 미국 교회
  • 강희정
  • 승인 2007.07.29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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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6 - 미국 교회 여름성경학교 순례기

한국의 여름방학에 비해 미국의 여름방학은 참 길다. 아이들은 학교와 여러 과외활동으로부터 해방되지만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약 3개월간의 긴 기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캠프에 대한 정보를 일찍 접하지 못 한터라  아무 캠프에도 미리 신청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교회마다 열리는 여름성경학교(Vacation Bible School)에 아이들을 보냈었다.

여름성경학교는 교회마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로써 1주일 동안 진행되며, 아이들에게 성경공부와 특별활동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대부분 무료이거나 기껏해야 10불 정도의 등록비만 받는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캠프에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을 5개 교회의 여름성경학교에 보내면서 전에 알지 못했던 미국 교회의 특징들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세 교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교회는 비교적 진보적으로 평가되는 비종파주의(Denomination) 교회였다. 그 교회는 첫날 아이들에게 카리브 해 연안에 있는 국가인 아이티의 가난한 사람들의 실정을 보여주며, 홍수 피해를 당한 그 나라 사람들이 집을 짓도록 돕는 것을 주요 프로젝트로 제시하였다.

미국 아이들을 다른 나라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그 점을 설명해 주면서 집에 모아 둔 동전들을 헌금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은 교회학교 선생님이 매일 모인 학생 수와 헌금 액수를 가지고 남녀 간 비교하며 경쟁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선한 뜻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날까지 지켜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 그 교회에 대해 가졌던 긍정적인 생각들은 산산이 깨어졌다.

카니발을 한다며 부모들과 함께 참여하게 한 마지막 날은 이름 그대로 '돈 잔치' 그 자체였다. 가스로 유지되는 커다란 열기구 풍선을 띄어 놓고 세 시간 동안 사람들을 탑승시키는 이벤트를 벌였다. 쉽고 간단한 게임 수십여 종을 준비했고, 각종 인형들과 장난감들을 나눠 주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10가지 넘는 상품들을 받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카니발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300여 명의 아이들에다 가족까지 합하면 아마도 1,000여 명 정도로 예상됨) 샌드위치, 햄버거, 솜사탕, 음료수 등을 나누어주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먹고 마시며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우리 아이들도 여러 가지 인형과 상품들을 푸짐하게 받았다. 또 거기서 제공된 음식으로 온 가족의 저녁식사도 너끈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카니발에 쓰인 돈을 아이티나 다른 가난한 나라에 보냈다면 얼마나 유익하게 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특별 프로젝트로 내걸고 아이들의 푼돈을 모아 보낸다고 하면서 그 많은 돈을 하루 동안에 소비해버리는 행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두 번째 교회는 집 근처에 있는 침례교회였다. 그 교회에 처음 갔을 때 신기했던 것은 교단 한 쪽에 미국 국기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교회만이 아니라 침례교회에 속하는 모든 교회가 그러한 전통을 가진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복음성가들 중에는 ‘우리나라를 축복하소서!’ 라는 식으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었다.

이 교회도 마지막 날 대형 축제를 마련했다. 첫 번째 교회만큼 규모가 큰 축제를 기획하지는 않았으나, 역시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여 아이들과 온 가족들이 다 먹고도 많은 양을 버리기까지 하였다. 미국에서는 '위생'이라는 명분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성향 탓에 음식을 버리는 일은  흔하다. 마지막에는 손에 대지도 않은 음식을 버리는 것도 보았다.

이 교회에서 특이했던 점은 마지막 날 축제의 개회식을 하는데 담임목사가 미국 기를 들고 나와서 거기 모인 사람들로 하여금 제일 먼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그 목사가 교회 기를 들고 '기독교 교인의 다짐' 같은 것을 외우게 하였고, 마지막으로는 성경에 손을 얹고 또 무언가 맹세를 하였다.

그와 같은 광경을 처음 목격하는 나로서는 그러한 행위가 참으로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왜 성경이 맨 나중에 등장하여 성경의 권위가 국가의 권위보다 평가절하하는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지 의문스러웠다.

감리교회에 소속된 세 번째 교회는 이전 교회들과는 다르게 요란하지 않으면서 소박하게 진행하는 것이 돋보였다. 그 교회는 지역에 있는 주립 동물원 후원을 특별 프로젝트로 내걸었으며, 그 후원금 마련을 위해 아이들에게 1인당 10불의 등록비를 받았다. 

마지막 날은 교회에서 피크닉을 하면서 학예회를 하기로 했으나 교회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들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게 하였다. 학예회는 아이들이 그 동안 배운 찬양을 무대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시작했으며, 마지막으로는 주립 동물원에서 나온 사람이 특이한 동물들을 가지고 와서 그 동물들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학예회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백여 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서 아시아인은 우리 아이들 둘을 포함하여 네댓 명 정도밖에 없었고, 흑인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야말로 '백인들만의 교회'였다. 그 교회는 백인 중산층 아이들의 구미에 맞게 동물들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으로 성경학교의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여러 교회들의 여름성경학교를 경험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많은 미국 교회들이 교회의 본질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당수의 교회들이 많은 돈을 뿌려 이벤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급급하다. 교회들이 인종별로 나뉘어 있으면서 자신들의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에 안주한 채 소외된 '이웃'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성경의 내용을 입으로 가르치지만 실제로는 그와 이율배반적인 내용을 동시에 가르치고 있는 셈이 아닌가?

* <오마이뉴스>에 실린 것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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