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그 공명을 위하여
진실, 그 공명을 위하여
  • 최봉실
  • 승인 2007.10.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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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월리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만나다

   
 
  ▲ 인종 대학살 증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도덕적 치욕 그 너머의 희망을 발견하다. 소저너스에 실린 기사 중 왼쪽 작은 사진이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다.  
 
<뉴욕타임즈>의 특집 기고가(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심층적이고 생생한 보고를 통해 다푸르 대학살을 알리고,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지구 곳곳에 수많은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 주었다’는 심사평에 따라 2006년 자신의 두 번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헌신과 두려움 없는 사실 보고, 집요하고 철저한 취재를 통해, 가난으로 할퀴이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침 신문을 통해 일깨우며 우리의 관심을 촉구했다.

짐 월리스 / 당신은 우리 시대의 중요하고 커다란 도덕적 문제들을 밝혀냈습니다. 그런 문제를 훌륭히 다루는 언론인(저널리스트)이 별로 없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까?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 언론인으로서의 저의 분기점은 천안문 광장 민주화 운동을 다룬 것이었습니다. 천안문이 박살이 날 때 그 곳에 있었지요. 저에겐 정신적으로 아주 큰 충격이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족히 500명은 사망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한 분명해진 것은, 수치를 따지는 것이 중국의 전 맥락 속에서는 정말로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지요. 어느 땐가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중국 시골 지역에서는 매년 3,000명의 사람들이 홍수로 죽어가고 있으며, 70만 명의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납치되고 팔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이 문제들을 다룰 어떤 방법이 있는지 더듬어 찾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부의 압제라고 말하기엔 난감한 사안들이었습니다.

월리스 / 그런 사실들은 뉴스가 되지 못했지요.

크리스토프 / 네,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언론인으로서의 진짜 실패 중의 하나는 ‘한 자녀’ 정책을 적절히 다루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북경에 살 때 국가적인 새로운 탄압이 있었는데, 아마 세상의 어느 정부 정책도 가족에 대한 탄압보다, 개인의 깊은 영역까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 것은 중국 변두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우리는 중심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집중해 있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통신원으로서 건강 보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관한 이야기가 미국의 독자들에게 공명을 일으키기 원했습니다. 한 가족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엄마는 말라리아로 막 죽은 상태였지요. 할머니가 네 손주들을 돌보고 있었고, 3인 아동용 모기장 하나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 할머니는 어느 아이들이 모기장 속에서 잘 자고 있는지, 어느 한 아이가 그렇지 못한지를 살펴야 했지요. 이것은 아이들이 말라리아로 바로 옆에서 죽어가고 있던 한 지역에서의 일입니다.

인간으로서 이런 일을 그냥 잊어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거지요. 특별히 그런 문제들에 대한 후속 조사가 따라주지 못할 때는 더욱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들의 문제는 여전히 다뤄져야 할 주요 사안으로 여겨지지 못하지요. 그러니 다시 돌아가 그 문제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문제들에 이끌리게 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 사안에 관련된 수치입니다. 다른 한 이유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인신매매를 예로 들어볼게요. 내가 캄보디아에 처음 갔을 때, 10살 소녀들이 작은 가게에서 아주 공개적으로 성매매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중에 두 소녀가 특별히 제 주목을 끌었는데요. 한 아이는 14살로 자신의 양아버지에 의해 팔리게 되었고, 그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납치된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 둘은 모두 매음굴에 갇혀 있었죠. 그 어머니가 캄보디아를 온통 뒤져서 딸을 찾으려고 수소문했고, 마침내 바로 지난주에 그 매음굴에서 딸을 찾았고 포주에게 딸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물론 그 포주는 거절했고 이렇게 말했지요. “니 딸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데”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어머니는 경찰에 연줄이 없었지만, 그 포주는 연줄이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몇 단체가 시위를 하게 되었고, 그것이 정말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매음굴은 결국 문을 닫고야 말았습니다. 말라리아의 경우엔, 5불이면 모기장 하나를 살 수 있고, 최소한 한 가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거대해 보이면서도, 또한 확실하게 해결될 수 있어 보이는 거지요. 모든 사안이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몇 사안은 분명 해결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정말로 끔직한 현실을 목격하면 진정 악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푸르의 경우에는 한 국가의 정책으로서 정부 결정이 특정 종족과 특정 피부색을 지닌 어린이들을 불속에 던져 넣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가족을 일일이 만나서 설득합니다. 그런 일은 인간되게 하는 구조를 대단히 크게 찢어 놓는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해 다시 결합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취해야 할 유일한 반응이지 않을까 합니다. 일어서서 반응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이지요.

객관적인 언론 활동(저널리즘)의 경계를 넘어 어떤 류의 옹호를 하는 걸음까지 내딛는 것은 위험스런 일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이렇게 말할 겁니다. “대단한 개혁자시군”하고 말이지요.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저는 항상 위축됩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악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면 정말로 그냥 잊어버릴 수가 없지요. 변화를 일으키기가 매우 쉬울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월리스 / 당신은 다푸르의 위기와, HIV/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 문제, 그리고 인신매매 문제에 맞서는데 복음주의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최초의 언론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새로운 지지자들이 함께 모여가고 있는 걸 어떻게 보십니까?

크리스토프 / 제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과, 특별히 미국 기독교 우파의 기여들을 강조하는 한 이유는, 나의 많은 독자들이, 내 독자들은 대개 진보적이고 세속적인 경향을 지닌 자들인데, 그들이 미국 내 기독교인들의 활동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진정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원한다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쪽의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을 하려 하겠지요.
예를 들어, 인신매매에 대해 말해보지요. 좌파와 우파 모두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춘과 관련된 전체 문제는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지만, 그것이 법적이어야 하는지 불법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매춘이라고 부를 테고, 또는 성 노동이라고 부를 테지만, 15세 여자 아이가 매음굴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콘돔 사용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 점들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는 거죠.

월리스 / 미국의 보수적인 교계와 함께 일하면서 보게 되는 상황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크리스토프 / 제 생각엔 정말로 변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기독교 우파는 초기에는 더욱 내적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었습니다. 미국 내부로 말입니다. 대개는 문화적 전쟁 (진보와 보수의 대립, 동성애나 낙태 등을 둘러싼 대립을 말한다. : 역자 주)에 의한 것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적인 기독교인들과 다른 보수적 종교 인사들이 해외에서의 실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을 보지 않습니까? 그들은 에이즈와 인신매매와 같은 문제들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진보주의자인 나로서는 어떤 문제들에 대한 지도력이 내가 상당히 무시했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에 의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약간 당황해했습니다. 초기에 폴 웰스톤은 인신매매 문제와 맞선 진정한 지도자였습니다. 그가 죽자 나에게는 이 땅에서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대부분이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국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진보주의자들이 보이는 경향은 종종 유엔에 의존하고 법적 관행을 바꾸는 것이었죠. 회합을 열고 비즈니스 석으로 세상을 돌며 비통함으로 손을 쥐어트는 게 고작입니다. 그런 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요소가 있겠지만, 반면 나는 밖으로 나가서, 멀리 인적이 끊긴 곳에서 선교사들이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 나라 전체에 걸친 큰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작은 마을에서 그곳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의료 혜택을 받고 백신 주사를 맞고, 매우 실질적이고 손에 만져지는 변화를 일으키지요.

시간이 지나다보니, 가장 압박감을 주는 사회 발전 문제에 대해 일부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이뤄내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일종의 시샘어린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진보주의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그 점을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기독교인이든 세속주의자든, 그들을 부끄럽게 하고 난처하게 만들어서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자극하기 위해서요.

월리스 / 신앙의 문제와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이들 보수 기독인들과 대화를 시도하십니까?

크리스토프 / 어느 정도는요. 저는 선교사들을 종종 당황하게 만들거든요. 그들이 저를 위해 기도하기 원하던 당황스런 상황도 있습니다. 오순절주의 단체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모잠비크에서 놀라운 일을 행하고 있었고, 더할 수 없이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뉴욕타임즈>에서 온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의심쩍어 했지요.

월리스 / (웃음) 그들이 당신에게 안수를 했나요?

크리스토프 / 최선을 다해서 했지요. (웃음) 하지만 저는 그것의 진정성이 질투가 날 정도로 존경스러워요. 때때로 맨하탄에서 열리는 칵테일 파티에서 ‘오순절주의의 선교 광신자들’에 대해 좀 부당한 평가가  스며 나오곤 하는데, 그들은 이런저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때때로 그 선교에 광적인 면이 있지만, 그 사람들은 거친 삶을 일구며 생명을 구하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거든요. 십일조의 온전한 의미를 보세요. 그 돈이 항상 효과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진실한 헌신이거든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을 조롱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수준의 기여는 조금도 한 적이 없는 이들입니다.  

*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의 편집장이다. 이 글은 <소저너스> 8월 호에 실린 글 중 일부를 번역한 글이다.  

* 번역 / 최봉실

<미주뉴스앤조이>는 <Sojourners>의 허락을 받아 Jim Wallis의 칼럼 원문, 번역문, 해설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양심적인 미국 지성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수준 있는 글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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