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랄로버츠대학, 총장 일가의 공금 횡령 및 스캔들 의혹으로 '휘청'
오랄로버츠대학, 총장 일가의 공금 횡령 및 스캔들 의혹으로 '휘청'
  • 홍성종
  • 승인 2007.10.22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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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 기독교 대학의 대표적인 곳…설립자 아들 부부의 부도덕한 학교 운영

   
 
  ▲ 오랄로버츠대학 리처드 로버츠 총장(왼쪽)과 대학을 상징하는 높이 60피트, 30톤 규모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기도하는 손(오른쪽). 기독교 이념 아래 설립된 이 대학은 총장 일가의 방만한 경영에 의혹이 일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Oral Roberts University Homepage)  
 
북동부 오클라호마 주 털사(Tulsa)에 자리한 명문 기독교 사립대학인 오랄로버츠대학(Oral Roberts Univ.) 총장 일가의 부도덕한 학교 운영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 2일 설립자 오랄 로버츠(89)의 아들인 리처드 로버츠(Richard Roberts, 58) 현 총장과 그 아내인 린제이 로버츠의 공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가 보복성 파면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3명의 교수가 제기한 소장이 공개되면서 학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총장 부인이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서 스캔들 의혹을 추가로 제기함에 따라 미 기독교계와 사회가 충격에 빠져 있다.

애초 총장 일가의 공금 횡령 의혹에는 ∆총장이 과거 14년간에 걸쳐 11차례나 관저 개조 명목으로 학교 돈을 유용했다는 주장을 비롯해 ∆딸과 친구들의 고등학교 졸업 여행에 대학 소유 제트 비행기를 사용하며 29,111달러를 총장 선교 업무비로 처리했고 ∆총장 아내가 무려 39,000달러어치의 옷을 한 곳에서 구입했으며 ∆총장 지인의 시장 선거 운동에 50여 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동원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딸의 학교 숙제를 돕거나 마구간을 치우려 수시로 교직원들이 동원되었다는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진화에 나선 로버츠 총장은 터무니없는 음모라고 말하며 “협박과 왜곡에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또한, 아내인 린제이 역시 사치에 학교 돈을 낭비했다는 의혹에 대해 “선교 방송에 출연하려고 옷이 필요했다”고 말하며 “한 번이라도 입고 출연하면 손비 처리가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 맞대응했다. 그러나 방송 출연을 분석한 결과, 옷 구입 날짜와 방송 출연이 맞지 않았고, 실제로 사용한 횟수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금 횡령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번에는 총장 부인의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도마 위에 올라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3명의 해직 교수에 의해 추가된 고소장에는 ∆총장 부인이 미성년자와 심야(새벽 1시-3시)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아 휴대전화비가 월 800달러에 다다랐고 ∆시 전역에는 밤 10시 이후 부모와 동행 없이 미성년자는 통행할 수 없는데도 자정 시간에 단둘이 함께 있었으며 ∆아홉 차례에 걸쳐 학교 내 귀빈용 숙소에서 저녁을 보냈다는 주장 등이 추가되었다. 이들은 증거 자료로 29장의 사진도 제시했다.

이처럼 학교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학교 측은 이사회 성격의 평의회를 긴급 소집해, 우선 지난주 10월 17일 자로 로버츠 총장에 대해서 연가 처리 형태로 직무를 정지시켰고, 공석에는 평의회 위원인 빌리 조 독헐티 목사(Victory Christian Center 담임)로 대신 총장 업무를 맡게 했다. 또한, 학교 측은 외부 법률 전문가와 회계감사를 선임하여 의혹이 된 부분을 철저히 그리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소인 중 한 명인 킴 브루커 교수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설립자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하나님의 권위와 성령의 지배 아래 학교를 세우게 했다고 했지만 불행하게도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CNN, ABC, AP등 주요 언론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미국인들은 “짐 베이커, 지미 스워걸트 이후 또 하나의 위선적인 텔레비전 전도자를 보는듯하다”고 비난하는 분위기이며, 한 네티즌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후 6:10)”라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학교 측을 비롯해 재학생과 동문은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실제로 학부 4학년 졸업반인 코넬 코로스는 A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까 다른 학교로 옮길 계획이다”고 말했다.

털사 지역에서 11년째 털사한인침례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정윤택 목사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전하며 “아버님의 유지를 따라 잘 해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모두들 충격을 받은 느낌이다”고 말하며 “종합대학의 다양성을 같되 학생들을 보수적인 신앙으로 인도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이 학교를 믿고 자녀를 많이 보내왔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오랄로버츠대학은 순복음 계열의 성령과 은사 운동을 일으키며 부흥강사로 명성을 날리던 오랄 로버츠 목사에 의해 기독교인 양성 교육을 목표로 1963년에 종합대학으로 설립되었으며, 당시 보기 드물게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현재 설립자인 오랄은 명예직으로 적을 둔 채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운영은 아들인 리처드 총장이 맡아왔고, 오랄로버츠선교회 회장도 겸임해 왔다. 이 대학은 그동안 설립자의 명망에 따라 많은 기업과 독지자의 기부가 이어져 왔으며, 2005년 국세청에 7,600만 달러에 이르는 기부금 수입을 신고했었다. 이 대학은 현재 5,700여 명의 학생들이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 등록해 있으며, 한국 학생은 10명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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