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간판부터 고칩시다
교회 간판부터 고칩시다
  • 박지호
  • 승인 2007.10.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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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사이드장로교회,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법부터 배우자"

뉴욕 퀸즈에 있는 베이사이드장로교회 이종식 목사는 한인 교회들이 지역사회를 섬기자는 거창한 목표를 갖기 전에 먼저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주문했다. 이 목사의 제안은 소박하고 단순했다. 비용이 적게 들어 여력이 안 된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성 싶다.

   
 
  ▲ 베이사이드장로교회 이종식 목사는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라고 제안했다.  
 
우선 한국어로만 되어 있는 교회 간판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는 말로 해석해도 되겠다. 이 목사는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며 불만을 나타내는 지역 주민들을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교회 간판을 한국어로 썼다는 말은 교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이 아니며, 소통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베이사이드장로교회도 현재는 한국어 간판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앞으로 영어 간판으로 바꿀 생각이다. 이 목사는 교회 이름에 들어가는 ‘Korean’이라는 말도 뺄 생각이라고 전했다. 교회라는 곳이 본질적으로 한국인만을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주민회(Civic Association)에 참여해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 교회 의견을 나누어 보라고 했다. 실제 베이사이드장로교회는 지난 6년간 꾸준히 주민회에 참석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목사는 지역 주민회 부회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굳이 목사가 참여할 이유도 없다. 교인 중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담당자로 세워 참여하도록 만들면 된다. 동네의 대소사를 나누고 토론하는 주민회에 참여하기만 해도 주민들과 교회가 겪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해결된다. 주민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교회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교회 측의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연대 서명에 동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회가 정치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주민들의 복지 증진과 관련된 일에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베이사이드장로교회는 얼마 전 근처 공원을 개보수하는 사업을 위해 연대 서명에 참여했다. 교인 수백 명이 한꺼번에 서명을 해서 주민 대표에게 전달했다. 그 덕분에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공원에 수백만 불이 투입되어 새롭게 거듭났다. 여름에는 분수가 쏟아져 나와 아이들이 수영복 입고 뛰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니 주민들 입장에선 고마울 수밖에 없다.

   
 
  ▲ 베이사이드장로교회는 10월 28일 교회 앞에서 '코리안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한국 음식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밥 한 끼 나누었다.  
 
교회 건물을 비상시 대피장소로 제공할 수도 있다. 미국에는 학교에 화재나 테러 같은 긴급 상황 시 학생들이 일제히 학교를 빠져나와야 한다. 이후에 대피할 거처로 주변에 있는 교회가 제격이다. 베이사이드장로교회도 근처에 있는 학교의 대피 장소로 등록을 시켰다. 서명만 해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그 외에도 무료 건강 검진 행사나 마을 주변 청소하기와 같은 이벤트도 가져왔다. 

이 목사는 개인적으로 교회 주변에 있는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연로하거나 중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그들에게 안부를 묻고 손을 붙잡고 기도를 해주면 그렇게 고마워할 수가 없단다. 가끔 주민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 목사가 직접 초대장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을 하기도 한다.

   
 
  ▲ 이날 베이사이드장로교회는 불고기며 잡채, 김밥, 만두까지 1,000명분의 음식을 준비했다. 하루 종일 150명의 자원 봉사자가 달라붙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주민들이 교회를 돕기도 한다. 주민회에서 교회와 관련된 안건을 미리 알려주어서 사전에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교회 앞 건널목에 정지 신호를 설치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주민회가 협조해주었다. 누구한테 전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상세히 일러줘 쉽게 마무리했다.

베이사이드장로교회는 10월 28일 교회 앞에서 ‘코리안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한국 음식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밥 한 끼 나누었다. 말이 쉬워 밥 한 끼지 불고기며 잡채, 김밥, 만두까지 1,000명분의 음식을 준비했다. 하루 종일 150명의 자원 봉사자가 달라붙었다. 행여 손님 먹을 음식이 모자랄까봐 교인들은 잔칫날 차려진 음식에 손대지 않기로 하고 따로 도시락을 싸왔다.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참석자가 예상보단 많진 않았지만 주민들과 교인들은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고기와 김밥 등이 인기가 높았다. 교회가 이웃이 되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겐 고마웠다. 감사하다며 헌금을 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하는 무료 예방 접종 서비스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이 목사는 이번 기회를 통해 베이사이드장로교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리고, 주민들과 더욱 교제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만 제대로 해도 지역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인 교회들이 교회 성장에만 관심을 쏟았는데,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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