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따로 문장 따로
단어 따로 문장 따로
  • 김은정
  • 승인 2007.12.1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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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17

단어는 다 아는 단언데 문장 해석이 안 되거나, 미국인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들으실 때가 있을 거예요. 이번주는 그렇게 단어 따로 문장 따로 노는 말들을 주로 익혀보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I got carded the other day and it put me in a good mood.” 이 문장에서 모르는 단어 없으시죠? The other day는 ‘요 전날’이라는 뜻으로 한 덩어리로 쓰이는 말이고, card는 ‘카드’인 줄 알고 있는데 got carded란 뜻은 뭐람? 여기서 수동태도 알아야겠고, get 동사의 다양한 쓰임도 설명을 들어야 할 것 같지만, 여러분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설명, 중 고등학교 때 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들어도 하나도 적용 안 되었죠? 영어로 말을 잘하는 데는 별 보탬이 안 되는 거 제가 잘 압니다. 고등학교 못 나오신 분들, 못 들었다고 섭섭할 것 없습니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는 아무 지장 없습니다.

그냥 “I got carded the other day and it put me in a good mood”는 “나 요 전날 뺀찌당했는데 기분 좋더라”는 뜻이에요. 전혀 의외의 뜻이죠? 아니 그 문장 어디서 그런 뜻이 나온다는 거야?… 혹시 ‘뺀찌당했다’는 한국말을 모르시는 건 아니죠?

나이가 어려 보여서, 와인을 산다던가, 담배 같은 걸 살 때 신분증 좀 보자고 그러잖아요. 사람이 어려 보인다는 뜻이죠. Card란 신분증을 상징하는 단어고 여기선 동사화되어서 ‘신분증을 조사당하다’ 뭐 그런 정도의 뜻으로, 사전에도 없는 뜻이지만 흔하게 영어로 쓰이는 말이죠.

무언가를 당했을 때 동사의 과거분사형과 함께 get을 무지 많이 쓰지요. Mood는 흔히 잘 아는 단어지만 콩글리쉬로 하기 쉬운 말이니까 역시 문장으로 익혀 쓰세요. 이를테면 “I’m not in the mood.” 하면 “나 그럴 기분 아니야”라는 뜻이에요.

“I got stood up yesterday and I’m done with him.” 이건 무슨 뜻이게요? ‘Stand’(서다)의 과거형이 stood인 건 중학교 때 배운 거고, 또 get 동사와 함께 수동태로 쓰였는데….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데 뭔 말이야? ‘일으킴을 당했다’는 말이야?… 아, 누가 어제 나를 일으켜줬다는 뜻 아니야?… 그리고 그와 뭘 했다는 거야? 여기 왜 do의 과거분사형이 나왔지?…

다 아니고요, “나 어제 바람 맞았다. 그리고 인제 그 남자랑 끝이야”라는 뜻이에요. do의 과거분사형 done이 be동사와 함께 쓰여 ‘be done’이 뭉치면 ‘끝났다’라는 뜻이 돼요. 밥 먹을 때 “Are you done?”을 쓰면 “밥 다 먹었어?”라는 뜻이 되고 화장실 간 두 살짜리 밑 닦아주려고 “Are you done?” 하면, “다 눴니?”란 뜻이 되죠.

대답으로 “I’m done.” 하면 “다했어요.” 요리하는 사람한테 “Is it done?” 하면 “다 익었어요?”라는 뜻이고요. 이제 아셨죠? 절대 단어 공부 따로 하지 마시구요. 문장으로, 상황으로 영어를 익히시면 성공합니다.

문법이랑 단어 하나하나가 이렇게 도움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요, 이런 말을 내가 쓸 줄 모르기 때문에 들어도 못 알아듣는다는 거예요. Listening 때문에 고민들 많이 하시죠? 내가 할 줄 아는 말이 늘어야 들리는 말이 늡니다. 어떻게 한꺼번에 다 되겠어요.

각자 필요한 영어가 따로 있어요. 비즈니스도 종류별로 영어로 필요한 말이 다 조금씩 틀리지요. 내가 당장 먹고사는 데, 아니면 자녀를 키우며 미국 땅에 사는 데 필요한 영어는 당장 써먹어야할 말들입니다.

그런 필요와 다급함이 여러분의 영어 공부 동기라면 진짜 하루에 한 문장으로 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해결 다 안 되죠. 말도 안 터지고 들리는 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근데 쪼끔 왕창 노력해보시고 안 되니까 때려치우는 식의 영어 공부법에서 벗어나세요. 너무 노력하지 마시고 하루에 한 문장만 배우시고 써먹어보세요.

우리 이 칼럼을 통해 100문장을 진즉에 돌파했습니다. 앞에 한 100문장을 다 까먹고 오늘 하루 것만 기억하면 되는 게 아니죠. 하루에 한 문장 우습게 생각하셨죠?

매일 하루도 안 거르고, 어제 그저께 배운 것도 다 기억하면서 오늘 또 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 또 써먹고 기억하는 일, 그거 쉬운 일 아닙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말을 기억해봤자 써먹을 일이 없으니까 소용도 없고요, 안 써먹으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요 전날 신분증 조사당했잖아요 글쎄.
I got carded the other day.

기분 좋더라고요.
It put me in a good mood.

그럴 기분 아니야.
I’m not in the mood.

나 어제 바람 맞았어.
I got stood up yesterday.

나 그 남자랑 끝났어.
I’m done with him.

다 했니?
Are you done?

그거 다 됐어요?
Is it done?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하고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이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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