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뒤 더 바쁜'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
'은퇴 뒤 더 바쁜'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
  • 이승규
  • 승인 2008.01.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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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명혁 목사, "한국 교회가 성령을 지배하려고 들어"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목사)는 70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별'을 많이 했다. 11살 때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홀로 남하하면서 부모와 이별했다. 가족과 생이별을 한 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는, 고향과 이별했다. 결혼한 뒤에는 당시 4살이었던 아들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해야 했다. 2008년 1월 13일에는 28년 동안 목회를 한 강변교회 담임목사직과 이별을 했다.

슬픈 이별도 많았지만, 기쁜 '만남'도 많았다. 남쪽으로 내려온 뒤에는 한경직 목사와 방지일 목사 등 교계 원로를 만났고, 부인과 자녀·손자를 만났다. 강변교회를 은퇴한 뒤에는 전국에 있는 작은 교회 목회자와 교인을 만나고 있다. 노숙인을 만나고, 외국인노동자도 만난다. 김 목사는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은 바로 예수님을 만난 사실이라고 했다.

   
 
  ▲ 김명혁 목사는 작은 교회를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5월까지 일정 가득

김명혁 목사는 지난 1월 13일 강변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했다. 이제 겨우 10여 일이 지났다. 34년 동안 목회를 했으니, 당분간 좀 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은퇴 이후가 더 바쁘다. 김 목사는 현재 5월까지 일정이 빡빡하게 차 있다. 매주 수요일과 주일에는 작은 교회를 돌아다니며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불러준다면 어디라도 간다.

지난주에는 8시간을 걸려 강원도 정선에 갔다 왔고, 이번 주일과 다음 주일에는 충청도와 경북 안동에 있는 교회를 방문한다. 강사료는 걱정할 필요 없다. 김 목사는 오히려 자신의 돈을 써 떡과 맛난 음식 등을 싸간다. 일정만 겹치지 않으면 된다. 김 목사는 앞으로도 계속 작은 교회 도와주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했다. 이 일이 은퇴 뒤에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 교회가 회개를 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문제는 회개할 힘조차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드로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설교를 잘한다고, 은사가 있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사람이 한국 교회에는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명혁 목사와의 인터뷰는 1월 22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수서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1월 13일 은퇴를 했다. 보도를 보니, 은퇴 뒤가 더 바빠 보인다.

매주 주일 전국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강원도 정선에 갔다 왔고, 이번 주에는 충청도에 가야 한다. 수요일에는 영등포에 있는 광야교회를 가고, 외국인노동자교회에도 가야 한다.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 교인이 30~4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교횐데, 우리 교회에도 올 수 있냐고 물어본다. 물론 간다. 교회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일정만 맞으면 무조건 간다. 어떤 교회는 하루만 오기에는 아깝다며, 3일씩 올 수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3일 동안 머무는 교회도 있다. 작은 교회를 돌아다녀 보니, 지쳐 있는 목회자와 교인이 많았다. 때로는 대형 교회에 대한 분노도 느껴졌다. 왜 그들이 그런 마음을 먹게 됐을까. 그동안 너무 나만 생각하고 살았나 하는 부끄러움이 생겼다.

은퇴 뒤에 이런 일을 하고 싶었나.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원래 은퇴를 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었다. 작은 교회를 도와주는 일 외에도, 해외 선교사를 돕는 일도 하고 싶다. 나는 선교란 현지인들과 함께 놀고먹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된다. 

또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도 하고 싶다. 노숙자를 위한 교회 광야교회를 찾아가고, 외국인노동자교회에도 간다. 또 소록도도 방문할 생각이다. 북한 동포를 돕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으로는 이 일이 제일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 교회가 하나 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목회를 34년 했다. 아쉬운 점은.

나는 목회를 잘하지 못했다. 교수도 선교도 잘한 건 없다. 인간은 언제나 아쉽다. 은퇴하기 전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면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11살 때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고향과 이별하고, 결혼한 뒤에는 4살짜리 아들을 병으로 떠나보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경험이 나에게는 유익이었다. 이런 슬픔과 고통이 없었다면, 이만한 삶도 살지 못했다. 70년을 살아도 아쉬움은 많지만, 후회는 없다. 감사하고 만족할 뿐이다. 누구는 은퇴한 뒤 너무 바쁘게 사는 거 아니냐고 묻지만, 행복하다. 계속 나에게 뭘 하라고 요구하는 건 좋은 현상이다.

한국 교회가 위기라는 얘기에는 모두 공감한다.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지금 한국 교회는 제대로 된 교회가 아니다. 이건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방지일 목사·정진경 목사·옥한흠 목사·이동원 목사 등이 모두 하는 얘기다. 지난해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를 했지만 변한 건 없다. 마치 고무풍선에 바람 넣은 것 같다. 터지면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성령까지 지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성령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데, 성령을 지배하려고 한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까. 회개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회개할 힘조차 없다. 이제는 진짜 하나님이 직접 개입해야 개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하나님이 우리를 무조건 불쌍하게 생각해 성령의 바람을 보내는 것이다. 성령이 바람같이 불같이 임해야 한다. 그러나 진공 상태에서는 바람도 불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교회에 베드로나 길선주 목사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제물이 필요하단 얘기다

설교를 잘한다고, 은사가 있다고 제물이 될 수는 없다. 하나님이 합당하게 생각하는 사람 6명만 있으면 한국 교회는 뒤집어질 수 있다.

하나님이 환난의 바람을 보내실 수도 있다. 환난의 바람이 불면 (사람의 마음이) 조금 낮아진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서로 돕고 살게 된다. 일부러 환난을 추구할 건 아니지만, 매를 맞아야 된다면 맞아야지 어떻게 하겠나. 하나님은 한국 교회에 성령의 바람을 보내실 수도 있고, 환난의 바람을 보내실 수도 있다.

김명혁 목사에게 설교를 요청하고 싶으면, 그의 사무실로 전화(02-2040-6435)하면 된다. 김 목사는 사례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일정만 맞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승규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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