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영어로 말하기
'관계', 영어로 말하기
  • 김은정
  • 승인 2008.02.2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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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21

왜 사람이 서로 말을 하다보면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을 소개할 때 미국 사람처럼 이름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후배다, 선배다, 직장 동료다 서로의 관계를 먼저 소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쵸? 보니깐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우리 학생들한테 “니들 둘이 친한 친구니?” (Are you close friends with each other?)하고 물어보면 “Oh he’s my brother!”이래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냥 같은 나라에서 온, 형제같이 친한 친구인데, 그냥 무조건 ‘brother’라고 해서 미국 선생들을 혼동시키는 학생들이 많지요.

영어 문화권에서는 가족이 아니면 그냥 다 friends로 해버리거나, 친분은 없이 얼굴만 아는 사람인 경우 acquaintances로 통하죠. 단어가 길면 잘라서 발음하세요. 우리의 목적은 native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또이또이 발음해서 미국인이 알아듣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Ac-quain-tance(억-퀘인-턴쓰)라 하면 좀 어려운 단어이긴 하지만 흔히 쓰이는 말이니까 내가 직접 못 쓰더라도 누가 이 말을 쓰면, 무슨 뜻인지 알아만 들으셔도 좋고요. 이를테면, “She’s an acquaintance of mine” 하면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라는 뜻이죠.

근데 상대편이 내 발음을 못 알아듣고 맹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얼른 한마디 더, “I’ve seen her at my son’s school.” (우리 아들 학교에서 본적이 있는 사람이에요.)라고요. “그냥 교회에서 아는 사람이에요”는 “I know him from church”랍니다. 남자면 him이고, 여자면 her 쓰는 건 아시죠? 

여러분이 발음을 native처럼 못해서 미국 사람들이 여러분의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게 아니고요, 어떻게 단어만 얼렁뚱땅 알아가지고 한국식으로 마구 갖다붙이니까 못 알아듣는 거예요.

발음 후져도 앞뒤 말이 맞아 떨어지면 다 알아 듣게 되어 있답니다. 첫째, 제발 빨리 발음하려고, 빨리 말하려고 하지 마시고요. 둘째 또박또박 자신 있게 말하세요. 그래도 못 알아듣더라, 하면 말을 바꿔서 말해보세요.

그냥 아는 사람이라기보다 친분이 있으면 친구니까 다르게 말해야죠. “같은 직장 다니는 친구에요”는 “She is my friend from work”라고 하고요. 근데 그냥 같은 직장 다니는 동료일 뿐이면 “She is one of my colleagues”라고 하세요. 여기서 ‘colleagues’는 ‘칼리쥐’가 아니고 ‘칼리그’로 발음해야 하니까 조심하세요.

영어로 무슨 말 좀 해볼라치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자연히 한국적이기 때문에, 내가 한국말로 하고 싶은 대로 표현을 해야지 직성이 풀려죠?

갑자기 미국 사람한테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할 상황이 생겼어요. “얘는 제 고등학교 후배에요”를 영어로 해봅시다. “He’s a friend of mine from high school.” 영어에서는 후배, 선배 구별없는데, 그래도 나는 꼬옥 굳이 ‘선배다’라는 것을 밝히고 싶으시다면 “I am older than he is!” 하고 덧붙이셔야죠 뭐. 그러면 듣는 미국 사람이 의아하게 쳐다볼걸요.

우리처럼 나이 따지기 좋아하는 문화가 미국에는 낯설기 때문에 굳이 ‘후배’, ‘선배’라는 말 넣으려고 애쓰실 거 없어요. High school 대신에 초등학교 elementary school을 넣으면 초등학교 친구가 되는 거고, college를 넣으면 대학 동창 되는 거 정도는 아시겠죠?

또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 들어간 해의 ‘학번’을 알려고 하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를 따져서, 87년도에 졸업했으면 class of 87이라고 밝히죠. “I am class of 87”이라고 하면, “저 87 학번이에요”라는 말이랍니다. 

여러분, 문화적인 것도 좀 알아야 영어가 됩니다. 우리말로 하는 그 모든 수다, 영어로도 다 됩니다. 하루에 문장 하나씩만 잡으세요. 좋은 질문 주신 ‘무명의 브라운 선생 팬’ 파이팅!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둘이 친한 친구 사이에요? (Are you close friends with each other?)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She’s an acquaintance of mine.)

같은 직장 다니는 친구에요. (She is my friend from work.)

그냥 교회에서 아는 사람이에요. (I know him from church.)

우리 아들 학교에서 본적이 있는 사람이에요. (I’ve seen her at my son’s school.)

고등학교 후배에요. (He’s a friend of mine from high school.)

저는 87 학번인데요. (I’m class of 87.)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하고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이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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