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미국인 구호 활동가 살해 당해
아프간서 미국인 구호 활동가 살해 당해
  • 박지호
  • 승인 2008.02.28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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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협 고조"…미국인 사역자 일부 철수 단계 돌입

   
 
  ▲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살해 당한 Cydney MIZELL 씨.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구호 활동가인 Cydney Mizell(50) 씨가 정체불명의 무장 괴한에게 납치된 후 한 달 만에 살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망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으며 유력한 배후 세력으로 지목 받고 있는 탈레반 측도 이번 사건과의 관련을 부인했다.

ARLDF(Asian Rural Life Development Foundation)라는 인도주의적 봉사 단체에 소속된 Cydney 씨가 현지인 운전사 Muhammad Hadi 씨와 함께 납치된 것은 지난 1월 26일이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사무실로 출근하던 중 총을 든 괴한에게 피랍됐다.

ARLDF는 홈페이지를 통해 Cydney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왜 우리 직원들이 범행의 대상이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도한 종교적 접근이나 문화적인 몰이해로 인해 미젤 씨가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를 의식한 듯 ARLDF는 “우리는 아프간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발전을 돕고,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기 위한 단체다. 그녀는 현지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항상 부르카를 두르고 다녔고, 현지어도 구사할 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고향인 Cydney 씨는 아프간에 가기 전부터 미국에 있는 아프간 난민들에게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그러면서 전쟁 뒤 폐허로 변한 아프가니스탄 현실에 눈을 떴고, 그 땅을 재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프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이후 Cydney 씨는 2005년부터 칸다하르에 살면서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또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바느질이나 자수를 가르치면서, 지역사회 복구 사업, 지역주민 건강관리, 용수 사업 등에 매진해왔다.

지난 1월 Cydney 씨가 납치되자 500명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Cydney 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보수적인 현지 정서를 감안하면 보기 드문 광경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칸다하르대학의 Mohammad Gull 교수는 Cydney 씨를 “매순간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했고, Asadullah Khalid 칸다하르 주지사도 “그녀는 아프가니스탄의 신뢰와 존경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사역자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프간에 남아 있는 다른 사역자들의 안전과 사역에도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벌써 미국인 사역자들 중 일부는 비상 철수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아프간 내의 테러 위협이 지난 “9.11 사태 이후 최악”이라고 현지 사역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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