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롤스로이스 아닌 나귀 타셨다"
"예수님은 롤스로이스 아닌 나귀 타셨다"
  • 홍성종
  • 승인 2008.02.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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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번영신학' 신봉하는 호화 목사 전면 조사

   
 
   
 
“예수 믿으면 영적∙물적 축복을 받는다”, “헌금 많이 하면 하나님이 풍성하게 채워주신다”는 이른바 ‘번영의 신학’을 주창하며 수백만 달러의 헌금과 기부금을 거둬들이는 호화판 부흥사들과 초대형 교회 목사들을 향해 미 의회가 전쟁을 선포했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중진의원인 찰스 그래슬리(Grassley, 공화당, 아이오와) 의원은 텔레비전∙인터넷에서 주가를 올리는 일부 유명 부흥사와 스타디움 규모의 예배당에 수만 명 교인들을 자랑하는 초대형 교회 목사들이 면세 혜택을 남용하여 호화판을 벌이는 정황을 포착, 일차로 서면 조사에 들어갔다.

우선 비영리종교재단에 대한 세무 조사는 통상적으로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이 맡았으나 의회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조사 대상이 미 전역을 상대로 사역하는 유명 부흥사와 초대형 교회(megachurch)라는 것도 일종의 ‘성역’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초대형 교회는 그동안 정부 기관으로부터 단 한 번도 재정 관련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 조사에는 베니힌치유센터교회를 운영하는 유명 부흥사 베니 힌(Hinn) 목사를 비롯해 케네스 코플랜드(Copeland)·크레플로 달러(Dollar)·폴라 화이트(White)·조이스 마이어(Meyer)·에디 롱(Long) 등 총 6명의 기라성 같은 목사들이 포함되었다. 수입 기준으로는 볼 때, 모두 한 해 2,500만 달러(235억 원)가 넘는 교회들이다.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이들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낸 것은 11월 6일이다. 한 달을 기한(12월6일 마감)으로 정했으나 일부 목사들이 기간 연장을 요청하였고, 자료를 제출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입장을 지난 2월 25일까지 모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아닌 의회가 주도…성역으로 간주되던 초대형 교회 이례적 조사

조사 내용에는 공통적으로 교회 및 선교단체별 헌금 수입 내역을 비롯해 목사와 친인척에게 지급한 사례금과 각종 편익 명세가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면세 혜택을 남용한 사례로 의심되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목사별 ‘맞춤형’ 질의서를 발송했다. 관련된 모든 내용은 언론에 즉각 공개되었다.

맞춤형 조사 내용에는 개인별로 다르나,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 최고급 승용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위를 비롯해 자가용∙업무용 비행기 구매 및 유지∙관리비 내역,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주택 구매비와 관리비 내역, 호화판 가구 구입 내역, 여행 경비 지출 내역 등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 사치로 의심되는 내용이 조목조목 포함되었다.

다음은 조사 대상에 포함된 부흥사와 목사에 대한 조사 내용이다.

케네스 코플랜드(Copeland) 목사 (텍사스)
∆재단 내 이익 단체 설립 운영 내역 ∆현금∙자산 운용 결정권자 ∆설립 회사에 대한 코플랜드 목사 측 이해관계 ∆업무용 비행기(2,000만 달러 세스나기종) 사용 내역 ∆업무용 비행기 개인 휴가 시 사용 경위 ∆프로젝트 건설(The Revival Capital of the World): 선교 본부∙리조트 호텔∙미디어 센터∙실버 타운 건설에 투자한 헌금 내역

크레플로 달러(Dollar) 목사 (조지아)
∆선교단체에 속한 모든 차량의 구매∙리스∙관리 내역 ∆2대의 롤스로이스 구매 경위 ∆현금 등 기부금 내역 ∆주택 ∙ 융자∙각종 편의 제공 내역 ∆교회∙각종 선교단체 등 세금 감면, 비영리단체 현황 ∆ 업무용 비행기 운항 기록 및 관리 내역 ∆개인 소유 주택 월별 유지∙관리 비용(뉴욕·조지아)

베니 힌(Hinn) 목사 (텍사스)
∆캘리포니아 주택 구매 비용∙유지 관리 비용 ∆본인∙가족의 크레디트카드 사용 내역과 사용분에 대한 교회나 선교단체가 지급한 비용 ∆의류∙보석∙개인 치장에 소요된 금액 ∆교회∙선교 단체 명의 업무용 비행기 소유 현황∙운항 기록 ∆공용 목적의 출장 비행 도중 중간 기착지에서의 여행 기록

에디 롱(Long) 목사 (조지아)
∆2005년 공식 사임 이후 급여 형태 아닌 헌금으로 받은 사례금 내역 ∆2005년 사임 당시 마지막 받은 급여 명세 ∆조지아 애틀랜타 소재 선교센터 구매 ∆2003년 당시 개인 주택을 재단에 양도한 계약서 사본 ∆재단 측 보상 명세 : 140만 달러 주택 및 20에이커 대지, 벤틀리 자동차 ∆재단의 13.7에이커 부지 획득 경위 재단 해체 시 개인 편의 제공 내역 ∆과거 2년간 350만 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

조이스 마이어 (Meyer) 목사 (미주리)
∆개인용도 현금 및 금품 기부 명세, 수입 신고 여부 ∆선교 본부용 사무 가구 구매의 타당성 ∆호화판 사무 가구: 3만 달러 테이블, 3만 달러 회의용 테이블 구매 내역, 2만3,000 마블 서랍장 구매

폴라 화이트(White) 목사 (플로리다)
∆크레디트카드 사용 명세(의류∙성형수술 비용) ∆개인용 주택 구매 및 유지비용(텍사스·캘리포니아·뉴욕) ∆ 벤틀리 자동차 구입 송장 및 지급 방법 ∆1995년 소속 교인으로부터 17만 달러를 차용한 후 2007년 5월 현재 2,000달러만 상환한 경위 ∆ 미상환 금액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액 상환했는데 누가 상환했는지 여부

   
 
  ▲ 미 상원 재정위원회 명의로 보낸 서면 질의서. 호화판 생활을 하는 총 6명의 부흥사와 초대형 교회 목사들에 대해 면세 혜택 남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기한 '맞춤형' 질의를 보냈다. (자료제공: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  
 
개인별 ‘맞춤형’ 질문…호화 지출 조목조목 명시

이 같은 조사 내용에 해당 목사와 선교단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사 내용이 구체적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래슬리 상원의원도 자칫 명예훼손으로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내부 고발 자료의 신뢰도를 점검한 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대한 응답은 가장 먼저 여성 부흥강사로 명성을 날리는 마이어 목사에게서 나왔다. 마이어선교단체는 곧바로 재정 명세를 웹사이트에 게시했고,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내용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특히, 마이어 목사는 2만3,000달러를 들여 호화판 서랍장을 구매한 경위에 대해 답하며, 개인 용도가 아닌 선교 본부 사무실을 꾸미는 데 사용했고, 일부 가격이 구매처로부터 과다 청구되었다고 설명했다.

베니 힌 목사와 화이트 목사 역시 자료를 제출했지만, 자료가 부실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애틀랜타 소재 달라(Dollar) 목사∙롱 목사와 코플랜드 목사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자료 열람을 원한다면 소환장이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코플랜드 목사는 아예 그래슬리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조사 내용이 교회와 관련 없는 사적 내용도 포함됐다. 기부자를 공개하는 것은 법률에 저촉된다. 그래슬리 의원이 신학적인 노선이 다른 이유로 여섯 목사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코플랜드는 목사는 또 “하나님께서 우리의 사역을 통하여 안겨준 승리를 적들이 훔쳐가지 못할 것이다”면서, “이 땅의 교회들과 사역에 해를 입히는 이 같은 공격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일부 목사들은 자신이 속한 복음주의 교회가 현 정부와 공화당을 오랫동안 지원해온 사실을 상기시키며 공화당 소속 그래슬리 의원을 회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그래슬리 의원은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나귀를 탔지 롤스로이스를 타지 않았다”고 풍자하며, “세법을 준수하느냐의 문제이지 신학 노선과는 별개 문제다”고 말했다.

우리가 남인가?…자료 제출 거부하거나 회유하기도

자료 제출을 거부한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은 변호사나 대변인을 앞세워 이번 조사가 국교분리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의회의 업무 영역을 벗어난 월권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나 헌법 논쟁과 신학적 논쟁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법률 및 종교학자들은 “정부가 법률에서 보장한 면세나 감세 혜택을 받는 기관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그래슬리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래슬리 의원도 국교분리 원칙에 위반된다는 반격을 일축하면서 “과거 여느 비영리단체의 조사와 별반 다를 것 없다. 헌금 기부자는 소득 공제 신고를 하기 때문에 기부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환장 발부까지 가는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행 세법에는 비영리자선단체(적십자사∙병원∙대학 등)는 재무제표를 국세청에 보고해야 하며(일명 IRS Form 990),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된 종교단체 역시 급여명세(W-2)나 연간 800달러를 초과한 사례금에 대해 신고해야 하나 통상적으로 무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교회나 선교단체는 비영리단체로 분류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서적, 설교 내용, 교육 자료 등을 판매하여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 받았다. 또한 헌금이나 기부금 역시 개인이 직접 받아 아예 소득에서 제외하고 있어 면세 혜택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단체(the 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ntability, Ministry Watch 등)로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미 의회의 이번 조사는 전체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교회와 단체들의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번영의 신학을 신봉하며 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는 '황제 목사'들과 한판 승부에 나선 그래슬리 상원의원. 사진은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지난 2월 1일 애틀란타에서 열린 신침례언약축전에서 연설하는모습이다. (사진제공: The New Baptist Covenant)  
 

찰스 그래슬리 의원은 누구?

재정위원회(the Financial Committee)에 속한 그래슬리는 의원(74)은 위원장 다음의 서열로, 호칭 역시 그냥 상원의원이 아니라 중진 또는 선임 상원의원(Ranking Member)이라 칭한다. 이런 경우 대통령도 호칭 시 반드시 예의를 표한다. 이러한 서열은 정치연한, 지역구, 그리고 각종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자신이 ‘농부’라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워싱턴 정가에서 30년 동안 국록을 먹었지만, 지역구인 아이오와 주의 대다수 중서부 농부처럼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선호한다.

그래슬리 의원이 받는 지역구의 지지는 대단하다. 최근 선거에서 유권자의 70% 이상이 그를 지지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1958년에 아이오와 주 의원으로 정계에 처음 입문했으며, 1974년에 하원의원, 그리고 1980년에 상원의원이 되었다.

그는 또 비영리단체의 방만한 경영에 철퇴를 가하거나 주로 성역이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단체나 정부기관의 재정을 진단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동안 스미소이니언이나 주요 대학, 펜타곤 등의 재정 투명성 여부를 파헤쳐 주목 받았으며, 이번에는 내부 고발 정보를 토대로 ‘황제 목사’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교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어릴 때부터 침례교에서 자란 보수 침례교인이다.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신침례언약축전(2월 1일)에 공화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연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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