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저주해도 될까요?
원수를 저주해도 될까요?
  • 김기현
  • 승인 2008.04.21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께서 내 원수에게 악으로 갚으시리니 주의 성실하심으로 저희를 멸하소서."(시 54:5)

원수를 저주해도 좋은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을 받고,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더불어 평화를 누려야 할 그리스도인이 말입니다(롬 12:18). 원수를 저주해도 좋습니다. 성경도 원수를 저주합니다. 특히 시편은 자신에게는 탄식을, 그를 향해서는 분노를, 하나님께는 항의를 그치지 않습니다. 성경이 당당하게 행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금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저주의 기도는 가능하지만, 저주는 온당하지 않습니다.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쫓겨 가는 다윗을 시므이는 온갖 말로 저주합니다. 다윗은 요압이 그의 목을 베겠다고 해도 저주하도록 내버려둡니다(삼하 16:5~14). 하지만 시편에서 다윗은 상한 마음을 토로하면서 그가 행한 악을 고스란히 갚을 것을 청원합니다. 다윗은 대면하여 독한 말을 내뿜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께 진정을 토합니다. 그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신하며(시 7:2~5), 하나님께서 선으로 갚아주실 것을 믿습니다(삼하 16:12). 내 원수를 향한 저주는 기도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기도 시간에 내 마음을 감추지 말고, 솔직하게 다 아뢰세요. 그리고 모든 것을 판결한 주님께 맡기세요.

둘째, 참된 기도는 저주에서 용서로 끝납니다. 우리 교회에는 저녁 기도회를 빼먹지 않고 오시는 이웃 교회 집사님이 한 분 계십니다. 이분은 학원을 운영하시는 중에 어려움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학원을 차리고, 다니는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전화해 자신의 학원에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집사님은 원망과 미움으로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 학원이 안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곧 그런 기도가 잘못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난이 되레 축복이 되었다면 감사해야지요. 원수 같은 이웃 때문에 진정으로 기도했다면, 그 끝은 저주가 아니라 용서입니다.

셋째, 나도 누군가의 원수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원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원수가 되어 그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원수를 저주하는 기도를 해도 좋지만, 내 이름이 누군가의 기도 속에 심판의 대상으로 언급됩니다. 원수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원수 된 나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원수 사랑은 곧 자기 사랑입니다. 용서하는 것은 용서받는 일입니다. 용서받고자 하면서 용서하지 못하면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원수를 향한 기도는 곧 자신을 향한 기도입니다.

김기현 / 부산 수정로침례교회 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