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영어로 주문하기
레스토랑에서 영어로 주문하기
  • 김은정
  • 승인 2008.05.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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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24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 할 때가 있는데, 바로 레스토랑 가서입니다. 그렇죠? 폼 나게 시키고 싶지만, 딴 사람들도 있는데 영어로 실수하기도 창피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니까 앞에 사람 시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same same' 하신 적은 없으세요?  아니면 'Me too' 하셨다고요?

알고 보면 별 거 아닌 그 영어를 오늘 해봅시다. 우선 시키고 싶은 게 있는데 발음이 잘 안 되면 손가락으로 메뉴판 위를 가리키면서 말해도 돼요. 다만 영어로 한마디 해주세요. "이거로 할 게요"라는 뜻은 "I'll have this"입니다.

우리말로 '한다'고 해서 영어로도 'do'를 쓰시면 말이 안 된다는 것에 조심하세요. 또 명령조로 "Give me this"로 하시면 듣는 미국 사람, 옆에 있는 한국 사람 다 민망해지니까, 제발 그렇게 주문하지 말아주세요. 그 말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야, 이거 갖고 와"나 다름없어요.

"근데 '실란트로(cilantro)'는 빼주세요". 멕시칸 식당이나 제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인 'PF Chang'이라는 곳에 가서 무슨 음식을 시키면 'cilantro'라는 향이 강한 허브를 넣는데, 저는 그게 별로 안 좋더라고요. 사람마다 안 좋아하는 게 있잖아요. 그럼 그거 빼달라고 당당히 말하세요. 영어로 말하기 싫다고 주는 대로 다 받아먹지 마시고요.

자, 그건 어떻게 말하실래요. "minus cilantro?" 영어 공부 안 하시고 미국에서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하신 어떤 분이 할 만한 영어지요. "No cilantro"도 무난하지만, 이럴 때 hold 동사를 쓰셔서 "Can you hold the cilantro?" 하시면 영어 너무 잘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소스를 따로 받기 원한다거나 뭘 좀 더 많이 원하실 때도 있잖아요. 한국 식당 가시면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주문도 많으시면서, 미국 식당 가서는 입 꼭 다물고 계세요. 그러지 말고 시킬 대로 시키고 팁이나 좀 후하게 주시면 되죠. "소스 좀 따로 더 주세요"라는 뜻은 "May I have extra sauce on the side please?"에요.

만약에 음식 맛이 이상하다거나 상한 것 같다거나 뭔가 아닐 때 돈 그냥 내고 안 먹고 나오기 억울하잖아요. 참지 마시고 나이스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따지세요.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고 나옵시다.

   
 
   
 
이를테면 "있잖아요, 음식 맛이 이상해요"는 "Excuse me, but this tastes funny". 'Funny'는 아시는 대로 '웃긴'이라는 뜻이지만, 이런 맥락에서는 '희한한' '이상한' 이라는 뜻으로 쓰이죠. 문장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단어들, 이젠 쫙 꿰고 계시죠?

우리말로 "맛이 간 거 같아요" 그런 말 자주 하잖아요. 그건 영어로 뭐라고 할까 궁금한 적 없으세요. 저는 원래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아줌마라 제가 우리말로 하는 말을 전부 영어로 할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걸 좀 잘 알지요.

직역하면 영어로도 비슷한데, 다만 '어디로 갔는지'를 말해줘야 해요. 그래서 영어로 "I think it’s gone bad" 'It’s gone'은 현재완료인 'it has gone'의 준말인 거 아시죠. 현재완료 까먹으신 분들은 코넷 사이트로 가셔서 복습 좀 하세요.

스테이크를 시키면 고기를 익힌 정도가 내가 시킨 것과 다를 때가 자주 있어요. 고기가 너무 안 익어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영어로 말하기 싫으셔서 비싼 돈 주고 그냥 싸가지고 나오시면 안 되죠? 그러지 마시고 "I'm sorry, but this is too bloody for me" 라고 해보세요.

아니면 "너무 덜 익었어요"라는 뜻으로 "This is not cooked enough" 하면 당장 고쳐다 줍니다. 다 아시겠지만 참고로 'well-done'은 다 익힌 것, 'medium-rare'는 살짝 덜 익힌 것, 'rare'는 속은 거의 안 익힌 것이랍니다.

또 계란 시키는 것도 복잡해요. 계란 프라이 두 개를 시켜봅시다. 우리말로 '계란 프라이'가 영어로 'fried egg'라는 사실을 아는 분이 많지 않답니다. 근데 또 웨이트리스가 이 계란을 어떻게 요리할까 물어 오거든요. 경험 안 해보신 분은 '뭔 소리야, 계란 프라이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달라는 뜻이야?' 그러실 걸요.

그게 아니고요, 미국 사람들은 계란도 입맛대로 시키기 때문에 주문이 다양해서 그래요. 그럴 때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 "Sunny-side up, and not too runny, please" 하면, "가운데 노른자가 태양이 빛나듯이(?) 잘 박혀 있되 너무 덜 익히지는 말고요"라는 뜻이죠.

그게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란 프라이에 가장 가깝답니다. 아예 이걸 외워 놓으셨다가 계란 프라이 시키실 때, 웨이트리스가 묻기도 전에 써먹으세요.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재밌다' '웃긴다' 하세요. 그래야 영어 공부 오래 할 수 있습니다.

   
 
  ▲ 김은정 씨의 칼럼이 <굿바이 영어울렁증>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거로 할 게요.  (I'll have this.)

'실란트로'는 빼주세요. (Can you hold the cilantro?)

소스 좀 따로 더 주세요. (May I have extra sauce on the side please.)

있잖아요, 음식 맛이 이상해요. (Excuse me, but this tastes funny.)

맛이 간 거 같아요. (I think it's gone bad.)

미안한데, 이거 고기가 너무 새빨게요. (I'm sorry, but this steak is too bloody for me.)

계란 프라이 두 개요. 너무 덜 익히지는 말고요. (Two fried eggs. Sunny-side up, and not too runny, please.)

김은정 / <코넷>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 김은정 씨는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하고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이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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