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한센인에게 관심을 보여주세요
  • 이영훈
  • 승인 2008.05.23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나사랑선교회 양한갑 목사 인터뷰

   
 
  ▲ 양한갑 선교사. (사진 제공 코넷)  
 
1년에 50만 명이 전 세계적으로 감염되며, 1981년부터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만 1,400만 명에 이르는 병, '한센.' 이른바 '나병'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병은 1986년 개발된 MDT를 2년간 복용하면 100% 완치가 가능하지만, 캄보디아 등의 경제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일수록 감염될 확률이 높다. 1994년부터 필리핀 역사상 처음으로 한센 병자들을 위해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양한갑 선교사를 만나보자.

한센인 선교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1993년에 부산 상애원교회의 천대승 목사가 나를 찾아왔다. 이분은 고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사람이다. 필리핀에서 한센병에 걸린 사람을 위해 선교를 하려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고 무서워서 안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참여하게 되었다."

필리핀 한센인들의 실상은 어떤가.

"한센인들은 필리핀에서 4시간에 15페소를 받고 일하고 있다. 미국 통화로 계산하면 한 시간에 10센트 정도 된다. 그것도 다른 이에게 빼앗길까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들은 몸이 변형되어 열 손가락이 없는 등 뭘 잡지도 못하므로 제대로 일을 못한다. 가내수공업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팔려고 해도 사주지를 않거나 중간 상인들이 형편없는 가격으로 가져간다. 한센인 부모들은 '나는 한센병으로 굶어 죽어도 괜찮지만 아이들이 정당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서글프다'고 외친다."

한센인들이 처한 문제점은 뭐가 있나.

"첫 번째가 신체적 장애다. 뭐든지 나는 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시달린다. 두 번째는 정서적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딜 가도 거부를 당하는 존재다. 식당에서도 이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거절당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보라. 세 번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돈을 벌지 못하니 대부분 밑바닥 삶을 영위하고 있다. 네 번째는 가정적인 어려움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는 문제도 있거니와, 장성한 아이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아버지의 병을 남에게 밝히질 못한다. 자신의 결혼에 해가 될까봐 거짓말을 하고 호적을 친척들의 집으로 옮긴다. 병으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다. 결혼을 해도 아버지를 소개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영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한센병을 하나님의 저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나라인데, 구약적인 사고방식으로 '하나님도 나를 버렸다'고 생각한다. 종합해보면 신체적·정서적·경제적·가정적 그리고 영적으로 아주 처참한 상황이다."

후원은 제대로 이루어지나.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아직 어렵다. 현재 후원은 15개 교회가 회원 교회로 등록이 되어 있고 개인 후원자가 30명가량 된다. 혹 후원에 관심이 있으면 www.LoveALM.com에 방문하면 후원 구좌 번호가 있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선교 활동이지만 돈이 돌아가는 일이다보니 믿을 수 있는 일꾼을 현지에서 구하는 것이 어렵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일꾼들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지인 일꾼을 잘 구성하지 않으면 2~3년 일하다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4명의 현지인 일꾼이 일하는데 아직 3개월밖에 되질 않았다. 돈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신뢰도를 검증하는 것에 시간이 걸린다."

현재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

"먼저 자료 조사팀이 한센인들의 삶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그들의 입장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자료를 만들고 분석해 놓으면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들을 위해 가정 교회를 설립하고, 병원 짓는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문서 사역을 하고 있는데 현재 필리핀 8개 요양원에 있는 한센병 양성 환자 3,000명을 위한 선교 회보를 만들어 배부할 예정이다."

왜 이 일을 하는가.

"'한센'이라고 말하는 나환자들을 위한 전문 선교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 중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오직 한센인한테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센인들의 경제·인권·복지 상황 등 다양한 분야를 조사해서 정보를 개척하는 선교 지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한센인 선교의 보람은 어디 있나.

"한센인들이 우리를 굉장히 환영한다.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 희망을 만난 것처럼 즐거워한다. 자녀들을 위한 학교 등 우리의 계획은 그들에게 약속의 땅과 같은 것이다. 그냥 계획만 듣고도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얼굴들이다. 희망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심어지는 것이 기쁘다."

한센인들에게 적용하는 성경 구절은 무엇인가.

"예수의 비유다. 성서에 보면 예수께서 한센병에 걸린 시몬의 집에서도 식사하고 산상보훈 후 내려와 제일 먼저 고친 사람이 한센인이었다. 예수께서 나환자촌에 일부러 들어가신 사건은 구약적 사고를 깨는 것이다. 구약의 개념은 성을 짓고 나환자들을 거기서 몰아내는 것인데, 그들을 위해 예수께서 일부러 들어가서 고치신 것이다. 나병도 일시적인 저주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신학적 재해석을 해주면서 예수는 나환자들의 친구였다고 가르친다. 나병은 '하늘이 내린 병'이라는 인식을 고치는 것이다."

한국의 어려운 사람들을 놔두고 굳이 외국에 나가서 활동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긍정도 하고 부정도 한다. 해외 선교라는 이름하에 일부 선교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면에서는 나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역사가 깊고 선교사의 자격을 꼼꼼히 심사하며, 재교육이 철저한 외국 선교부에 비해 한국은 좀 느슨한 데가 있다. 철저한 개인 행동이라서 선교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그 중에는 선교사라는 이름은 있지만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의 어려운 곳에서 쓰여야 할 돈이 외국의 엉뚱한 곳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선교사들이 세계 선교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수치상으로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선교사 파송 국가인데, 130개국에 나가 있는 한국 선교사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열매는 자그마한 비판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현지에서 한국인들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한국의 이미지는 좋다. 한국 드라마에 필리핀 사람들이 중독되어 있어 한국인들은 필리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며 한국에 가고 싶어 하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자들이 많아 우리 활동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갑자기 많이 들어왔다. 현재 필리핀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20만 명이나 되며, 그 중 16만 명이 유학생들이다. 대부분 돈을 많이 쓰고, 입는 옷이나 사용하는 전자기기 등 필리핀 사람들이 볼 때 문화적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면은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온다."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서 발생하는 한센 환자는 1년에 50명 정도다. 하지만 워낙 나라가 크다보니 우리 눈에 띄질 않을 뿐이다. 아직도 이 지구상에는 나병이라는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이가 있음을 알아 달라. 이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다. 피부 접촉, 공기 전염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옮은 것이다. 매년 1,000여 명이나 되는 한센병자들이 새로 생겨나며, 이들은 평생 나환자들로 살아가야 하는 아픔이 있다. 다른 병은 1~2년 정도 투병하면 사회 복귀가 가능하지만 이 병은 그렇지 못하다. 평생 주홍글씨처럼 달고 산다. 완치가 되었더라도 땅에 묻힐 때까지 사회에 나서기가 어렵다. 이들을 위해 함께 둥지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일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

이영훈 /  <코넷>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