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텍스트로 관점을 돌려라"
"성서의 텍스트로 관점을 돌려라"
  • 강희정
  • 승인 2008.06.0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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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목사 설교집 출간, [교회력에 따른 설교 모음집: 그날이 오면]

   
 
  ▲ 정용섭 목사가 대구성서아카데미 서울 오프라인 모임에서 성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유경종)  
 
한국 교계에 설교 비평의 문을 열었던 정용섭 목사가 자신의 설교를 모은 설교집을 출간했다. 제목은 <교회력에 따른 설교 모음집: 그날이 오면, 다비아책>(이하 <그날이 오면>)이다. 이 책은 2006년 12월 초부터 2007년 11월 말에 이르기까지 정용섭 목사가 샘터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한 것을 모은 것으로, 정 목사가 원장으로 있는 대구성서아카데미가 운영하는 출판사 ‘다비아책’을 통해 출판되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정용섭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살아야 하는 목사라는 운명이 그리 쉽지 않은 길이며, 목사는 이처럼 어려움이 크게 따르는 길을 묵묵히 가야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정 목사에 따르면, 목사라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 되는 까닭은 “목사라는 개인의 인식과 경험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우주론적 지평에서 존재론적인 길을 가고 있는 무거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나님 말씀의 무거움과 목사 개인의 인식의 제한성이라는 두 명제는 곧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무거운 것은 그것이 인간의 인식을 초월하기 때문이고, 목사 개인의 인식이 제한적이라는 말은 하나님의 말씀은 개인의 이해의 지평을 넘어서 있어서 그 의미를 실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정용섭 목사는 모든 목사들이 이처럼 인간의 인식과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고 있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음을 애써 강조한다. 정 목사가 의미하는 설교에 대한 정의를 따르면, 설교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목사의 사명은 애초부터 달성하기 어려운 일로서, 성공하기보다는 실패의 가능성이 훨씬 높은 일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고 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이 되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 신학교가 수없이 생기고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목회자가 되기를 희망하며 들어가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많은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이 목사라는 직업이 ‘근본적인 난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용섭 목사는 한국 교회의 많은 목사들이 자신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설교라는 과업의 무거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그것의 어려움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 "대구성서아카데미는 성서를 바르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여러 방향에서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공부 모임이며 동시에 운동이다." - dabia 홈페이지 내용 중 - (사진 제공 유경종)  
 
<그날이 오면>은 정용섭 목사가 이와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한국 교회의 후배 설교자들인 젊은 목사들에게 선배 설교자로서 전하는 간곡한 당부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터무니 없는 말, 솔깃한 말’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정 목사는 “설교는 민중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청중의 기호와 구미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설교자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정 목사는 성서에 대한 시각이나 관점을 새로이 할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한다. 성서의 내용은 유대인들과 초대 기독교인들에게서 구전되던 전승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록될 당시의 세계관에 따라 쓰인 것이다. 따라서 설교자는 성서의 내용을 당시 상황에 근거하여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성서의 ‘문자적 무오류성’을 주장하거나 문화적인 표피를 벗겨내지 않고 성서의 내용을 오늘날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시각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용섭 목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만들어내어 사람들을 교회에 끌어들이기에 애쓰고, 청중들로부터 과도한 종교적 반응을 얻기 위해 기이한 행태마저 삼가지 않는 목회자들에게 철저한 반성과 ‘관점의 전환’(패러다임 쉬프트)을 촉구한다. 한국 교회의 설교자들이 성서의 케리그마에 집중해야 하며, ‘청중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성서 텍스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자가 성서 텍스트에만 온전히 관심을 집중시키면 청중의 반응은 저절로 뒤따르게 될 것이며, 성서 텍스트가 올바르게 선포되고 해석되면 성서와 청중과의 만남은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정 목사의 입장이다.

<그날이 오면>은 정용섭 목사가 교회력에 따라 1년 동안 설교한 실례들을 보여 주고 있어 젊은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성서 해석과 성경 공부에 필요한 역사적 배경들에 관한 신학적 지식을 담고 있어, 일반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 텍스트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 구입 문의처 : 대구성서아카데미(http://dab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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