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LA다민족성시화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수차례 기자회견과 설명회를 통해, '한인과 라티노가 연합해 LA의 150여 다민족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자'며, LA 지역을 성시화하는 '거룩한 대열'에 참여해줄 것을 교계에 촉구했다.
2005년 열린 LA성시화대회에 올해는 '다민족'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한인과 라티노가 함께 무대를 만들고 행사 순서를 공유했다. 주최 측은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동시통역하면서 라티노 청중을 배려했다. 그날 만큼은 한인과 라티노가 고용주와 고용인이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어 함께 기도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한인 교회가 '한국인만을 위한', '한국인만의 교회'라는 눈총을 받아온 마당에 한인 교회가 라티노 교회와 함께 행사를 치른다는 것으로도 주목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LA다민족성시화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거룩한 대열'에 올라서는 것으로 보기엔 마뜩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특별한 내용 없이 유명인과 조직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연합 집회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열린 대회는 2005년 성시화대회의 틀에 라티노 교회만 포함시킨 형태였다. 한인과 라티노가 연합한다고 했지만 한인 교회 행사에 라티노 교인들이 들러리 서는 수준에 머물렀다.
LA성시화대회는 김준곤 목사가 만든 한국 성시화운동이 모체다. 김준곤 목사의 설명처럼, '전 교회가 전 시민에게 전 복음을 전하자'는 '3전 전략'을 한인 교회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LA성시화운동을 낳았다.
하지만 21세기에 다민족 공동체인 LA를 성시화하겠다고 하면서, 김준곤 목사가 소개한 것은 30년에 시도했던 '4영리 전도 훈련'과 'EXPLO 74대회'가 고작이다. 그러니 "LA 성시화를 왜 한국에서 와서 하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LA다민족성시화대회는 '다민족', '성시화', '하나 됨'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유명 목사의 격려사가 등장했지만, '전 교회가 전 시민에게 전 복음을 전하자'는 하나마나한 구호 외에 특별한 콘텐츠가 없었다.
이번 성시화대회의 최대 이슈는 동성애였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동성 결혼 합법화를 폐지하고, 하나님 마음에 합한 대통령만 뽑으면 성시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동성애 문제에 집착하는 바람에 정작 성시화해야 할 대상과 영역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싸움질하는 교회, 영주권 장사하는 교회, 탈세하는 교인, 불륜을 저지르는 목사, 반사회적인 업종에 종사하며 거액을 헌금하는 교인을 비판하긴 힘들어도, 자신과 상관도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동성애자들은 물어 뜯긴 쉬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