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불신 이유? "말의 성찬보다 행동이 적기 때문"
교회 불신 이유? "말의 성찬보다 행동이 적기 때문"
  • 유용석
  • 승인 2009.01.3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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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 구제비 지출, 전체의 1%에 불과

최근 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종교가 없는 1,000명을 대상으로 교회 신뢰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3%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33.3%는 '불신도 신뢰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신뢰한다는 답변은 18.4%에 불과했다.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이 35.2%, 불교가 31.1%, 개신교는 18% 순이었고, 종교 호감도는 불교 31.1%, 가톨릭이 29.9%, 개신교 20.6%로 모든 조사에서 개신교가 꼬리를 차지했다.

   
 
  ▲ 한국의 개신교가 그 어느 종교보다도 구제와 사회봉사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사회는 왜 개신교를 더 낮게 평가할까. 그것은 우리 교회가 사랑하고 섬긴다는 말의 성찬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아닐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응답자들은 개신교가 신뢰를 받기 위해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지도자의 말과 행동의 일치(42%),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25%), 사회봉사(11.9%), 교회 재정의 투명성(11.5%) 등을 꼽았다. 개신교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벌여야 할 사회 활동으로는 '봉사와 구제'가 47.6%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윤리·도덕 실천 운동이 29.1%, 환경 사회 운동이 12.5% 순이었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경우다. 그런데 만일 이와 똑같은 조사를 미국에서 실시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솔직히 말해 나는 한국과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마음이 불안하다

근대화 초기 한국 개신교는 교육과 문화, 계몽 운동으로 사회에 크게 이바지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곳 미국 이민사에 있어서도 초기 하와이 이민 교회는 동포 사회의 중심에 서서 동포들의 신앙을 북돋으며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을 적극 도왔다. 그리고 이민 제2기를 맞고 있는 현재에도 교회는 한인 사회 중심에 서서 신앙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모든 면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200만에 교회 숫자만 약 4,000개를 헤아릴 만큼 커진 한인 사회는 지금 미국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미국의 주류 사회가 우리 한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시카고 트리뷴>이 주류 사회를 상대로 소수민족 호감도를 조사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한인들은 조사 대상 50개 민족 중 바닥에 가까운 40위권 밖이었다. 이후 한인 사회학자 2명이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아시안 중 한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제일 낮았다. 

미국인들에게 한인들은 정직하지 못하고,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고, 약자를 깔보는 이기적이며 폐쇄적인 집단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절반이 넘는 교회 중심의 한인 사회가 왜 이런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

앞서 말한 한국에서의 교회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교인이 언행일치를 보여야 한다고 했는데, 과연 지금 우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타 종교에 대하여 얼마나 관대한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교회의 재정은 과연 투명하며, 그리고 사회봉사와 구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필자는 위의 질문 중에서 우리 교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사회 활동으로서 봉사와 구제 한 가지에 대해서만 언급해보려고 한다.

통계적으로는 한국의 개신교가 그 어느 종교보다도 구제와 사회봉사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도 사회는 왜 개신교를 더 낮게 평가할까. 그것은 우리 교회가 사랑하고 섬긴다는 말의 성찬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이곳 미국에서의 한인 교회의 구제와 사회봉사 활동은 과연 어떨까.

LA 기윤실이 몇 년 전 건강 교회 포럼에서 교회 재정 문제를 다룬 일이 있었다. 당시 조사에 의하면 교회가 구제와 사회 봉사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평균 전체 재정 지출의 1%를 조금 넘는 수치에 불과했다.

   
 
  ▲ 현재 미국 내 한인 교회 교인들은 1년에 성인 1명당 약 2,000달러를 교회에 헌금하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 교인 1명의 교회 헌금 600달러와 사회 기부금 1,200달러의 합계인 1,800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현재 미국 내 한인 교회 교인들은 1년에 성인 1명당 약 2,000달러를 교회에 헌금한다. 이 수치는 미국 교인 1명의 교회 헌금 600달러와 사회 기부금 1,200달러의 합계인 1,800달러보다 많다. 이렇게 많이 한인들의 기부금이 교회에 집중된다.

가령 미국 내 한인 인구 200만 중 절반인 100만이 교회에 출석하고, 그중 절반인 50만의 성인 교인이 1년에 2,000불씩 헌금을 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나온다. 교회는 물론 헌금을 하나님의 전인 건물을 짓고, 교역자의 생활비를 충당하고, 자녀들을 위한 교육비와 선교비 그리고 구제와 봉사비로 지출한다. 그런데 오늘 내가 여기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 모든 비용 중에서 구제와 사회 봉사비의 지출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늘과 땅의 이중국적자인데 현실은 지금 우리가 미국이라는 국가 안에 살고 있으며 교회도 엄연히 미국 사회 속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한인들은 자유롭고 풍요한 나라, 미국에 이민자로 와서 이 나라가 주는 온갖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런 우리가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교회에 많이 헌금하고 있는데, 과연 이 귀중한 헌금이 미국 사회를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환원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남가주사랑의교회가 20만 불을 한인 자선단체에 내어놓았는데, 얼마 전에는 그동안 이 일을 가장 모범적으로 해오고 있는 나성 영락교회가 불경기로 교회의 헌금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30만 불을 한인 자선단체와 봉사 기관에 선뜻 내어놓았다는 아름다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라기는 이러한 한인 교회들의 구제비와 사회 봉사비 지출이 우리 한인 사회뿐 아니라 불우한 이웃과 소수민족, 미국 사회를 위해서 보다 많이 쓰여 졌으면 한다. 그러면 그동안 미국 안에서 한인 교회의 폐쇄적이고 부정적이었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고 새로워지리라고 생각한다.

유용석 / LA 기윤실 실무 책임자

* 이 글은 LA 기윤실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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