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치료해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고맙죠"
"마음껏 치료해드릴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고맙죠"
  • 박지호
  • 승인 2009.03.1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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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동포에겐 전액 무료, 버몬종합치과 류근주 원장

'탈북자들에게 없는 건? 어금니!'라는 말이 있다. 탈북 동포들의 열악한 치아 건강 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의 '하나원'(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 통일부 산하 기관)에서는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것이 치과 관련 질환이다. 하나원의 의료 예산 가운데 절반을 치과 진료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치아 건강 상태도 한국의 탈북자들과 다를 바 없지만, 미국의 경우 치과 진료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치료할 엄두를 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 버몬종합치과의 데이비드 류만 원장.  
 
어떻게 하면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치과 진료를 도울 수 있을까 하고 방법을 모색하던 탈북망명자지원회와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는 LA 시내에 있는 한인 치과 병원 30여 군데에 '탈북 동포를 위한 무료 진료에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내용의 편지를 무작위로 보냈다. 편지를 보내고 바로 다음날 탈북망명자지원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버몬종합치과의 데이비드 류만 원장(한국명, 류근주)이다.

LA에서 30년 넘게 치과의로 일해온 류 원장(나성교회)은 틈날 때마다 선교지를 방문하며 의료 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류 원장은 언제부턴가 의료 봉사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치아를 빼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더군요. 단기 선교 봉사 활동으론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사람들은 살릴 수 있는 치아도 무조건 빼달라고 합니다. 당장 통증 때문에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의사로서 참 난감했습니다. 죄책감도 들었고요."

그래서 훗날 선교 지역마다 치과 진료 센터를 세워서 지속적으로 돕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고,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해 동포들을 돕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던 터에, 탈북 동포들을 위해 치과 진료를 해달라는 제안은 부담이 아니라 기회였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이제 아까운 치아를 뽑지 않아도 되고, 수시로 마음껏 치료해줄 수 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예전부터 북한에 있는 동포들을 돕고 싶었는데, 제가 먼 곳까지 가지 않고도 도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류 원장에게 재정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냐고 물었다. 다행히 병원에 치아 기공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새로운 치아를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하다며, "돈은 이럴 때 쓰라고 하나님이 주신 거 아니겠냐"며 웃었다. 류 원장은 우선 탈북 동포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도와주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일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탈북 동포를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는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건 제 의지가 아니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커넥션입니다. 남의 나라에 가서도 돕는데, 제 발로 찾아온 북한 동포를 치료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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