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타령
신세타령
  • 김은정
  • 승인 2009.06.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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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 40

우리가 한국말로 얘기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살면서 얘기하는 중요한 대화중의 하나가 신세타령입니다. 한국말로 하는 말이면 영어로도 해봅시다. 영어로 신세타령, 말하자면 우리 사는 얘기, 근데 고단하고 실망스러운 얘기 그런 얘기도 빼 놓을 수 없잖아요.

신세타령을 하려면 영어 문법에서 가정법을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영어 시간에 징그럽게 외워야 했던 그 공식 생각나세요? 그 당시에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고 지금은 다 까먹어버린 가정법, 다시 상기해 신세타령 해 봅시다. 신세타령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현재에 대한 불만과 과거에 대한 후회죠. 이 두 가지 다 하는 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일단 사람들이 모이면 돈 얘기가 참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 남편이 돈을 조금만 더 잘 벌면 얼마나 좋겠어, 글쎄.' 이 얘기의 말투를 보세요. 지금 돈을 잘 못 벌어서 속상하다는 얘기가 포함되어 있죠? 현재 사실에 반대되는 것을 가정할 때 '가정법 과거'를 쓰는 겁니다. 해석은 현재로 되지만 동사의 과거형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가정법 과거'라고 불리는 것이죠. 그런 문법적인 이름 알 필요도 없고요, 언제 이런 식의 말투가 필요한지 어떻게 쓴 건지 그냥 대표 문장으로 기억하셨다가 말만 바꿔서 이말 저말 하시면 그게 제일 좋습니다.

'돈을 벌다'는 영어로 'make money'에요. 신세타령을 할 때 가장 좋은 구문은 I wish로 시작되는 문장입니다. 바람을 말하는 문장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남편이 돈을 조금만 더 잘 벌면 얼마나 좋겠어, 글쎄'는 영어로 'I wish my husband made more money'예요. 지금 돈 잘 못 벌어서 속상하다는 얘기죠. I wish에다가 바라는 사항의 문장을 과거형으로 덧붙이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사실에 반대되는 것을 가정하는 것이 '가정법'이다, 그겁니다.

과거 사실에 대한 후회, 신세타령을 하고 싶을 때도 I wish로 시작하시면 되는데, 다만 다른 점은 따라 오는 동사의 시제를 had pp의 과거 완료형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 사실에 반대되는 것을 가정할 때를 '가정법 과거 완료'라고 하는 것이죠. 문법의 이름이 더 복잡하죠? 골치 아프시면 다 필요 없고 제가 가르쳐 드리는 문장만 기억하시면 되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면서 애들한테 소리 지른 것을 후회하는 말이 'I wish I hadn't yelled at my son this morning.'(오늘 아침에 우리 아들한테 소리 지르지 말 걸 그랬어요)

복잡한 가정법을 아예 숙어로 외우시면 좋은데 'if it weren’t for~'의 뜻은 '~이 없다면'이고 'if it hadn't been for~'는 '~이 없었다면'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구문입니다. 'If it weren't for you guys, I wouldn't be here.'(너희들만 아니었으면 여기 있지 않을 텐데) 미국에서 고생하는 기러기 엄마가 애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겠죠?

신세타령 뿐 아니라 지나간 날에 대한 감사와 다행한 마음도 가정법 과거로 표현이 다 됩니다. 'If it hadn’t been for him, I would have been nobody.'(그 사람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거야) 그 사람 덕분에 그 당시 내가 잘되었다는 뜻이죠. 여기서 주의 할 것은 if절에는 had pp로 나오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주절에는 would have pp의 형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죠. 왜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이게 영어에 맞는 형식이니까요.

가정법 과거 완료 형식이 어려우니까 써먹어 볼 말 하나를 더 가르쳐 드릴게요. 우리말로 '캬, 그때 투자를 했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이런 말 얼마나 자주들 하십니까. 그렇죠? 영어로도 해보세요. 'If I had invested in it, I could have made money.' 과거 사실에 대한 유감이니까 가정법 과거 완료를 쓰시는 거고 그래서 if 절에 had pp를 쓰시는 거고 주절에 could have pp의 형식을 쓰는 겁니다. 조동사의 과거형은 would건 could건 크게 상관없어요.

여러분이 또 신세타령 많이 하시는 것 중에 영어에 대한 한이에요, 그죠? 'I wish I could speak English.' (내가 영어만 잘하면 얼마나 좋겠어) 아니면 영어 공부 안 하고 그냥 흘려버린 세월에 대한 원망으로 'I wish I had learned English earlier.'(그 전에 영어 좀 배워 놓을 걸) 이런 후회하시기 전에 영어 공부 좀 하세요.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지 않습니까.

여러분 영어 문법 중에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 가정법이 제일 골치 아프고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야할 형식이 많으니까요. 여러분이 써먹을만한 샘플 문장을 하나 뽑으셔서 그걸 입에서 줄줄 나오게 익히세요. 가정법 과거다, 과거 완료다 문법의 제목만 알면 뭐합니까. 그런 제목 알 필요도 없고요. 다만 미국 사람들이 이런 가정법 문장을 솰라솰라할 때 알아들을 수 있고 나도 간단한 신세타령 웃으면서 한 마디 하고 넘어갈 수 있으면 된 거죠.

우리 남편이 돈을 조금만 더 잘 벌면 얼마나 좋겠어, 글쎄.
I wish my husband made more money.

오늘 아침에 우리 아들한테 소리 지르지 말걸 그랬어요.
I wish I hadn't yelled at my son this morning.

내가 영어만 잘하면 얼마나 좋겠어, 그래.
I wish I could speak English.

미리 영어 좀 배워 놓을걸.
I wish I had learned English earlier.

너희들만 아니었으면 여기 있지 않을 텐데.
If it weren't for you guys, I wouldn't be here.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If it hadn't been for him, I would have been nobody.

그때 투자를 했으면 돈 좀 벌었을 텐데.
If I had invested in it, I could have made money.


김은정

* 이 글은 김은정 씨가 쓴 <굿바이 영어 울렁증>(로그인 출판사)에 실린 글입니다.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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