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안 내주면 돈 안 내'
'내 이름 안 내주면 돈 안 내'
  • 이승규
  • 승인 2009.07.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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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대회 앞두고, 일부 목사들이 보인 추태

"목사님들이 헌금을 해주지 않습니다. 후원금 부탁하기 위해 전화를 돌리지만 어렵습니다. 남의 일처럼 손 놓고 있으니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뉴욕에 교회가 500여 개 있으니 100불씩만 내면 5만 불이고, 200불씩만 내면 10만 불입니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교협) 회장 최창섭 목사의 작심 발언이다. 얘기의 핵심은 할렐루야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재정 상황이 그 어느 해보다 열악하다는 하소연이었다. 올해 경제가 어렵기도 하지만, 많은 교회가 후원금 내는 것을 꺼려하거나 미루고 있다고 했다.

교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할렐루야대회에 들어갈 비용은 대략 10만 불 정도다. 매년 이 정도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6월 29일까지 걷힌 돈은 3분의 1 정도이며, 후원금을 낸 교회도 30여 교회에 불과하다. 올해로 30년을 맞이한 할렐루야대회는 교협이 주최하는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대회가 끝나면 교협의 활동도 사실상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교협 임원들은 이 대회를 1년 농사라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꼭 후원금을 내야만 행사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기도, 인원 동원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렐루야대회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문제는 일부 목사들의 행태다. 할렐루야대회 조직표에 이름을 올려줘야만 돈을 내겠다는 목사들이 있다. 사실 이런 목사들은 대회 기간 내내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만 내고 자기 할 일 다했다'는 식이다. 그래서 그럴까. 교협이 6월 26일 발표한 대회 조직표를 보면, 이름을 올린 사람만 300명이 넘는다. 대회 고문만 25명, 실행 위원은 186명, 21개에 달하는 분과에 속한 위원도 113명이다. 조직도만 따져보면 매머드급이다. 물론 이중에는 교협이 후원금을 얻어내기 위해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름을 올린 사람도 있다.

이뿐만 아니다. 후원금을 부탁하는 전화가 오면 '한국에서 오는 강사한테 돈을 내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목사들도 있다. 일부 목사들은 '어느 목사가 후원금을 좀 낸다고 하는데, 그 목사를 (강사로) 부르지 왜 이동원 목사를 부르느냐'고 말하기도 한다는 게 교협 관계자의 얘기다.

알려져 있다시피 그동안 할렐루야대회 강사들은 얼마씩 돈을 냈다. 2007년에 온 오정현 목사도 돈을 냈고, 지난해 강사 김문훈 목사는 강사료를 받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돈을 들여 뉴욕에 온 셈이다. 지난해 목사회가 주최한 성회에 강사로 왔던 서길원 목사는 2만 불의 헌금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관행이 있기 때문에 대회에 도움은 전혀 주지 않고, 은혜만 공짜로 받아가려는 목사들이 있다.

돈을 내고서라도 뉴욕에 오고 싶다는 목사들은 줄을 섰다. 세계의 수도라는 뉴욕에 와서 설교를 하면 인지도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뉴욕에 와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사와 공짜로 대회를 치르려는 교협 쪽의 수지타산이 맞았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일종의 장사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이름만 내려는 목사들의 비협조'와 '강사에게 후원금 받기'는 매우 오래된 관행이다.

이제 이런 관행은 깨야 한다. 말로만 '대뉴욕'이라고 부르짖지 말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목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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